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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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드라마, 영화 음악으로 시작된 K-한류가 거의 대부분의 문화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그 중에서 괄목한만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우리의 언어인 한글에 대한 관심도 증가이다. 이제는 많은 나라들에서 한글을 제 2외국어로 선택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전세계 언어 중에 6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니 놀라우면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에 비해 한글 공부에는 얼마나 투자했을까?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국어문법이나 어법 등을 공부한 것은 고등학교 3년이 전부였다. 우리글인 한글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위대함에 놀라곤 한다. 한글은 필요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글자라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글과 문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은 명확하게 중국 글자에 비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글자를 찾는 과정에서 세종대왕과 여러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모두 담고, 사람이 소리낼 수 있는 입의 모양에 따라 거의 모든 소리를 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만든 글자가 28자 였다고 하나, 지금은 24자 만이 사용되고 있다.




한글의 원래 이름은 '훈민정음'이다. 필자는 훈민정음이 훈민정자가 아님에 주목한다. 즉 한글은 한국어를 기록하는 문자가 아니라 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훈민정음의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기본자를 만들었다. 소리의 성질에 따라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글자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즉 이미 존재하는 말을 기록하기 위한 기호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내는 소리를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자에 가깝다. 한글은 전세계 언어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원리를 알게되면 또한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


필자는 원래 28자 중에서 잃어버린 4글자에 주목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을 통해 창제 당시의 훈민정음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사람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발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당시의 문자가 변화를 거치면서 위대한 발음기호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글의 위대함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확산 현상에 대해서도 다룬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확장될수록 그 문화를 담아내는 한국어와 한글의 가치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학적인 원리에 따른 제작된 28자의 위대함을 말하면서 잃어버린 4개 글자를 통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또한 한 시대의 생각과 가능성을 담아내는 시대의 흐름으로서 세계화에 어떤 기여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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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을 읽는 최소한의 경제 공부 - 돈의 본질과 흐름을 꿰뚫은 단 하나의 경제 수업
김선율(김멘사) 지음 / 리미트리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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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많은 것을 외우기보다 그 근본원리를 잘 알아야 한다. 부자가 되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고 외우고 있는 것이 많아도 근본적인 원리를 알지 못하면 결국은 무너지게 된다. 돈을 벌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경제 공부가 부자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을까?


<돈의 흐름을 읽는 최소한의 경제 공부>는 경제 용어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지만 외우도록 종용하지 않는다.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경제 요소들이 어떻게 연걸되어 돈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바꾸어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왜 주식시장이 흔들리는지, 환율이 오르면 내 자산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 경제 원리를 연결고리에 따라 설명한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경제는 암기가 아니라 '연결'을 이해하는 공부라는 것이다. 대학교 때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국제경제학, 금융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지만 이른 연결해서 공부하지 못했다. 각각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무엇을'이 아니라 '왜'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금리'라는 요소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정책, 물가, 소비, 투자, 기업의 자금조달, 자산시장 등과 맞물려서 움직인다. 이 책은 각각의 원리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필수 경제용어를 설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서로 연결이 되는지 설명한다. 결국 단편적인 용어의 정의를 벗어나 실제로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보통 투자를 떠올리면 어떤 주식을 사야할지, 어떤 ETF가 유망할지, 어느 지역의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등 무엇을 사야하는지를 궁금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서 그 원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물만을 원한다. 그래서 투자의 원칙은 없고 아까운 시드머니를 날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필자는 12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수익과 손실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를 공부하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하면서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오래도록 성공하는 투자를 하는 비법은 특정 상품을 찾는 것처럼 '무엇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와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고, 위험을 관리하면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왜'를 찾는 것에 가깝다.


경제공부의 최종 종착점은 결국 나만의 판단기준을 만들어서 투자철학을 세우는 것이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의 반응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시장은 계속 변하고, 오늘 좋은 자산이 내일도 좋은 자산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특정 종목만을 따라가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투자는 오늘의 가격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에 가깝다고 본다. 돈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시장의 변화 앞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시장은 절대로 예측하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경제공부를 통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정보들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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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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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세상은 왜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불만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불공평한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공평하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어떤 기준으로 세상의 공평과 불공평을 논할 것인가? 사람들이 기여한 것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상하는 것이 공평한가? 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보상하는 것이 공평한 일인가?


