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고도 8일, 일요일 저녁이다. 초여름인가.


사진: UnsplashReanimated Man X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추구해왔고 평생에 걸쳐서 그 문학과 나란히 걸으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마침내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인 것이라고는 방향 없는 움직임일 뿐이었다는 걸 말이다. 그는 너무 늦게 성숙했고 너무 엉성한 성격이라 실수를 하며 그 스스로 깨우쳐야만 했다.

"그렇지만 전 다른 사람들의 과일보다는 선생님의 꽃을 더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보다는 선생님의 실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휴 선생이 씩씩하게 말했다. "전 그 실수 때문에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행복한 당신은 그게 뭔지 모릅니다." 덴콤이 대답했다. - 중년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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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양혜원)를 읽었다.

미나리꽃 By たね撮影場所:広見町 - CC BY-SA 3.0






홀로서기의 분기점이 꼭 나이와 일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인생의 어느 순간 내가 의지하던 지팡이를 툭 쳐버리고 자신의 실상을 직시하게 하는 사건과 맞닥뜨릴 때, 성숙을 지향하는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일종의 반응 작용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허상을, 혹은 박완서의 말대로 환상을 깨주는 그런 사건은 분명 아프지만 삶의 진실에 더 다가가게 한다. 그런 일은 일찍 올 수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고, 반복해서 몇 차례 올 수도 있다. - 홀로서기(6.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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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전 오늘, 드니 디드로의 '수녀'가 원작인 프랑스 영화 '베일을 쓴 소녀'에 관해 포스팅했다. 영화와 원작의 결말이 다르다. 원작의 소재가 된 실존인물의 삶은 아래 옮긴 글에 드러난다. 끔찍하다.

Nun - Lin Fengmian - WikiArt.org


Nun, 1911 - Julio Romero de Torres - WikiArt.org


* 봉건적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저항 ‘베일을 쓴 소녀’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5713 (송경원)





≪수녀≫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쉬잔 시모넹은 마르그리트 들라마르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디드로는 마르그리트 수녀의 생애에서 몇몇 주요한 사실만 따왔을 뿐 소설에서 묘사된 여러 가지 사건은 순전히 디드로의 창작이며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의 경험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마르그리트 들라마르 수녀는 (중략) 30년 이상 원하지 않는 수녀 생활을 계속하였으며 프랑스대혁명 이듬해인 1790년, 법령에 의해 모든 종교시설이 폐쇄되었을 때 일흔셋의 나이로 롱샹 수녀원에 그대로 거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혁명 덕택에 평생 동안 그녀를 감금해 오던 감옥에서 풀려나 마침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자유를 얻은 그녀의 감회는 어떠하였을까? 이에 대해선 아무런 기록이 없으며 그녀의 이후 행적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진 바가 있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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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조팝나무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6051395881

이팝나무 Pixabay로부터 입수된 E H님의 이미지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 수록작 '블랙홀'은 창작과 비평 2020 여름호에 발표되었다.

조팝나무 Pixabay로부터 입수된 manseok Kim님의 이미지


cf. 문학동네 2021 겨울호의 윤성희 특집에 이 단편 '블랙홀'이 언급된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를 검색해봤다. 세상에.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뭇과이고 조팝나무는 장미과였다. "이름만 봐서는 쌍둥이 같은데 말이야." 내 말에 언니가 쌍둥이들도 얼마나 성격이 다른데, 하고 받아쳤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저 꽃은 뭐야?" 언니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너무 멀어서 그런가. 똑같아 보여." 우리는 확실해질 때까지 당분간 고속도로 옆에 핀 흰 꽃을 이조팝나무 꽃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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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봄'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현재는 절판). 아래 옮긴 글 속 "엄마"는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입양되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엄마"의 양어머니이다.

June Sunlight, 1902 - Joseph DeCamp - WikiArt.org


* '두번째 봄'의 원서이다: Unfinished Portrait by Agatha Christie https://www.agathachristie.com/en/stories/unfinished-portrait






엄마는 끝내 병이 났고 왕진 온 의사는 "아이에게 괴로운 일이 있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이런, 그럴 리가요. 어린 것이 얼마나 잘 지내고 소소한 일에도 즐거워하는데요."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할머니가 방에서 나가자 침대에 걸터앉아 친절하고 비밀스러운 태도로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는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에게 밤마다 침대에서 오래오래 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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