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 책박물관에서 추천받았다. 무교지만 절에 종종 가는정도의 일반인에게 어려운 용어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단언코 말하건대 이렇게 재미난 책은 오랜만이다. 전문가들의 책 중에서 재미난 책을 찾기가 참 어렵다. 그만큼 적당한 재미와 전문적 지식을 소개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테다. 근데 이 책은 그걸 해낸다. 얼추 들었던 이야기,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불교의 이야기들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불화와 함께 소개한다. 절에 가서 불화나 벽화들을 보면서 궁금해한 적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런 책 안 찾아보고 뭐했나 싶다. 서양명작은 그렇게나 찾아보면서 이곳에서 소개하는 불화에 대해서는 매우 무지한게 창피할 정도. 강소연씨의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얼른 읽어봐야지!
배경은 조선시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귀한 제주도산 흑우가 바쳐진다. 그 운명을 가진 깜산이 석우네 외양간으로 온다. 온힘을 다해 깜산을 돌보는 석우의 취미는 돌팔매질. 같이 풀 뜯으러 갔다가 마주친 호랑이를 힘을 합쳐 물리친다. 아버지는 동물을 돌보는 전생서에서 일하다가 제사에 쓰일 흑우기 말랐다는 이유로 모진 매질을 당한다. 아버지 대신 전생서로 가 다시 깜산을 만난다. 석우덕에 토실토실 살이 오른 깜산은 다음 종묘제사에 쓰일 소로 지정된다. 과연 석우의 선택은?
이상한 책벌레를 남편으로 둔 나는 이주영씨의 전작 <나는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을 보며 많이 웃고 외로받았다. 내 남편만 이상한게 아닌게 얼마나 반갑던지. 남편이랑도 전작을 같이 읽은터라 우리의 화제에 이주영씨가 종종 올라왔다. 소식에 늦은 우리는 엊그제 이 책이 나왔다는 걸 알고 소개글을 읽다가 놀라버렸다. “이혼했대!!!”“뭐??? ”냉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 이런 다정한 이혼이라니. 이 책은 본격 결혼과 이혼 장려책이다. 읽다보면 결혼이 하고싶어지고 이혼도 두려워지지 않는다. 자신을 직면하기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데 그걸 이주영씨는 해냈다. 이 책에 적힌 적나라한 그녀의 고백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크게 위로받았다. 이주영씨을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생겼다. 내 삶을 그처럼 직면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겠단 결심도 해본다.
파라다이스라고 이름적힌 숙소에 한번쯤 묵어본 기억이 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야”여행지에서 이 책을 읽으니 위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나는 떠나왔으니 행운아다. 문제는 여행이란 행운 그 너머에서 계속 지속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식당, 교통수단, 태도 그 모든게 어떤 지독한 것를 지속하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단순히 떠난 것 자체는 행운이 될 수 없는 것이란 결론을 떠나서야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떠날 것이다. 새롭게 도착한 이곳에서 뭐든 배울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