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 2 - 완결
전은정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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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벨 시리즈는 초기부터 관심있게 지켜봐 왔다. 첫 번째 출간작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는 아직도 다음권을 기다리고 있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며, 출간예정작 중에서도 재미있게 읽어온 것들이 여러 작품이다. <강희>를 이제야 접한 것이 늦될 정도로. 그러나, 그 비어 있는 시간동안 기대가 부풀려진 걸까? <강희> 1권은 연재분을 읽어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2권은 기대에 백 퍼센트 답하지는 못했다.

 

권력욕 강한 성도종 대감의 막내딸로 태어난 성강희는 아버지가 정해준 혼처에 반발했고, 단 하룻밤으로 들어선 아이마저 끔찍해하다 패물에 혹해 낳았다. 이윽고 아버지가 몰락하고 집안에서 내쫓긴 그녀는 음식장사로 연명해 나갔고, 버리고 나온 아들은 전남편과 다른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에게 대련을 빙자하여 구타당하는 시종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혈육이라 눈에 밟힌 아들에게 매도당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성강희는 이윽고 서른두 살에 죽었다.


그리고 열아홉 강희가 눈을 뜬다. 비참했던 인생의 꿈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이른바 개과천선한 강희는 과거와 퍽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그녀의 변화로 인해 아버지며 남편 채운, 시동생 만운, 왕세자와 왕세자비 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다.

 

이른바 회귀물의 나비효과와, 과거의 사실대로 흘려가는 것이 맞물려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자아내가는데, 시대물도 회귀물도 좋아하는 터라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별점이 셋뿐인 것은, 2권에서 1권만큼의 힘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1권의 주제가 변화한 강희와 그로 인해 변해가는 미래라면, 2권은 채운과 강희가 맞은 위기와 그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다. 그러나 핵심이랄 수 있는 도주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두 권 중, 첫 번째 권이 술술 넘어갔던 것에 비해 2권의 중후반부가 다소 애매했다. 강희와 채운, 주변 사람들에게 번져나가는 이야기가 매끄럽다기보다는 다소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든달까. 1권에서의 두근거림이 지속되지 못하여 아쉬웠다.

 

<꽃송아리> 다음으로 읽은 책이라 몇 마디 덧붙여 적어본다. 꽃송아리는 조선을, 강희는 고려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다. 꽃송아리는 역사적 인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만 강희는 그렇지 않다. 또한 전자는 완결까지 연재되었지만, 후자는 1권까지 연재되고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으로 읽어보니 강희가 연재된 부분이 딱 1권까지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뒷목을 잡았던 기억도 난다. 연재와 책으로 읽는 느낌이 다른 만큼 강희 2권도 연재로 읽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 1권 p.182에 '수'를 설명하면서 위諱라고 적혀있는데 휘諱 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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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아리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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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로 읽었기에, 책으로는 퍽 늦게 접했다. 담박한 한지무늬에 붓으로 쓴 듯한 제목의 서체, 연재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표지를 펼쳐 한 편 한 편 읽었던 글을 한달음에 읽어내려갔다.

조선의 종친으로서 굴레에 묶여 살아가는 해평군 서와 유민의 딸로 아비에게 팔리려던 차 서에게 구해진 연. 서는 연의 미소를 보며 위안을 얻고, 연은 서를 만나 (그녀의 자매가 걸어온 길을 보면, 연은 분명 행운이었던 것이다) 인생이 변화한다. 서로에게 애틋한 연심을 품지만, 종친의 불안한 삶이기에 연을 붙잡을 수 없는 서, 신분차 때문에 감히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는 연. 이윽고 둘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게 되지만, 여전히 종친이며 그 종친의 첩밖에는 되지 못했다. 결국 위태로운 정국에 휘말려 두 사람 모두에게 위기가 찾아드는데…….


