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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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아픔이나 불안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그런 것이다. - P175

이제 나는 아프고 힘들 때 친구들에게 구조 요청을 곧잘 한다. 혼자 해결하는 편이 간단할지라도 번거롭게 옆에 있어달라도 말할 줄 안다. 상대방이 뭔가 준다고 하면 고맙게 받는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나 역시 기쁘게 이용당할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강한 사람도 약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며 약함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받아 해결을 모색하고, 친절에 기대어 회복하고, 다른 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돌려줄 수 있는 상태로 나를 만드는 것. 내가 알게 된 진짜 강함이란 고립이 아닌 연결의 힘이다. - P176

일을 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도전 속에 내 자신을 던져놓는 동시에 이 모든 감정의 파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이전의 건조한 평온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점점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추구하게 된다. 유한하고 허무한 삶 속에서 우리가 진짜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건, 어떤 환경 속에 나를 내던져보고 깊숙이 들어가 밀도 높게 몰입감을 느낄 때다. 대표적으로 그런 경험이 사랑, 그리고 일이다. 때로 실패할지라도 그 속에 성숙하고 또 새로워지는 경험이 쌓여서 각자 삶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든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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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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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이끄는 자리를 경험해보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물론 완성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100%를 해내려고 끝의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고를 치거나 스스로를 번아웃에 빠뜨리는 완벽주의자보다는 80% 정도의 결과물이라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내놓는 팀원과 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수월할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일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 되는 셈이다. - P32

일하는 분야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서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을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 P38

중간 관리자 레벨부터 서서히 리더십을 연습할 기회가 온다. 똑똑한 주니어들이 허덕이는 시니어가 되는 비극이 흔하게 벌어지는 게 이때다. 뛰어난 실무자이지만 서툰 리더들은 자기만큼 일을 잘하는 후배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을 맡겨두고 기다리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가져온 결과물이 눈에 차지 않을 게 뻔한데, 그때마다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것보다 내가 해버리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일 욕심이 많아서 자기 몫의 일을 잘 나눠주지도 않는다. 결국 아래에 사람을 뻔히 두고 써먹지도 못하고, 자기 일을 줄이는 데도 실패한다. 관리해야 할 팀원이 고작 두세 명이라면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삼십 명의 팀을 이끌고 큰일을 해야 할 때도 ‘내가 해버리고 말지’를 고수할 구 있을까? 후배들이 자기만큼 못해내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무자의 자아를 내려놓고 위임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관리자 커리어의 중요한 시작이다. - P58

일할 때의 거절은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선긋기다. ‘철벽을 친다‘라는 표현은 대개 사람을 묘사할 때 부정적으로사용되지만, 반대로 경계선이 아예 없는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은 아마 ‘호구‘일 것이다. 좋은 사람과 쉬운 사람은 다른데, 거절을 못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쉬운 사람이 되어있기가 쉽다. 그리고 쉬운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일 확률은 더 낮다. - P89

정세랑 소설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일을 선별할 때 아주 명쾌한 기준이다. - P93

왕년의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보다 일하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전지적 주인공 시점에 놓는 대신 일의 풍경 속에 일부로 인식하고 묘사하는 관점은 허세스럽지 않으며 그래서 쉽게 초라해지지도 않는다. - P154

‘40대가 좋다‘고 말할 때 마냥 꽃길만 걷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시도 앞에 생각이 많아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아직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도 점점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성년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나와 세상에 관한 빅데이터에서 힘을 얻는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되며, 남들의 눈치를 덜 보면서 원하는 걸 명확하게 추구할 수 있다. 오래 보고 익숙한 내 몸이나 외모에 대해 편안해진다. 예상 밖의 나쁜 일들도 겪어봤기에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와 회복력이 생긴다. 내가 쌓아온 업무의 전문 영역과 네트워크 속에서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감각이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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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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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대안이 없다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족과 연을 끊은 사람,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오갈 데 없는 사람, 수용시설에서 지내는 사람,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전부터 프라이버시가 별로 없던 사람들, 요컨대 우리가 흔히 홈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배제 및 주변화가 악화됐다는 의미였다. 자택 대기 명령이 떨어졌을 때 그 어떤 "자택"도, 지자체가 파악 가능한 소재지도 없는 사람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약물을 사용하는 흑인 성노동부랑자, 길거리의 젊은 퀴어들, 일반적인 무산계급들이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럼에도 특히 감옥과 소위 홈리스 쉼터에서 보고되는 높은 감염율을 감안했을 때, 이 도시에서 자신의 법적인 혈육들과 한 지붕 아래 잠을 자는 것이 전염병(이나 다른 악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확실치 않았다. 사실 봉쇄정책의 핵심이었던 실내라는 큰 틀과 동거인에 대한 집착은 깊이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였다. 그 이면의 기준이었던 공/사라는 이중 잣대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았다. - P138

