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세계를 정확한 언어로 설명해주려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작가도 그 중 한명이다. 치료감호소라는 시설을 뉴스에서 들어본적 있지만 거기에 입원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그곳의 처우와 환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위치도 몰랐다. 대한민국에 딱 1 곳있다는 치료감호소는 공주시에 있다. 병상은 1000개가 넘고 의사는 이 책에 따르면 5명. 외부에서 돌아가면서 일하는 의사들이 있고 1인당 맡은 환자수는 160명정도. 규정에 따르면 의사 1인당 환자 60명을 맡아야한다고 한다. 차승민작가는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 대해 열심히 이 책에 설명해두었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나는 그런 세상을 하나도 모르고 있구나싶다. 우리 모두 이 책을 읽어야한다.
미스 마플을 드디어 만났다! 나이 많은 독신녀! 자원봉사와 위원을 기꺼이 자처하는 그녀는 세상을, 사람을 믿지 않는다. 마을의 모든 사람을 알고 있는 그녀는 용의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기존의 마을 사람들 캐릭터로 분석한다. 언제나 결혼은 문제였고 좋은 사람이지만 오해를 잔뜩 받는 사람은 있다. 서재의 시체라는 뻔한 조합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싶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크이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추리 소설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
20대 때 읽었고 30대 중반이 되어서 다시 읽는 모순. 참 매끄럽고 재미있다. 결말을 다 알고서도 책을 놓지 못했다. 안진진, 안진모. 엄마와 이모. 나영규와 김장우. 아빠와 이모부. 주리와 주혁이. 캐릭터가 선명해서 이름같은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게 보이기도 한다. 20대땐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한게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때는 진진이에게는 진진이의 인생이 진모에게는 진모의 인생이같은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는데 이번엔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문장들이 더 깊이 파고든다. 술에 취한 진진이가 김장우에게 뱉은 간수, 감옥 같은 말들은 아버지의 대사였고 그 대사를 뱉어버린 진진이가 느낀 충격이 전해져 왔달까. 첫번째 정독과 두번째 정독 사이 난 결혼을 했고 내 남편은 내게 모순 그 자체다. 내 뱃속에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내게 어떤 모순을 안겨주려나. 이 아이는 내게 어떤 모순을 배우려나. 모순을 읽고 한 다짐은 그때와 지금이나 비슷하게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탐구해야지. 내 인생에 모든걸 바쳐야지. 40대가 되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동화지만 동화라기보단 교실현장을 엿보는 느낌. 현실은 거지같지만 초등교실은 언제나 맑으려고 애쓴다. 맑은 이야기로 플롯이 진행되고 악당은 없다. 악당이 없어 심심하다싶지만 현실 초등교실엔 악당이 가득하니 이것도 나쁘지 않는것 같기도.5학년 교실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부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 어느날 아침 깨진 달걀을 발견한 남주와 여주. 하지만 다행히 그건 무정란. 무사히 3마리가 태어나고 아이들은 병아리 집과 이름을 짓고 돌보고 산책을 시킨다. 아픈어린이, 장난꾸러기 어린이, 얌전한 어린이, 똑똑한 어린이가 등장한다. 닭이된 병아리의 안전한 입양처를 무사히 구하고 마지막 엔딩은 동물농장!과 첫사랑 이루기.
마고할미가 주인공네 가정부로 찾아온다. 일은 탁월하게 해버리는 마고할미. 아침부터 열두가지 반찬을 차려낸다. 마고할미의 말버릇은 고약하다. “난 이런게 절대 싫어” 를 반복하는데 중반부로 넘어가면 하도 들어서 민요의 추임새처럼 느껴진다. 마고할미의 전설을 이렇게 기깔나게 다룬 작품이 있는가? 몇개 남아있지 않는 여성신화를 기깔나게 다룬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