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무민 골짜기'(토베 얀손 | 최정근)의 원제는 '무민 골짜기의 11월'이라고 한다. 한 해의 달력이 한 장 남은 달이다.



전작 '무민파파와 바다'(1965)는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 연결되고 병렬된 내용이다.






이제 무민 골짜기가 무척 가까워졌고, 드디어 토프트가 골짜기에 다다랐다. 무민 골짜기의 자작나무 줄기는 유달리 새하얗게 빛나 알아볼 수 있었다. 하얀 부분은 더 하고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두웠다. 토프트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주위 소리에 귀 기울였다. 누가 나무를 베고 있었다. 틀림없이 무민파파였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느라 나무를 베는 듯했다. 토프트는 발소리를 더 죽였고, 하다못해 이끼도 거의 밟지 않았다. 강가에 가 닿자 다리와 길이 보였다.

무민파파가 나무 베기를 끝냈는지 이제 모든 개울과 시내가 모여들어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 소리만 들려왔다.
토프트는 생각했다.
‘이제 다 왔어.’

다리를 건넌 토프트는 정원으로 들어갔다. 정원은 토프트가 묘사했던 이야기에 나오는 그대로였고, 달라졌을 수도 없었다.

나무들은 11월의 안개 속에 이파리 하나 달지 않은 채 서 있었는데 어느 순간 초록빛 옷을 입고 있었고, 풀밭에는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으며, 달콤하고 감미로운 라일락 향기가 느껴졌다. - 제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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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하기 좋게 들림.

How Perfect Perfection Can Be, 2015 - Navjot Altaf - WikiArt.org






헤겔에 따르면 시간은 덜 완벽한 단계에서 더 완벽한 단계로 흘러가는데, 윤리적 의미로나 논리적 의미로나 다 그렇다. 헤겔에게 두 의미는 현실적으로 구별될 수 없다. 왜냐하면 논리적 완벽성이란 빈틈없이 잘 짜인 전체가 존재하는 데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체는 누덕누덕한 가장자리도 없고 독립된 부분도 없지만,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거나 이성적인 정신과 훨씬 유사하게 하나의 유기체로 통일되어, 부분들이 서로 의존하며 모두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함께 움직인다. 전체는 윤리적 완벽성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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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로 검색하여 알게 된 책이다.


* 뫼리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4437a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를 썼다.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Image by Oli Götting from Pixabay


https://www.nl.go.kr/NL/contents/N20105000000.do?schM=view&schId=CO0000081737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신관은 한국인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cf. '전원에 머문 날들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제발트)에 '뫼리케를 위한 소박한 추모'란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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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의 헤겔 편에 접어들었다. 

사진: Unsplashdetait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cf. 헤겔은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다.






헤겔은 일생 동안 중요한 사건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었다. 젊은 시절 신비주의에 매혹되었고, 이후에 내놓은 견해는 처음에 신비적 통찰로 떠올랐던 내용을 지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한 내용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헤겔은 일찍이 신비주의에 관심을 두어서, 분리된 개별성이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믿음을 품었다. 세계는 원자이든 영혼이든 각각 완전히 자립하는 단단한 단위들이 모여 이루어진 집합체가 아니었다. 유한한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자립성self-subsistence은 헤겔에게 환상illusion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전체를 제외한 아무것도 궁극적으로 완전히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에서 시간과 공간의 현실성에 대한 불신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데, 시간과 공간은 완전히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되면 분리와 다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생각은 처음에 신비적 ‘통찰’로 그에게 떠올랐음이 분명하고, 이후 자신의 저작 속에서 지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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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월 하고도 13일, 가을이 완연한 가운데 오랜만에 카프카. 아래 글의 출처는 '카프카, 비유에 대하여'(김성화 역)이다.

The Axe Head from Mammen, c.950 - Viking art - WikiArt.org






또한 카프카는 "책은 도끼여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카프카가 1904년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에서였다.

네 말대로라면 책이 우릴 행복하게 해주도록 읽어야 하나? 글쎄, 책을 읽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거야. 그리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책이라면 아쉬운 대로 자기가 써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야.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 옮긴이의 말_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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