이제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세상이 결코 공평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공평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는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과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 사실을 인정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절망의 출발점이 아니라 행동의 출발점이 되기를 촉구한다. 내 생각에도 어떤 사회도 절대 공평해질 수 없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봐도 왜 세상이 공평하지 않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불공평을 확인할 필요도 없고, 왜 불공평한지 따질 필요도 없다. 그 조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 번째 규칙으로 '일단 움직여라'고 말한다. 세상이 공평해질 때까지 기다려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과 출발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성공을 방해하는 것이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보다 훨씬 안좋은 조건의 사람들도 큰 성공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나보다 좋은 조건의 사람들도 인생을 실패한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파도를 다스리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환경을 탓하고, 비교 당했을 때 다른 사람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행동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불안해서 미루고, 두려워서 포기하고, 화가나서 관계를 망치고,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내가 운전하는 내 인생의 운전석에 앉아서 지금 당장 운전해야 한다. 타인의 기대에 끌려다니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세상이 강요하는대로 살아가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선택한 삶을 살아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직업,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 친구와 비교해서 더 나아보이는 삶에 대한 기준은 모두 버려야 한다. 내가 먼저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것이 먼저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하자.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삶을 우선하고, 남 탓을 하지 말고, 불확실한 미래르 준비하면서 나아가자.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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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경제학 - 이음골목이 복지국가의 미래를 구한다
김상영 지음 / 렛츠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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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한 질문을 던진다. '골목 하나가 병원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을까?' 골목과 병원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골목과 병원은 얼핏 들으면 전혀 말이 될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필자는 골목이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고립을 막고, 노년의 경제활동을 돕고, 국가의 복지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연결되는 것을 이음골목이라고 한다. 집에서 가까운 약국과 상점은 걸어다니고, 걷다가 벤치에서 잠깐 쉬었다 가고, 단골 가게 주인과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사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생활 공간으로 표현된다. 즉 필자는 이음골목을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생활 속 복지 인프라로 본다.


우리는 복지비 200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복지가 더 나아지는 방향이 아니라 가두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야 복지 서비스를 고민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아프고 고립된 이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프고 고립되지 않도록 일상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복지는 특별한 복지시설에서 가두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누리면서 작동할 수 있다는 데에 착안점을 둔다. 15분, 500미터가 노년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노인이 15분 동안 걸을 수 있는 500미터가 노년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현재의 복지시설은 노인들의 삶을 제한한다. 현대 사회는 사람과의 접촉을 줄여가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형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집 앞에서 매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시설이 잘된 복지센터보다 매일 들르는 가게가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거대한 복지센터처럼 만들어진 가공의 생활공간보다 실제 살아가는 작은 골목이 더 중요하다.


이음골목은 그래서 작은 도시에 가깝다. 먹을 곳이 있고, 약국이 있고, 사람이 있고, 쉴 곳이 있고, 일할 기회가 있고, 관계가 있다. 삶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모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음골목의 핵심이다.


복지는 항상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책은 환경을 바꾸는 것 자체가 사람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턱을 낮추면 보행이 쉬어지고, 쉬어갈 벤치를 만들면 더 오래 걸을 수 있다. 가게가 가까우면 외출할 이유가 생기고, 단골 가게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으면서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난다.


300보 평상 전략이 인상적이다. 거창한 도시개발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생활권 곳곳에 배치한다는 발상이다. 걷고 싶은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걷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걸으면 앉을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조금 더 걷지 않을까? 이렇게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복지는 이렇게 국가 일방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 같이 만들어가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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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 ㅣ 한국철학전집 3
정도전 지음 / 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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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야구와 축구는 게임의 판이 다르다. 야구 선수는 축구에서 다른 선수들만큼 잘할 수 없다. 그만큼 게임의 판이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판에서 게임을 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사람은 그 판 자체를 새로 짜는 사람이다. 판을 새로 짤 수 있다면 그 판을 조정할 수도 있게 된다.


조선시대에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왕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왕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많았다. 현대에서 속칭 비선실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은 아니지만 왕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설계하고, 권력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시대가 움직일 수 있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정도전이다.


<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는 정도전의 면모를 과감없이 보여준다.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이면서 조선의 모든 체계를 만든 사람이 바로 정도전이다. 아마 태조 이성계도 정도전이 없었다면 조선 왕조 500년의 기틀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운 참모가 아니라 조선의 왕조가 작동하는 규칙과 통치 구조를 설계한 위대한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판에서 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판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계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생겨나는 질문은 '나는 지금 남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경쟁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있는가?'라는 곳으로 향한다.




그래서 첫 번째 소제목부터가 강렬하다. 판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은 가장 멍청한 자살 행위다! 표현이 상당히 과격하지만 사실은 문제를 바라보는 위치를 바꾸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규칙 안에서 의심도 없이 더 잘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정도전의 관점에서는 그 규칙 자체가 정말 바꿀 수 없는 것인가를 고민한다.


정도전은 '고려'라는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 싶어했다. 새로운 국가를 구상했고, 새로운 통치 구조를 고민했으며, 새로운 제도를 설계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권력욕으로 볼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판을 새롭게 설계하는 능력이라 말한다. 높은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판 자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조선 왕조가 500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왕이 통치를 하든 국가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권력이 왕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을 위험하게 보았고, 어리석은 임금이 등장하더라도 나라가 무너지지 않을 구조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500년도 전에 뛰어난 사람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한 기업도, 한 국가도 시간이 지나면 주력이 된 인물들은 사라지게 된다. 여러 세대를 거치더라도 기업과 국가의 영속성이 지속되려면 무엇보다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도전은 알았다. 어떤 사업이든, 조직이든 간에 사람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결국 가장 강력한 사람은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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