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 와일드 단편소설전집
오스카 와일드 지음, 최성진 옮김 / 북이데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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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오스카 와일드.

그 명성으로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람이지만, 나로서는 사실 그의 대표작 하나 변변찮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그의 단편소설전집을 읽고 난 후, 나 역시 미국이 사랑했던 이 대작가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투 썸즈 업!!!

 

이 책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얇은 동화책으로 접해 보았을 '행복한 왕자'부터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서 새빌 경의 범죄'까지. 풍자와 우화로 가득한 13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그 한 편 한 편이 어찌나 해학적이면서도 그 안에 자본주의와 실용주의 사회에 대한 그만의 경각심이 속속 박혀있는지. 그의 문장 하나하나는 눈물 날 정도로 깔깔 웃게 만드는 힘이 있으면서도, 사실 그 웃음은 결코 뒷맛이 개운한 웃음은 아니다. 그의 소설은 단지 그의 풍부한 상상의 세계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머리는 비록 구름 사이에 위치하고 있을 지언정, 튼튼한 두 다리를 현실이라는 곳에 단단히 박고 있는 것이다.   

 

13편의 단편 중에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단편은 단연코 '캔터빌의 유령'이었다. 영국의 고성에 오랫동안 군림하였던 시대 착오적인 유령 켄터빌 경이, 미국의 실용주의로 무장한 목사 가족인 오티스 일가에게 호되게 당하는 것이 그 주 내용이다. 후에 유령의 극락왕생을 돕게 되는 큰 딸 버지니아가 지칠 데로 지친 켄터빌 경을 부드럽게 달래며 건네는 말은 정말 압권이다. 

 

"지금 할아버지(유령)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거기서 마음을 고쳐먹고 사는 거예요.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할아버지한테 무임승차권을 구해 드릴게 틀림없어요. 영혼에도 세금 문제가 있겠지만, 세관원이 모두 민주당원이니까 그런 것은 괜찮을 거고요. 제가 알기로는 지금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문을 새로 만들려고 10만 달러도 넘는 많은 돈을 쓰고 있대요. 거기에 유령까지 더해진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낼지도 모르죠."

 

모든 것이 직설적이어서 심지어는 당사자도 아닌 옆에서 듣는 사람도 불쾌하게 만드는 화법이 판을 치는 요즘 세태에서는 이와 같은 오스카 와일드 식 살짝 비꼬야 주기는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그머니 예의를 차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톡. 쏘아주는 앙큼한 요조 숙녀와 같은 그의 화법이 나는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귀족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사랑의 소중함을 힘껏 외치며, 나눔을 실행하자는, 너무나도 착한 반장과 같은 세계관도 살짝 귀엽다는 생각마져 든다. (그러한 개념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에도 자꾸만 잊혀져가고 비웃음을 당하는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감상이라는 것은, 나의 얄팍한 변명이려나?)

 

역시 고전이 고전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기회가 된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책날개에 쓰여진 그의 대표작들을 더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닿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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