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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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옌은 빅 포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리창옌은 전체를 통제하고 움직이는 존재다. 그러므로 나는 리창옌을 1인자라고 지칭했다. 2인자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를 상징하는 것은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두 선이 있는 S모양, 즉 달러를 나타내는 모양이다. 또 두 줄과 별 하나도 그를 상징한다. 따라서 2인자는 미국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고, 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3인자가 여성이고 프랑스인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상류층 요부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도 있으나, 어떤 것도 분명치는 않다. 4인자는……."
"파괴자." - p.19

"이건 생사를 건 싸움이라고, 몬 아미. 너와 내가 한쪽에, 빅 포가 다른 한쪽에 서 있어. 첫 번째 계락에서는 그자들이 이겼지만, 나를 쫓아내겠다는 계획은 실패했으니 앞으로는 에르퀼 푸아로를 염두에 둬야 할 거야!" - p.29

"몬 아미, 그자는 에르퀼 푸아로의 작은 회색 뇌세포를 간과했어."
푸아로에겐 장점이 여럿 있었지만, 겸손만큼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 p.155

 

제목 그대로 빅 포라는 의문의 세력과 에르퀼 푸아로가 대결하는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가운데 제일 재미없었다; 푸아로며 헤이스팅스, 주변 인물들, 그들의 실마리를 가진 자들이 차차 죽어가는 등 생명의 위협을 받는 긴박한 전개이긴 한데, 너무 음모론적인 내용이라 그런가 좀 뜬구름 잡는 기분도 없지 않았고... 암살자에게 쫓기고 암살자를 쫓는다는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갑자기 국가적인 규모로 스케일이 커지는 것 등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 파괴자의 캐릭터 자체는 괜찮았는데 소설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차지 않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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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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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타샤 튜더 / 시공주니어

 

인도에서 자라난 메리 레녹스라는 소녀가 부모님을 잃고 요크셔 황무지 너머에 있는 미셀스와이트 장원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리는 고모가 세상을 떠난 뒤 폐쇄되었다고 하는 비밀의 화원을 찾아내고, 밤중의 울음소리를 따라가 그녀 못지않게 신경질적인 사촌 콜린을 만난다. 홀로 제멋대로 자라난 두 어린아이는 서로를 만남으로써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그들과 곁에, 메리를 돌보는 하녀 마사의 동생 니콘이 함께한다. 마사와 니콘의 모친 소어비 부인은 평범한 주부이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콜린과 메리를 도와준다. 크레이븐 씨에게 아이들에 대해 조언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변화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식사를 남기면서 한편으로 배고파하는 아이들에게 갓 구운 빵이며 우유, 달걀과 감자 등이 든 바구니를 들려 보내는 센스도 있다. 자신들만의 비밀에 흥겨워하며, 자연에 함빡 잠겨 활기를 찾은 아이들은 마침내 주변 사람들마저 변화시켜 해피 엔드를 맞이한다.

 

 

비밀의 화원이 읽고싶어져서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나온 책을 구입했다. 어릴 때 읽었던 책과는 달리, 마사와 소어비 부인, 디콘 등이 사투리를 쓴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게 읽혔다. 타샤 튜더의 삽화도 좋았다. 책을 읽어보니 비밀의 화원은 1910년 나온 책인데, 지금은 2010년. 백 년이나 된 글은 어린 시절 처음 읽었을 때와 다름없이 황무지로 나를 인도했다. 비밀의 화원에서 세 아이들이 흙을 파고 즐겁게 뛰어놀고 맛있는 음식을 정말로 맛나게 먹을 때, 읽는 사람도 마치 그들 곁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아프게 했던 콜린이 '긍정적이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마법'은 다시 읽어도 멋졌다. 동물과 친하며 누구 앞에서도 반듯한 태도를 견지하는 니콘, 무엇보다 글 초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으리만큼 변해가는 메리의 모습은 정말로 '마법'이었다. 정말로 이런 책이 '명작동화'이구나-라고 느꼈다. 화원을 꾸미지는 못하겠지만, 표지의 메리처럼 줄넘기라도 들고 새 공기를 쐬러 나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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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마냥 화사하다고만 생각했던 이 표지가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잃고, 목사인 아버지마저 천국으로 떠나게 되자 이모 폴리 헤링턴에게 맡겨지게 된 열한 살 소녀 폴리애나 휘티어. 나열해봤을 때, 그녀는 부모를 잃고 친척에게 맡겨지게 된 불쌍한 아이이지만, 아이는 그 조건에서조차 기쁨을 찾아내고자 한다.

