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경제학 - 이음골목이 복지국가의 미래를 구한다
김상영 지음 / 렛츠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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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한 질문을 던진다. '골목 하나가 병원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을까?' 골목과 병원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골목과 병원은 얼핏 들으면 전혀 말이 될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필자는 골목이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고립을 막고, 노년의 경제활동을 돕고, 국가의 복지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연결되는 것을 이음골목이라고 한다. 집에서 가까운 약국과 상점은 걸어다니고, 걷다가 벤치에서 잠깐 쉬었다 가고, 단골 가게 주인과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사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생활 공간으로 표현된다. 즉 필자는 이음골목을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생활 속 복지 인프라로 본다.


우리는 복지비 200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복지가 더 나아지는 방향이 아니라 가두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야 복지 서비스를 고민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아프고 고립된 이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프고 고립되지 않도록 일상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복지는 특별한 복지시설에서 가두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누리면서 작동할 수 있다는 데에 착안점을 둔다. 15분, 500미터가 노년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노인이 15분 동안 걸을 수 있는 500미터가 노년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현재의 복지시설은 노인들의 삶을 제한한다. 현대 사회는 사람과의 접촉을 줄여가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형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집 앞에서 매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시설이 잘된 복지센터보다 매일 들르는 가게가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거대한 복지센터처럼 만들어진 가공의 생활공간보다 실제 살아가는 작은 골목이 더 중요하다.


이음골목은 그래서 작은 도시에 가깝다. 먹을 곳이 있고, 약국이 있고, 사람이 있고, 쉴 곳이 있고, 일할 기회가 있고, 관계가 있다. 삶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모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음골목의 핵심이다.


복지는 항상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책은 환경을 바꾸는 것 자체가 사람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턱을 낮추면 보행이 쉬어지고, 쉬어갈 벤치를 만들면 더 오래 걸을 수 있다. 가게가 가까우면 외출할 이유가 생기고, 단골 가게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으면서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난다.


300보 평상 전략이 인상적이다. 거창한 도시개발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생활권 곳곳에 배치한다는 발상이다. 걷고 싶은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걷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걸으면 앉을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조금 더 걷지 않을까? 이렇게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복지는 이렇게 국가 일방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 같이 만들어가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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