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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고령화 가족"을 읽었다.
굳이 리뷰를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몇 자 쓴다.
다른 사람들처럼 멋있고 유창하게 감상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 감동을 뭐라고 끼적여 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북받치는 그리움 또는 서러움 같은 마음으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재미있었다.
아주 우연히, 정말 우연히 동네 도서관 새책 책꽂이에 "고령화 가족"이 있었다.
신문에서 서평을 읽은 기억이 났다.
책표지를 넘기고 그대로 멈춰 서서 읽기 시작했다.
"몸이라도 팔 수 있다면 팔겠지만 머리가 벗겨져가는 마흔여덟의 중년 남자"가 키득거리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소. 조용한 도서관에서 몸둘바를 모르고 눈치를 보다가 책을 빌렸다.
시험이 한 달 남았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험. 물론 이 시험을 준비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환을 기대하기는 좀 어설프다. 다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전환을 꿈꾼다.
그렇게 전환을 위한 공부를 뒤로 미루고 "고령화 가족"을 끝까지 읽었다.
끝까지 재미있었다.
아, 그런데 나는 슬펐다.
무엇이 슬픈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슬프고 또 슬퍼서 급기야는 서럽게 울었다.
오래전 읽었던 박민규씨의 단편소설 "낮잠"이 떠올랐다.
블랙코미디같은 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설레게 하는 듯하다.
감상문을 쓰게 되면, "고령화 가족"에 나온 '얼굴'들을 모아 얘기해 보고 싶었다.
주인공 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소개할 때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문장으로 소개한다.
그 문장은 그 사람이 가진 직업이나 인생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직장을 잃고 방황하던 무직자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씌여있지 않다고 했으니까.
내 얼굴에는 뭐라고 씌여있을까?
거울을 좀 들여다 보아야겠다.
아, 동네 할머니들의 수다도 재미있었는데...
재미는 한둘이 아니지. 정말 맘잡고 독후감을 써야하는데... ㅎㅎ
천명관 씨가 이 글을 읽을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고 슬프게 잘 읽었다고, 감사하다고,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으며,
읽고 나서 마음이 축축해졌지만 곧 기운낼 것이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2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