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책이 있다. 펴기도 전에 너무 기대가 되는. 대체로 그런 책들은 실망을 안겨주기 마련인데 <나이프>는 다르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는 책 속 문장이 정말 어렵다는걸 안다. 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글은 대개 읽기가 힘들다. 자기연민에 가득 차 있거나 분노로 가득 차 세계와 자아가 분리되지 않는다. 독자로서 그걸 바라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세상엔 폭력이 너무나 많고 잦으며, 인간은 당해보지 못한 폭력에 공감하기 무척 어려운 동물이니깐.

근데 그 어려운 작업을 루슈디는 해낸다. 가장 통쾌한 복수를 해내고 만다. 가해자는, 나이프는 루슈디를 파괴하지 못했다. 루슈디는 그따위 것들과는 상관없다며 선언하고 그림자가 있는 강렬한 행복에 대해 말한다.

루슈디는 한쪽 눈을 잃고 인도 크리켓 선수를 롤모델로 삼는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스포츠선수를 절대 롤모델로 삼지 읺을 거라 말하며. 나도 몰랐다. 70살이 넘은 외국인 할아버지를 내가 롤모델로 삼고 싶어질 줄은.

폭력에 당한 자들이여. 모두 이 책을 읽자. 우리도 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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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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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반대버전 이야기같은 소설. 플로랑과 노라가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아이를 낳는다. 첫째 트리스탄은 열정적으로 서로만 자라보는 부모로 인해 사막을 홀로 횡단하는거 같은 영아기를 겪는다. 그리고 태어난 동생 레티시아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쏟는다.

한국의 정서와는 참으로 생경한 이야기. 뭐 아이에게 ‘결핍’을 주는 부모의 이야기는 친숙하니 금방 적응된다. 동생 레티시아가 트리스탄에게 말한다. 우리 사랑은 그들의 사랑보다 나아.

늦게 태어난 이들이여, 괴롭지만 내팽겨칠 수 없는 결핍을 부모로부터 받은 이들이여 우리는 그들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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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날개
안토니오 알타리바 지음, 킴 그림, 송민주 옮김 / 길찾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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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주인도 섬기기를 거부하는 남자와 언제나 남들을 섬기는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유전적으로 분열된 개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에 나의 부모를, 나와 내 남편을 부모로 둔 내 딸이 생각났다.

폭력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저자의 어머니인 페트라(바위)의 탄생을 시작으로 끝은 그녀의 죽음으로 맺어진다. 자연스럽게 내 죽음을,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기록해야겠다는 결심도.

페트라처럼 착취당한 여자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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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낚기 일공일삼 60
고사카 나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룡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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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은 차근하게 절정까지 다가간다. 그리고 팍! 하고 터트리는 것. 혹은 아주 깊게 독자의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것. 절정부분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초6 가즈키는 형 도모가 가장 좋아하는 소파를 감싼 엄마의 패치워크를 잘게잘게 가위를 자른 후 여름방학을 할머니댁에서 보내게 된다.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감옥에 갇히게 하려던 가즈키는 나쓰미, 지나쓰, 모모카 자매의 정겨움으로 움직이게 된다.

경험해 본적 없는 여름의 일본 풍경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 심지어 악역 다쿠까지.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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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신호 - 무시하는 순간 당한다 느끼는 즉시 피할 것
개빈 드 베커 지음, 하현길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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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조금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까?

스토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 그걸 딱하고 간결하게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읽을만하다!

아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신호를, 감을 더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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