오브라이언은 "가족을 폐지하기 위한 최선의 출발점"은 저항의 주방이라고 말한다. "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공동 수면 지역을 만들어라. 공동 육아를 조직해서 부모들의 완전한 참여를 지원하라. 주사기 교환을 비롯한 위해 저감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마약 복용자들을 환대하라." 거기서부터 확장하고, 확장을 중단하지 말라. - P141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의 19세기 초 글들을 엉어로 옮길 때 Aufhebung은 때로 "확실한 폐지"로 번역되는데, 흥미롭게도 이 다소 딱딱한 용어는 고양, 파괴, 보존, 급진적인 변환이라는 개념을 모두 품고 있다. 이 네 구성 성분은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를 "폐지론"이라고 칭한 급진적인 운동의 대상인 노예제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노예제 폐지 투쟁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프랑스 혁명에서 터져 나온 인본주의라는 고매한 이상이 고양되고(정당성을 인정받고), 파괴되고(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가고), 보존되고(미래를 위해 유지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탈바꿈하게 된(원래 그것이 배제했던 사람들을 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과정을 모두 거쳤다는 뜻이다. - P144

자, 투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에 대한 이 간략한 생각에 비추었을 때, 가족의 파괴-보존-변환-실현으로 세분할 수 있는 가족 폐지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첫째, "전부를 바꾸는" 과정에서 가족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가족 중심의 사회라는 거대한 비참함 속에 파묻힌, 이상적인 혈연관계에서 나타나는 해방적인 부분을 따로 지키고자 노력할 수 있다. 지금은 조롱거리지만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적이라고 뭉뚱그려진 형용사 안에서 유토피아적 잠재력을 가진 고갱이는 상호 돌봄, 상호 의존, 소속감인 듯하다. 비록 "배타성",
"국수주의", "인종", "재산", "유전", "정체성", "경쟁"이라는 이름표가 달린 관 속에 묻혀 있긴 하지만 말이다. - P147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가 특히 의지처가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돌봄제공자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도록 만드는 동시에, 민간에 내맡겨진 돌봄에 반기를 들고, "부모의 권리"에 저항하고, 모든 사람이 다수의 돌봄을 받는 게 정상인 세상을 상상하기를 멈추지않아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지내기와 가족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은 정치적 과제이자 자기 인종의 이익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든 백인의 실천적 요구사항이지만 그게 우리의 지평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함께 지내기와 인간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 이것이 상상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욕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해야 그것을 완전히 욕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제도 이후에 무엇이 나타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그게 뭐든 내가 알 길이 없을지 모른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고, 그것이 찬란하고 풍요로운 아무것도 없음이면 좋겠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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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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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론타이는 여기서 말한 "일하는 여성들"에게 장엄한 무언가를 요구한다. 그는 "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협소하고 배타적인 애정은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가정의 모든 아이에게 확장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요컨대 붉은 사랑, "사회적 사랑: 숱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다수의 사랑"이라는 지구적 차원의 반란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 P93

전설적인 출판물 《성적으로 해방된 한 여성공산주의자의 전기 Autobiography of a Sexually Emancipat-ed Communist Woman》(1926)에서 밝히듯 섹스를 출산에서 독립시키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을 동일하게 만들고, 무료 탁아소를 세우고, 가족을 폐지하자는 콜론타이의 의제에 대한 당의 지원은 대단히 형편없었다. 특히 "모성과 육아를 국가가 전담하게 하려는 나의 노력은 … 광적인 공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론타이는 프롤레타리아트 재생산 해방정치-이네사 아르망과 클라라 체트킨 같은 인물들 역시 지지한—를 레닌의 책상 위에 잠시나마 올리는 데 성공했다. 어쨌든 콜론타이는 핀란드를 백군에게 양도하기로 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비준한 데 대해 동지들이 좌익 공산주의적 입장에서 항의하는 의미로 물러나기 전까지, 잠깐 동안은 첫 소비에트 정부의 인민사회복지 정치위원이었다. 콜론타이의 가장 이름난 업적은 1918년 아르망과 함께 제노텔Zhenotdel, 즉 당 여성부를 만들고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것이었다. - P96

스스로를 미국여성해방운동의 개척자이자 이론가로 지칭했던 파이어스톤은 "인공두뇌 기반의 사회주의하에서 노동력 자체를 폐지"하고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남녀를 아우르는 사회 전체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계 포궁을 이용한 체외발생은 이 사변적인 그림의 일부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이 아이들과 자기 자신을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로부터 해방시켜, 기술을 장악하고, 일터의 폭압을 일소하고, 노동(심지어는 가능한 선에서 재생산노동까지도)을 자동화하고, 근친상간의 금기를 떨치고, 놀이와 사랑과 섹슈얼리티가 아무런 구애 없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02

파이어스톤은 자신보다 먼저 살았던 콜론타이보다도 훨씬 용감하게 "사랑을 타도하자" ㅡ그러니까 현존하는 사랑을ㅡ고 말하면서도, 이성애와 동성애를 넘어선 "건강한 트랜스 섹슈얼리티"가 오기를 열망했다. 그에 따르면 이 트랜스 섹슈얼리티는 사회 전반에 에로티시즘을 확산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탈바꿈할 것이다. 콜론타이처럼 파이어스톤은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더 나은 사랑, 붉은 사랑을 목표로 삼았다. - P109

