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
이희인 지음 / 테오리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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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쥐스킨트의 작품들이 리뉴얼시리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팬으로서 망설였다. <좀머씨 이야기>를 필사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콘트라베이스>도 읽었다. 다시 읽으면 어떨까?

 

이희인씨가 소개해준 스물 네 편의 희곡 속에 마지막으로 <콘트라베이스>가 있어서 기뻤다. 배우 명계남씨의 연극도 생각나는데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방송(EBS)으로 본 기억이 난다.

 

《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이희인, 테오리아, 2019)에 소개된 희곡 중 읽은 희곡은 첫번째로 소개된 《오이디푸스왕》과 《콘트라베이스》다. 본 연극은 몇 편 된다. 새롭게 알게 된 고전연극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이 기억을 소환해주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말할 수 없다면 안다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을 다시 한다.

 

모두 스물네 편의 희곡이 소개되어 있는데 단편적이지만 핵심내용을 응축해서 알려주는 까닭인지 아주 편하게 읽었다. 저자는 희곡이 읽기 어렵지만 읽을 수 있다, 읽으면 좋다, 읽게 될 것이다를 예언해주는 듯하다. 덕분에 읽고 싶은 희곡이 많아졌다.

 

작품마다 칼럼 형식의 소개글과 덧붙이는 말로 구성되어 있는데 덧붙이는 말은 짜투리기사같은 느낌으로 작가의 특이한 이력이나 공연소개, 공연에 대한 감상을 전해주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짧은 소개글임에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 태도를 볼 수 있어 감탄했다. 변화된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서 지혜로운 모습까지 엿보였다.

 

책을 읽다보면 희곡, 연극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역사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극을 보는 관점에 대한 조언도 곳곳에 숨어있다. "쉽게 무대에 올리기 힘든 대작 연극들은 애써 챙겨봐야", "해석이 조금씩 달랐던" 작품들이 있으니 몇 번 보아도 괜찮다고 넌지시 알려주는 듯하다.

 

책을 읽고 가장 보고나 읽고 싶은 작품은 《메데이어》《고도를 기다리며》《사천의 착한여자》《밤으로의 긴 여로》그리고 《현자나탄》이었는데 저자처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나 아렌트가 레싱상을 수락했다고 해서 레싱이 누구인가 찾아본 기억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싸우게 하는 신이란 대체 어떤 신인가?" 하는 물음이 뭉클했다.

 

닐 게이먼의 《굿닥터》도 보고싶다고 메모했는데 이미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웃다가 울면서 본 <루나틱>이 《굿닥터》를 음악극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연극계 토대가 무너진다는 기사를 봤다. 공연예술인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검색을 통해 2020년이 연극의 해,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연극은 우리 곁에 계속 머물고 있었는데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이 씁쓸하다. 아이를 데리고 연극을 봐야겠다. 희곡도 한 편 읽어야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읽어볼까?

 

이희인씨의 다른 책을 볼까? 도 생각했다. 책을 통해 희곡의 재미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저자의 재기발랄함이랄까 즐거운 꿈꾸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어디서나 꿈꾸고 있을 저자를 그리다보면 나도 꿈꾸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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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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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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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은유님 책은 무조건 사려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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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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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주인공, 화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소설 속 주인공들-엄마, 고모, 한민 그리고 어쩌면 할머니도 성장하고 있었다. 슬픔과 고요로 가득했던 소설의 시작이 어두워서 안타까웠는데 마침내 홀로 성장해나가는 수지의 모습을 보니 학생들에게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책을 듣는 시간》(정은, 사계절)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수지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풀어가는 이야기속에서 내면의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과 사회속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수지를 통해 드러내주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소설 초반의 소리가 없는 세상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부분들, 또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 때문에 저자 정은 씨가 궁금했다. 사계절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은 저자의 첫 소설이었고, 직접적인 경험이 아닌 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문인지 '첫 소설'이라는 장점과 아쉬운 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와닿는 문장이 많았는데, 탁월한 감수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게 첫 소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떤 맥락 속에서도 그 문장들은 빛을 발하니까 말이다.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한민이 들려준 인생의 조언들은 모두에게 유용할 듯하다. 뜻밖에도 소설 속의 명언들이 많아서 심쿵했다. 너무 좋은 말이라 왠지 겉도는 느낌도 들었지만;;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행동하는 방식대로 너 자신에게 행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꺼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고 나면 너 자신을 대하듯이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거야. 불필요한 위로를 하지 않게 되지. 누구에게나 삶은 한번뿐이지. 후회하지 않을 선택만 해야 돼. 너의 삶이니까. 선택은 언제나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하는 거야...."(125, 할머니)

 

"세상에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없어. 대신에 사람마다 행복한 시기와 불행한 시기가 있는데 너희 엄마는 잠시 불행하고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시는 중일 거야.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130, 한민)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충고는 이거야.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많을수록 잘 살고 있다는 증거야. 그런 순간이 네 인생을 바꾸는 거야. 지나고나서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이 인생을 덜 후회하게 만들었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 (142, 고모)

 

책을 덮고 나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때, 불현듯 수지의 엄마가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다. 수지의 엄마는 왜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할머니 곁에 남아야했던 것일까. 수지의 아빠는 어디에 있는가? 혼자 아이을 키워야 했던 힘겨움과 아이를 보호하고 싶었던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지는 '이해'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한테 온전히 이해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니?"(81)라고 물었다가 "사람이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더욱 엉망진창이 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101) 더구나 수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때때로 너무 노력하는데 나는 그런 내가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119). 공감했다. 나또한 이해하려고 애써왔으니까. 이해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해서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도 있다.

 

소설은 내가 장애에 대해 무심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일방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수지엄마가 수지를, 수지가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문득 내가 놓치고 있는 감각을 느껴보는 '산책'의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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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닌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 선택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아우름 36
류대성 지음 / 샘터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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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마주하는 자세‘라는 게 있구나;; 할까 말까? 늘 고민하고 사는 내게 딱 일 것만 같은 책;;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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