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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 한국형 그레이트 마케터 1호 박찬원의 가슴 뛰는 일과 성공 이야기
박찬원 지음 / 김영사 / 2009년 2월
평점 :
깔끔한 표지 부터가 돋보인다. 마케팅 책이 아닌, 디자인 관련 도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삼성 그룹에서 오랜 기간 마케터서로 근무하여 온 저자의 마케팅 연대기라고 볼 수 있겠다. 이제는 5살배기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소리가 '마케팅'이다. 하지만 저자가 한창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업 내에서도 생소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런 마케팅 불모지의 시대를 열정 하나로 헤쳐 나간 사람들이 바로 저자와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이다.(이 책에서는 유난히 이 함께 했던 동료들의 실명과 그 시절 직책들, 그리고 괄호 안에는 현 직책들을 표기해 놓는데, 모두들 현재 대기업 총수들이다.)
삼성이라는 그룹. 혹은 삼성 재벌. 삼성과 우리 나라의 일반 서민들과의 관계는 어찌보면 애증의 관계일 듯 하다. 드넓은 세계에서 당당한 1위를 차지한 사랑스런 우리 기업이기도 하고, 모두가 부러워 하는 삼성맨으로서 살고자 치열하게 취직 다툼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갖 굵직한 스캔들과 비리로 얼룩졌던 시기도 있었으며, 노사 문제, 태안 반도 문제 등의 민감한 문제가 여전히 산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맨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또 따라올 자가 없어서, 그들의 맹목적으로까지 보이는 충성은 삼성맨이 아닌 비삼성맨에게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사실 이 책을 쭉 읽어 내려가면서 책의 절반 정도에 다다를 때 까지 내 마음은 사실 꽤 불편하였었다. 특히 유난히 많은 지면을 쏟아가며 이야기를 한 미원과 미풍의 피튀기는 싸움은,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싶은 철저히 삼성 측의 시선으로 인하여 그 전에 내가 지니고 있던 배경 지식과 상충하는 부분도 있어서 살짝 불편한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마케터로서는 당연한 일인 듯 싶다. 자신의 상품에 대한, 그리고 자사에 대한 100%, 아니 200%의 신뢰감이 없다면, 어찌 소비자 앞에서 당당하게 구매를 권할 수 있겠는가? 이 역시 저자가 성실한 마케터라는 반증이 되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책은 단순힌 마케팅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이 가벼워 보이는 책 한 권에 마케팅은 기본으로, 인적 관리, 유통, 홍보, 광고에 이르기까지 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이 생생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무엇보다도 철저히 현장에서 발로 뛴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놓았기에 이론만으로 딱딱해진 우리의 머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생과 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마케팅 현장으로 초대하여 준다.
많은 마케팅 서적들 가운데 현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낸 이야기를 꺼내는 책들이 난무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또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크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독자들에게 하나도 남김없이 전해주고 싶다는 열정이 무엇보다도 가까이 다가오는 책이었다. 우리가 당장 대기업에 갑자기 취업하여 일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마 그 세계를 경험하고, 교훈을 얻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마케팅 서적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점점 부풀어만 간다. 이 책은 앞으로 두세번 더 복습하여도 좋은 책이라는 확신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