슬로건은 이렇게 촉구했다. 전 연령의 여성이여, 당신의 임금을 걷으라!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은 "모든 정부"에 "통보"했다. 이들은 여성이 만들어내는 모든 돈을 "완전히 그리고 소급해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은 숱한 여성들이 자기 집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관점을 담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표현을 제시했다. "그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것이 무급노동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무급 육아, 노인 돌봄, 가사노동, 섹스, 감정노동, 아내 노릇이 사랑의 표현일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투사들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관계와 활동이 노동으로 전환되는 것만큼 우리 삶을 효과적으로 질식시키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달리 말해서 문제는 자본주의하에서 사적인 가정을 돌보는 일은 종종 사랑하려는 욕구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숨통을 조이는 노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성 상사나 남편, 아빠 같은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은 돌봄노동자들이 가족 형태 속에서 맞닥뜨리는(그리고 그들이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교묘한지를 시사한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가정부와 어머니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착취를 끝내기 위한 사전 단계이자, 나아가 콜론타이가 생각했던 새롭고 다른 형태의 사랑, 가족을 넘어선 사랑을 알아가기 위한 사전단계인 이유다. - P121

오브라이언에게 있어서 "샤를 푸리에는 유쾌하게 변태적인 공상과학 작가였고, 퀴어친화적인 미래의 코뮨을 상상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했다." 그는 푸리에에 대한 짤막한 글에서 1600명 규모의 팔랑스테르를, 런던 중심의 모임 ‘세상의 성난 노동자들‘이 2016년에 내놓은 "200~250명으로 이루어진 가정의 단위"에 대한 제안과 비교한다. 오브라이언은 성난 노동자들이 제안한 200명 정도의 규모가 "합리적이고 어쩌면 더 바람직하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200명은 작지 않은 크기의 아파트 건물 하나, 또는 학교나 다른 센터 하나를 중심에 놓고 모인 단독주택 여러 채, 또는 작은 아파트 건물로 이루어진 한 구역일 수 있다. 규모 있는 집단을 위한 조리의 흐름을 감안했을 때 공유 주방은 자연스러운 초기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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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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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가장 근원적인 특징은 돌봄을 사적인 영역에 가둔다는 것이다. 이 인클로저 과정에는 모든 종류의 가족이 의도치 않게 참여한다. - P60

케이시 윅스가 말하듯 "핵가족 모델은 피억압 집단을 국가와 사회, 자본으로부터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국가와 사회와 자본이 과거의 노예, 선주민,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 그 빈약한 보호막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유산과 처방 때문에 주변화된 모든 사람에게 강요한 바로 그 백인, 식민 정착자,
부르주아, 이성애, 가부장적 제도이기도 하다." 가족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퍽 당연하게 부여잡는 방패막이다. 우리가 그 방패막이를 내려놓는 데 동의하지 못한다면, 아마 이 전쟁이 영원히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 P62

프랑스의 비단상이었던 샤를 푸리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유토피아"가 종종 레모네이드 바다와 연결되는 이유를 제공한 인물이다(초기적인 기후생태학자이자 지구공학자였던 푸리에는 정말로 이런 예측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푸리에가 단일 가족 주거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 중 하나라고 지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근본적인 통찰력은 유토피아적인 토지프로젝트 같은 국제운동에 영감을 주었는데, 여기에는 이른바 "주방 없는" 도시 - 개방된 공유 주방과 훌륭한 무료 식당이 갖춰진 근린 -를 지지하여 사적 주방이라는 여성 억압적인 규범을 폐지하고자 했던 이들이 포함된다. - P72

푸리에는 정확히 뭐라고 처방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는 보편기본소득, 시장에서 벗어나기, 비일처일부제, 훌륭한 음식, 모든 세대를 위한 다채로운 오락 같은 것이 있다. 모든 생활은 "팔랑지" 또는 "팔랑스테르"라고 하는 거대한 건물(1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안에서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진다. 날씨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지붕 덮인 보행로가 있고, 최저선의 성적 쾌락이 보장된다. 모든 노동에서 사적인 성격은 완전히 사라진다(일은 모든 아동과 성인이 골고루 나눠 하며, 인간 성격에 확립된 "열정의 끌림 법칙"에 따라 조직된다). 이에 따라 노동은 리비도적인 예술 또는 흥겨운 놀이로 탈바꿈한다. 세심한 안목으로 조직된 정기적인 섹스 파티는 특별한 "요정들"이 주재한다. - P75

식민화 이전까지만해도(때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선주민 부족들 대부분은 가부장제 형식을 거의 또는 전혀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했고, 두 가지 이상의 젠더를 존중했으며, 성적 쾌락에 대해서는 느슨한 사회적 제한만을 두었고, 때로는 (수유 같은) 모성수행을 모든 젠더를 포괄하는 외교적으로 중요한 행위로 개념화했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투스피릿two-spirit* 젠더 주체성과 철학적 전통, 성적 자유에 대한 문화는 이원적인 젠더 구분에 반감을 가진 정착민들에게 4세기동안 영감과 배움을 제공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게이해방운동 공동체 전체가 선주민들의 "퀴어성"을 모방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스스로 남성 정체성과 여성 정체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을 말한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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