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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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가장 근원적인 특징은 돌봄을 사적인 영역에 가둔다는 것이다. 이 인클로저 과정에는 모든 종류의 가족이 의도치 않게 참여한다. - P60

케이시 윅스가 말하듯 "핵가족 모델은 피억압 집단을 국가와 사회, 자본으로부터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국가와 사회와 자본이 과거의 노예, 선주민,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 그 빈약한 보호막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유산과 처방 때문에 주변화된 모든 사람에게 강요한 바로 그 백인, 식민 정착자,
부르주아, 이성애, 가부장적 제도이기도 하다." 가족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퍽 당연하게 부여잡는 방패막이다. 우리가 그 방패막이를 내려놓는 데 동의하지 못한다면, 아마 이 전쟁이 영원히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 P62

프랑스의 비단상이었던 샤를 푸리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유토피아"가 종종 레모네이드 바다와 연결되는 이유를 제공한 인물이다(초기적인 기후생태학자이자 지구공학자였던 푸리에는 정말로 이런 예측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푸리에가 단일 가족 주거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 중 하나라고 지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근본적인 통찰력은 유토피아적인 토지프로젝트 같은 국제운동에 영감을 주었는데, 여기에는 이른바 "주방 없는" 도시 - 개방된 공유 주방과 훌륭한 무료 식당이 갖춰진 근린 -를 지지하여 사적 주방이라는 여성 억압적인 규범을 폐지하고자 했던 이들이 포함된다. - P72

푸리에는 정확히 뭐라고 처방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는 보편기본소득, 시장에서 벗어나기, 비일처일부제, 훌륭한 음식, 모든 세대를 위한 다채로운 오락 같은 것이 있다. 모든 생활은 "팔랑지" 또는 "팔랑스테르"라고 하는 거대한 건물(1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안에서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진다. 날씨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지붕 덮인 보행로가 있고, 최저선의 성적 쾌락이 보장된다. 모든 노동에서 사적인 성격은 완전히 사라진다(일은 모든 아동과 성인이 골고루 나눠 하며, 인간 성격에 확립된 "열정의 끌림 법칙"에 따라 조직된다). 이에 따라 노동은 리비도적인 예술 또는 흥겨운 놀이로 탈바꿈한다. 세심한 안목으로 조직된 정기적인 섹스 파티는 특별한 "요정들"이 주재한다. - P75

식민화 이전까지만해도(때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선주민 부족들 대부분은 가부장제 형식을 거의 또는 전혀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했고, 두 가지 이상의 젠더를 존중했으며, 성적 쾌락에 대해서는 느슨한 사회적 제한만을 두었고, 때로는 (수유 같은) 모성수행을 모든 젠더를 포괄하는 외교적으로 중요한 행위로 개념화했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투스피릿two-spirit* 젠더 주체성과 철학적 전통, 성적 자유에 대한 문화는 이원적인 젠더 구분에 반감을 가진 정착민들에게 4세기동안 영감과 배움을 제공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게이해방운동 공동체 전체가 선주민들의 "퀴어성"을 모방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스스로 남성 정체성과 여성 정체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을 말한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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