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마냥 화사하다고만 생각했던 이 표지가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잃고, 목사인 아버지마저 천국으로 떠나게 되자 이모 폴리 헤링턴에게 맡겨지게 된 열한 살 소녀 폴리애나 휘티어. 나열해봤을 때, 그녀는 부모를 잃고 친척에게 맡겨지게 된 불쌍한 아이이지만, 아이는 그 조건에서조차 기쁨을 찾아내고자 한다.
인형을 갖고 싶었지만, 지팡이를 받은 폴리애나와 아버지는 '뭐든지 기뻐하는' 게임을 시작했었다. '인형이 아니라 지팡이를 받았지만, 지팡이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게 기쁘다' 로부터 시작된, 아버지가 가르쳐줬던 '기쁨 놀이'를, 아버지가 떠난 후에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주근깨를 안 봐도 되니 거울이 없어도 괜찮고, 좋은 경치가 있으니 그림이 없어도 되고…… 우울해 보이는 주변 사람들, 불평만 하는 무뚝뚝한 사람들이나 마음이 맞지 않아 싸우는 이들에게까지,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가 찾아든다. 이렇게 명랑하고 귀여운 아이가 있다면, 그 앞에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이윽고 늘 밝게 웃을 것만 같았던 폴리애나에게 찾아온 위기에, 그녀에게 '기쁨 놀이'를 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쁨 놀이'로 기쁨을 모아 폴리애나의 기운을 차리게 하려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하루쯤은 폴리애나처럼 '기쁨 놀이'를 해 보고 싶어졌다. 1913년 태어난 폴리애나가, 2014년의 나에게까지 미치는 이 놀랄 만한 영향이라니!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p.65 "어, 폴리 이모. 그럼 제 시간은 없잖아요. 살기 위한……." "살기 위한?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그럼 넌 이제까지 죽어 있었니?" "그런 걸 배우는 것도 좋지만,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잘 때도 숨을 쉬잖아요. 살아 있다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밖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혼자서 책을 읽고, 산에도 올라가고, 톰 할아버지랑 낸시하고 이야기도 하고…… 어제 지나온 저 아름다운 거리에 있는 집들과 사람들 구경하기, 그게 살아 있는 거예요. 폴리 이모, 그저 숨만 쉬는 건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p.70 "재미있네요, 아가씨는……. 이제부터 난 낸시라고 불릴 때마다 '헵'을 생각하며 웃을 것 같아요. 정말 기뻐요……." 그러다가 낸시는 깜짝 놀란 듯 폴리애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가씨는 지금 나한테 이름이 헵시바가 아니라는 걸 기뻐하라는 뜻으로 그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폴리애나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지만 곧 밝게 웃었다. "낸시, 낸시는 지금 자기도 모르게 그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자기가 지금 기쁨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고요. 익숙해지면 뭐든지 기뻐할 수 있는 것을 자기 주위에서 찾을 수 있어요. 누구든 열심히 찾기만 하면 틀림없이 그런 일을 많이 찾아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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