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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영화화된 작품도 많고 여러모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어쩐지 지금까지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게 조금 신기할지도. 어쨌든 추천을 받아서 어떤 책을 먼저 읽어볼까, 했더니 이 책을 추천해줘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은 사건의 시작과 함께. 독자는 사건을 풀기보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천재와 해명해내려는 천재― 숨기려고, 밝히려고 하는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반전이 등장하지만.
[ "그 사람에게 데이도 대학 이공계 졸업생은 동기생도 아냐. 자신과는 인종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 p.116 ] 이 소설의 두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수학 선생님 이시가미는 이과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구사나기처럼 이 사람들은 다른 인종이야; 라고 느껴지면서도, 딱히 소설 전개에 영향갈 정도로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용의자 X는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다. 제목의 '헌신'이 향하는 방향은, 단지 그 여성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순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헌신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어쨌든 이시가미도 유가와도 멋진 인물이다. 유가와가 등장하는 소설들을 좀 더 읽어볼까 한다.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수학의 새로운 문제 하나가 생각났어. 시간 날 때 좀 생각해주지 않을래."
"뭔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 p,171
"정말 재미있었어. 이전에 자네가 이런 문제를 낸 적이 있었지.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렵겠느냐고. 기억해?"
"기억하고말고. 내 대답은 문제를 만드는 쪽이 어렵다였어. 문제를 푸는 사람은 늘 출제자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럼, 그렇다면 P≠NP 문제는?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간단할까?"
유가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시가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먼저 답을 제시했어. 다음은 남이 낸 답을 들어줄 차례야."
그렇게 말하고 이시가미는 유가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시가미……."
"그럼 잘 가게."
이시가미는 유가와에게 등을 보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잔뜩 넣고.
이제 여기서 끝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 물리학자는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 - p.306
+ p.340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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