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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와 체리 씨
베라 B. 윌리엄스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느림보 / 2004년 1월
평점 :
<엄마의 의자>, <내게 아주 특별한 선물>, <우리들의 흥겨운 밴드>를 읽고 나서, <체리와 체리씨>를 읽는다.
베라 B. 윌리엄스는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사랑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작가에 대한 정체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처음에는 궁금하기도 했지만 편견으로 읽지 말자고 생각하여 모른 척했고, 이번 <체리와 체리씨>를 읽을 때야 짐작을 굳혀가고 있다.
아직도 검은 피부의 아이가 등장하는 동화책을 그것만으로 특별하게 여기는 세상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런 세대의 사람이다. 앗, 등장인물이 소수민족이라는 것만으로도 애정이 간다. 내가 여성이라는 약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습관인 것 같다.
어찌되었든 사랑스런 로사(<엄마의 의자> 등)의 이야기에 흠뻑 젖어 베라 B. 윌러엄스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러 비데미(<체리와 체리씨>)의 마커를 따라 간다. 비데미는 모두 함께 마음껏 체리를 먹고 체리씨를 뱉게 되는 날을 소망한다.
그림은 사실적이지만 화려한 체리색이 가득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의 마음이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로사의 이야기는 어떤 의식 같은 것 없이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동네 이야기 같았는데 말이다. 체리와 체리씨를 통한 인류화합, 뭐 그런 의미를 던져 주고 싶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티가 나니 난감하다.
평화운동가로서 베라 윌리엄스의 마땅히 역할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운동가로서 또, 작가로서 두 정체성을 살리는 일,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베라 윌리엄스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