인형을 갖고 싶었지만, 지팡이를 받은 폴리애나와 아버지는 '뭐든지 기뻐하는' 게임을 시작했었다. '인형이 아니라 지팡이를 받았지만, 지팡이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게 기쁘다' 로부터 시작된, 아버지가 가르쳐줬던 '기쁨 놀이'를, 아버지가 떠난 후에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주근깨를 안 봐도 되니 거울이 없어도 괜찮고, 좋은 경치가 있으니 그림이 없어도 되고…… 우울해 보이는 주변 사람들, 불평만 하는 무뚝뚝한 사람들이나 마음이 맞지 않아 싸우는 이들에게까지,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가 찾아든다. 이렇게 명랑하고 귀여운 아이가 있다면, 그 앞에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이윽고 늘 밝게 웃을 것만 같았던 폴리애나에게 찾아온 위기에, 그녀에게 '기쁨 놀이'를 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쁨 놀이'로 기쁨을 모아 폴리애나의 기운을 차리게 하려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하루쯤은 폴리애나처럼 '기쁨 놀이'를 해 보고 싶어졌다. 1913년 태어난 폴리애나가, 2014년의 나에게까지 미치는 이 놀랄 만한 영향이라니!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p.65
"어, 폴리 이모. 그럼 제 시간은 없잖아요. 살기 위한……."
"살기 위한?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그럼 넌 이제까지 죽어 있었니?"
"그런 걸 배우는 것도 좋지만,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잘 때도 숨을 쉬잖아요. 살아 있다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밖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혼자서 책을 읽고, 산에도 올라가고, 톰 할아버지랑 낸시하고 이야기도 하고…… 어제 지나온 저 아름다운 거리에 있는 집들과 사람들 구경하기, 그게 살아 있는 거예요. 폴리 이모, 그저 숨만 쉬는 건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p.70
"재미있네요, 아가씨는……. 이제부터 난 낸시라고 불릴 때마다 '헵'을 생각하며 웃을 것 같아요. 정말 기뻐요……."
그러다가 낸시는 깜짝 놀란 듯 폴리애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가씨는 지금 나한테 이름이 헵시바가 아니라는 걸 기뻐하라는 뜻으로 그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폴리애나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지만 곧 밝게 웃었다.
"낸시, 낸시는 지금 자기도 모르게 그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자기가 지금 기쁨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고요. 익숙해지면 뭐든지 기뻐할 수 있는 것을 자기 주위에서 찾을 수 있어요. 누구든 열심히 찾기만 하면 틀림없이 그런 일을 많이 찾아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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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태양을 삼킨 꽃 9권(완결) 태양을 삼킨 꽃 9
조아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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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연재 완결인 종장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 한 챕터가 더 실려 있습니다. 제도로 귀환, 세일린의 출산, 약혼-혼례식까지요. 슈리아랑 렌카이저의 혼례식 이후 이야기도 좀 궁금해서, 있을지 모를 외전이나 구상 중이시라는 슈리아 자식 대 이야기 등이 기대됩니다. 완결까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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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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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영화화된 작품도 많고 여러모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어쩐지 지금까지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게 조금 신기할지도. 어쨌든 추천을 받아서 어떤 책을 먼저 읽어볼까, 했더니 이 책을 추천해줘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은 사건의 시작과 함께. 독자는 사건을 풀기보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천재와 해명해내려는 천재― 숨기려고, 밝히려고 하는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반전이 등장하지만.


[ "그 사람에게 데이도 대학 이공계 졸업생은 동기생도 아냐. 자신과는 인종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 p.116 ] 이 소설의 두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수학 선생님 이시가미는 이과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구사나기처럼 이 사람들은 다른 인종이야; 라고 느껴지면서도, 딱히 소설 전개에 영향갈 정도로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용의자 X는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다. 제목의 '헌신'이 향하는 방향은, 단지 그 여성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순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헌신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어쨌든 이시가미도 유가와도 멋진 인물이다. 유가와가 등장하는 소설들을 좀 더 읽어볼까 한다.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수학의 새로운 문제 하나가 생각났어. 시간 날 때 좀 생각해주지 않을래."

"뭔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 p,171


"정말 재미있었어. 이전에 자네가 이런 문제를 낸 적이 있었지.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렵겠느냐고. 기억해?"

"기억하고말고. 내 대답은 문제를 만드는 쪽이 어렵다였어. 문제를 푸는 사람은 늘 출제자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럼, 그렇다면 P≠NP 문제는?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간단할까?"

유가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시가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먼저 답을 제시했어. 다음은 남이 낸 답을 들어줄 차례야."

그렇게 말하고 이시가미는 유가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시가미……."

"그럼 잘 가게."

이시가미는 유가와에게 등을 보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잔뜩 넣고.

이제 여기서 끝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 물리학자는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 - p.306


+ p.340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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