조선 정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정석적인 역사적 인물들과,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가상 인물들이 어우러진 가운데, 시대의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으나 그만큼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서와 연이 주인공이지만 서의 어머니 세대부터, 서의 친우 윤겸과 서와 연 모두와 기막힌 인연으로 이어져있었던 도혜, 눈물밖에 남지 못했으나 불꽃같았던 사랑을 한 온경... 하나하나가 솔직히 사랑하여 제 길을 걸었다. 시대물이지만, 움직이는 인물들은 현대와 다를 것 없었다. 사랑하였노라, 그 말만 남았다.

 

장미의 정원, 은월연가, 문 플라워, 바람이 분다, 어루만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진주님 소설을 몇 권이나 읽었다. 은은하니 고요하며 반듯한 소설들. 조선판 사사생이라는 말답게 꽃송아리에서 묘사되는 녹음 한 켠에선 남우와 이현을 떠올렸다. 사사생과 꽃송아리를, 남우와 이현·서와 연을 나란히 꽂아두고 언제고 눈 아리도록 진초록 담담함이 필요할 때 펼쳐보려 한다.

 

 


죽음도 삶도 함께하자 굳은 약조하였으니

당신의 손을 잡고서 당신과 해로하리라. - 시경 격고 4장 중에서, p.325

 

"세상과 맞설 힘이 제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이들을 지켜 낼 수 있는 힘이…… 그런 힘이 제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때문에 (……). 헌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저는 어찌 해야 하는 것입니까?"
"비를 그치게 할 수는 없으나 그 비를 피하지 않는 사람이, 무수한 정한을 가슴에 묻고도 기꺼이 세상의 무게를 견디는 사람이 바로 강한 사람이다. 너는 그런 사람이다, 연아. 허니 어떤 순간이 와도 네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약조해 줄 수 있겠느냐?" - p.525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이 남아도 해가 될 뿐이며

부귀의 지극함도 거짓되고 수고로우니

어찌 산속 조용한 밤

향 피우고 조용히 앉아 소나무 소리 들음만 하리오. - 단원 김홍도, 산거만음,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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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사랑에 살다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역사의 수많은 라이벌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여인들, 인현왕후와 장희빈. 두 사람은 똑같이 굴곡 있는 인생을 걸었다. 인현왕후가 인고의 시간을 보낼 때 장희빈은 영화의 절정에 있었으며, 장희빈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졌을 때 인현왕후는 다시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현왕후는 명문권세가의 딸로 태어나 당연한 듯 왕비의 자리에 앉았지만, 장옥정은 역관의 딸로 태어나 곡절 많은 사연을 거쳐 이윽고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마저도, 두 사람의 끝은 빛과 그림자만큼이나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현왕후전, 혹은 사씨남정기. 역사의 승리자 인현왕후를 중심으로 쓰여졌고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책들이다. 그렇다면 장희빈은? 비록 인현왕후전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진 못할 테지만 어쨌거나 함께 읽을, 이른바 장희빈전으로, 이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어떨까.


이 소설은 장옥정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아버지를 잃고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녀, 그리고 마음을 잡지 못하고 노름판을 전전하는 하나뿐인 아들이자 오라비. 장희빈이 정말로 이리 궁핍한 처지였고, 한때 유행을 선도할 만큼 센스며 손재주가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지나친 파격은 어쨌거나 픽션으로서 즐겁게 읽혔다.


어머니의 출신 때문에 아버지와 교분이 있었던 역관의 아들이자 어린 시절 사이가 좋았던 청년과의 혼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옥정은 자신의 미모에 눈을 둔 당숙에 의해 입궁을 선택하게 된다. 일개 궁녀인 옥정이지만 숙종-이순과 우연히 마주치고, 한 번은 그를 거절하였으나, 인경왕후와의 인연으로 인경왕후가 죽어가는 자리에 이순을 입회시키면서 그녀 사후 서로 마음을 주고받게 된다. 한 번은 명성왕후-숙종의 모후인 대비에 의해 궐 밖으로 쫓겨나지만, 대왕대비 등의 협력으로 인연을 지속하게 되고 이윽고 김대비 사후 궁으로 돌아가게 된다.


