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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글, 양윤옥 옮김, 북하우스 펴냄, 2000

 

 

필독도서였는지, 권장도서였는지 아이들이 자꾸만 이 책을 찾았다. 빌려가고 되돌려주고 다른 사람이 다시 빌려가고. 책의 유명세는 들었지만 솔직히 책이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다. 책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희망을 이야기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입견도 있고, 무작정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도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찾는 책이니 어떤 책인가 들춰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라 미쓰요.


1965년 10월 18일생.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당한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중학교 2학년 때 할복자살을 기도한다. 그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비행을 일삼는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야쿠자 보스와 결혼하고 등에 문신을 새긴다. 이혼하면서 6년 동안 몸담았던 야쿠자 세계를 떠나 호스티스로 전전하며 폭음을 일삼는 나날을 보내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만난다. 그 이후 한자도 제대로 못 읽는 실력으로 공부에 매진하여 공인중개사, 사법서사 자격 시험에 연달아 합격하고, 마침내 스물아홉 살에 '일본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현재 그녀는 변호사로서 비행 청소년 갱생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첫 쪽을 펼쳐보니 글씨가 크고, 단나누기도 많이 되어 있고, 행과 행사의 폭도 넓다. 아이들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 쓰여졌나 보다.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속도감이 있었다. 궁금했으니까 말이다. 장황한 묘사보다는 상황(사건)을 사실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미쓰요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미쓰요를 믿고 무조건 그의 편에 되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나도 속상했다.
어찌 보면 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용기와 노력에 나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다 읽고, 책상위에 놓여진 책을 보고 친구가 들춰보더니 갑자기 물었다.
"문신은 어떤 모양이래?"
엥? 뭐였더라 ㅋㅋ 하루밖에 안 됐는데... 에구구....


미쓰요는 문신을 지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전부 지워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시치미를 떼고 사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과거에 내가 저지른 일들은 그대로 평생 짐 지고 가야죠. 그걸 등에 진 내가 이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은 없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우지 않고 있었어요."


미쓰요의 문신 문양은 "두 마리 뱀이 관음상을 휘감고 있는 것"이었다.


미쓰요의 마지막 인삿말을 옮긴다.

 

오히라 씨로부터 받은 글-


지금이 바로 출발점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우리 자신을 훈련하는 터전이다
실패도 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
살아있음이 흥겨운 훈련장이다
지금 이 행복을 기뻐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행복해지랴
이 기쁨을 발판 삼아 온 힘으로 나아가자


나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있다
지금 여기서 노력하지 않고 언제 어딧 노력하랴.


- 쿄토대선원 오제키소엔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만약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든다 해도, 결코 생명을 끊는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죽어도 지옥이고, 운좋게 살아난다 해도 다시 일어서기까지 또 지옥이므로, 지금 당신에게 찾아든 괴로움이나 슬픔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며,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됩니다. 부디 긍정적인 자세로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나쁜 길에 빠져들려 마음먹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학교,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나쁜 짓을 하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해도 그것은 모조리 당신 자신에게 되돌아올 뿐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몇 배나 되는 엄청난 결과가 되어서, 부디 주위 사람들이 들려주는 말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인생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이미 나쁜 길로 빠져버렸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바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십시오. 앞으로도 수많은 고난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당신에게는 그것을 견뎌낼 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이 당한 그 숱한 힘겨운 일도 있지 않습니까. 하나한 고난을 뛰어넘어, 당신의 손으로 행복을 붙잡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젊은 당신, 절대로 포기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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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고아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의 고아

모리 에토(1994), 고향옥 옮김, 생각과느낌, 2004


감상을 이야기 하기보다,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적는다.
더 많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이다.
책이름의 비밀을 알려준다.
모리 에토의 글에는 이렇게 책이름의 비밀이 있다.
<컬러풀>도 그랬다.
어쩌면... 어떻게 이렇게 성장소설을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참, 글은 좋은데 편집이 별루다. 삽화도 좋지만 문단나누기를 너무 많이 해서 페이지수를 늘린 것은 좋지 않다-.-;;

 

 

“너 울어?”
깜짝 놀라 물었더니,
“스미레 선생님이 말했어.”
훌쩍거리면서 키오스크가 이상한 말을 했다.
“스미레 선생님?”
갑자기 왜 스미레 선생님 얘기가 나오지?
“선생님이 학교 그만두기 전에 우리 집에 오셨어. 2학년은 C반의 다른 애들은 괜찮지만 나는 걱정이래. 우리 집에 와서 그러셨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가장 힘들 때는 자기 힘으로 혼자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고.”
아야코가 내민 꽃무늬 손수건으로 키오스크는 얼굴을 북북 문질렀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우주의 고아.
머리까지 뒤집어 쓴 담요를 홱 걷어 버리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몸을 덮쳐 올 것 같은 진한 감색 어둠에 숨이 막혔다.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하늘은 이렇게 어둡고, 끝이 없고, 그리고 몹시 거칠어진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들의 빛이 강해지고 약해지면서 앞을 다투며 반짝거리고 있다. 스미레 선생님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누구나 가장 힘든 때는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을.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미숙한 지혜를 짜내어, 엉터리였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해 왔다. 소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려 나도 함께 뛰려고, 계속 뛰려고 했다.

14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하여 린과 즐겼던 시시한 놀이들. 그런 놀이에서 나는 분명히 배웠다. 머리와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얼마든지 밝을 수도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우주의 어둠 속에서 삼켜지지 않는 방법. 고아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말야.”
키오스크의 속삭임에 나는 문득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주 잠시 동안 여기가 지붕 위라는 것도, 옆에 키오스크와 린과 아야코가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를 더 열심히 찾으라고 선생님이 말했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키오스크가 말했다.

"손을 잡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순간, 내 손을 잡은 키오스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칠했다. 아까보다도 미묘하게, 하지만 확실히 따뜻해져 있는 키오스크의 손. 전해 오는 그 희미한 열을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다 같이 손을 잡자.”
아야코가 여유 있게 말하며 웃었다.
“우리 또 재미있는 노리도 생각해. 다음엔 더 안전한 걸로.”
린도 활짝 웃었다.
“나도 끼워 줄 거야?”
불안해 하는 키오스크의 우는 얼굴을 보고 모두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키오스크는 금세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내일부터는 어떤 가혹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질리지 않는 친구들의 웃음 띤 얼굴이 있어 기쁘다. 서로서로 맞잡은 손에서 전류처럼 흘러오는 린과 아야코와 키오스크의 따스함. 마음의 휴식.
“그럼.”
나도 그 친구들을 보고 웃었다.
“다음엔 뭐하며 놀지?”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듯 우주의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193-195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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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 - 사계절 1318 문고 3 사계절 1318 교양문고 3
도종환 외 20인 지음, 강혜원 엮음 / 사계절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서른이 다 되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내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청소년 친구들은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루쉰의 '등야선생', 신영복의 '청구회의 추억', 장기표의 '사랑의 원리'는 읽고 또 읽게 된다.

문득문득 생각날 때 책장에서 꺼내보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 일에 지쳐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질 때면, 고개를 들어...' 

등야선생의 사진을 들여다 보는 루쉰의 마음처럼 그렇게...

지금은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고, 잘 안 읽히더라도

 어떤 날, 불현듯 이 책이 가슴에 닿고 심장에 녹아 스며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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