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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전형적인 미국 상류층에서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장년기를 보낸 한 60대 남자가 광고 대기업에서 해고 당하고, 새로 새작해본 사업도 망하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바람피다가 아이가 생기고 이혼을 당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정말 이야기의 시작은, 그 이후 그가 '스타벅스'라는 기업에, 그것도 평생 살면서 발 딛지도 않았던 브로드웨이 골목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평소 무서워라 하던 흑인 젊은이들을 상사로 두고, 그 안에서 걸레질 하고, 화장실 청소하며, 진정한 제 2의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사실, 이 책을 한창 읽고 있었을 때, 인터넷 뉴스로 스타벅스가 700여 개가 넘는 점포를 결국 문닫았다는 소식,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을 때 사실 스타벅스가 일하기 좋은 직장, 으로 자주 꼽히는데, 실상 미국 대륙에서는 유학생 차별, 동양인 차별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 등을 들었었다. 미국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이 2007년이니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의 2008~9년의 스타벅스는 아무래도 좀 부정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예전의 스타벅스가 아니라는 둥, 초심을 찾아야지 부활할 수 있다는 둥. 멋진 커피 경험을 내세우던 스타벅스가 기름 냄새 나는 아침에 직접 부친 달걀 메뉴. 같은 것을 내놓으니, 이게 스타벅스인지 맥도날드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메뉴는 결국 없애게 되었지만) 또한 톰행크스 주연으로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 내 머릿속에는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스쳐지나가면서, 이 책과 이 영화 역시 한 편의 스타벅스 PPL이 아닌가 싶어진다.
나처럼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이 책을 보자면, 이미 수 많은 마케팅 서적에서 접해왔던 스타벅스의 경영 방식, 매장의 특징 등을 단지 스타벅스 직원의 시선에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절반. (왜 스타벅스가 이렇게 떴나? 식의 책을 이미 읽은 상태라서 그런지...나로서는 신선함이 좀 덜했다.) 그리고 '스타벅스 좋은 기업'이라는 이야기가 나머지 절반의 절반. 그리고 남은 부분을 둘로 쪼개면 '엄청난 유년 시절과 청년기를 보낸 마이클의 이야기(무려 헤밍웨이와 술을 마시고, 아버지는 뉴요커의 나름 이름난 기자 출신이었으며, 영국 여왕의 폴로 자리에 함께 하고,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함께 공공 사업을 꾸민다.)가 절반, 나머지는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칭찬이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
물론 정말 순수한 느낌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스타벅스 보다도, 예순이 넘은 나이에,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마이클의 용기에 더욱 큰 박수를 주고 싶다. 그라면 아마 스타벅스가 아닌 어떤 직장에 갔어도 곁에 좋은 동료들만 있다면,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다. 단지 그가 대부분이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상류층의 삶에 오래동안 지내왔던 것처럼, 대부분이 사람이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 직장에서 자신의 삶을 담가왔기 때문에 느껴오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 발견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악마는 프란다를 입는다'의 앤디 역시 '원래 직장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받아들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이클은 '원래 이런가 보다'하고 받아 들였을 따름. 그리고 그 안에서 너무 잘 적응 했던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이클의 인생 역전, 그리고 그를 이끌어 준 나이 어린 멘토와 같은 존재인 크리스털. 그들의 인격과 용기,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 하자면 '스타벅스'라는 것이 빠질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면서 그저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나 역시 마이클 처럼 너무 경쟁 사회에 물든 것일까? 아마도 마케팅 서적을 접해온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이 책이 영화로 나왔을 때 스타벅스가 공짜로 누릴 수 있는(물론 상당량의 후원을 했을 거라고 짐작되나) 마케팅 혜택이 먼저 짐작된다. 사실 이 책도 그렇지만, 앞으로 나올 영화 역시 2시간 내내 스타벅스를 비춰줄 것임은 당연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발걸음을 스타벅스로 옮길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감사히도 스타벅스 라떼 숏 사이즈 무료 교환권이 붙어 있지만...영화표에는 아마도 없겠지.)
이 책을 즐기고자 하시는 분은 부디 이런 모든 사회적 센서에 대한 것은 잠시 끄시고, 한 개인의 일생에 대해서 즐기고자(?)하는 마음으로 접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나 버릴 수 있던 순간에 모든 것을 털고 일어나 스스로의 삶을 다시 자신의 힘으로 일으켜 세운, 한 인생의 선배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