옥정이 없는 사이, 중궁전에는 새로운 주인이 등장해 있었다. 계비 민씨, 훗날의 인현왕후이다. 장희빈이 그러했듯 인현왕후 또한 지금껏 우리가 지녀 온 이미지와는 다르다. 옥정을 미워하고, 아이를 염원하던 그녀는 자신이 석녀라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에 자신에게 남은 것이 자존심만, 아들 없는 자신을 지켜줄 것은 가문만, 자식 없는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덕 만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폐출당하면서 옥정만큼이나 이순을 미워하게 된 민씨는 왕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끝내 옥정의 죽음마저 부르고 말았으니, 사실 이순보다 더 질기게 엮여 있는 것은 이 두 여인의 악연일지도 모른다.


서인의 상징이던 인현왕후가 죽었으니, 남인의 상징인 장희빈도 죽어야 한다. 이 작품에서는 후궁을 신하들의 대리전으로 이용한 이순의 비정함이 유독 선연하다. 이순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느 숙종보다도 냉철하고 변덕스럽다.

옥정이 중전 민씨에게 회초리를 맞은 날 복수를 다짐하더니, 이내 그녀의 머리 위에 왕비의 관을 씌워주었다. 그러나 마음이 변하자 그 둘의 위치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냉철하게 바꿔내고, 중전 민씨가 죽자 옥정의 존재가 또 다른 사화를 불러일으킬까 염려하여 그녀에게 죽어달라고 말한다. 화근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아내이자 아들의 어머니에게 죽음을 요구하는 그 모습은 그가 사랑한 것이 진정 그 자신, 그가 지닌 왕의 권력 뿐인 듯, 일그러진 인간의 초상이다. 사실 가장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왕일지도 모르겠다. 옥정이 사랑에 살았다면, 이순은 권력에 산 게다. 작중에서 민씨가 회고했듯이, 그것이 옥정의 비극이었으리라.


숙종과 장희빈과 인현왕후. 이 셋 뿐만 아니라 사회의 시선 역시 적나라하게 비추어보였다. 인현왕후는 명문권세가의 딸로 태어나 당연한 듯 왕비 자리에 올랐으나, 장옥정은 역관의 딸로 태어나 궁녀로서 후궁을 거쳐 왕비 자리에 올랐다. 인현왕후는 늘 가엾은 조강지처요, 장희빈은 늘 요망한 첩이었다. 작중에서 사람들은 늘 인현왕후를 동정하거나, 그녀의 편을 들어 장옥정을 괴롭힌다. 그리고 그것은 정의의 편에 선 자들이 그 이름을 업고 저지르는 모든 일처럼, 당연하고 심지어 자랑스러운 일이다. 물론 인현왕후는 적법한 왕비이고, 장옥정은 후궁일 뿐이다. 하지만 장옥정에게도 하고픈 말이 없었으랴? 그녀에게라고 진심 한 자락 없었을까? 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과거와 비참한 최후. 역사 속에서 인현왕후의 편에 선 이들을 손에 꼽기도 지치니, 장희빈의 손도 한번쯤 들어줄 만하지 않은가? 이 드라마틱한 소설을 읽고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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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합본] 광시곡 (전3권/완결) 광시곡
이리리 / 로맨스토리 / 201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시대만큼이나 격렬한 사랑을 한 조선인 피아니스트 여주와 러시아인 오스트리아 장교 남주. 조국 문제로 여주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지만 비중이 별로 크지 않고, 로맨스 위주라는 느낌입니다. 여러 문제로 두 사람 사이가 참 힘들지만, 해피엔딩이네요. 남주와 여주 가족들의 만남이 없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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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경성사건부
정지원 지음 / 가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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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님 글과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읽었는데 대만족입니다. 경성이 배경이지만 역사적 관련이 깊게 느껴지지는 않고, 로맨스는 본격적이라기보다 양념 같은 수준. 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남주 못잖게 제 몫을 당차게 하는 여주도 멋져요.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좀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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