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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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로 엄청난 인기와 함께 데뷔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나의 친구들을 만나보았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 마리 여기 있다』, 『베어 타운』 등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들 안에는 '사랑'이 숨어있다. 꽁꽁 숨어있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깊고 강한 울림이 주는 감동을 참아내는 건 쉽지 않다.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트리거라면 사랑에 닿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습의 타인과의 '관계'가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시작점이다.


프레드릭 배크만 이야기의 핵심은 타인과의 관계와 사랑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갈등과 이해, 미움과 사랑 그리고 꿈을 잔잔하지만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이야기 속에 담았다. 그리고 그 결정체가 《나의 친구들》인 것 같다. 가볍지만 날카로운 위트가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아가는 주춧돌이 되고, 우정이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이 어두운 과거를 추억으로 만든다. 등장인물들의 아프고 슬픈 기억이 사랑스러운 빛으로 치유되는 순간을 맛보길 바란다.


기적에 환호하고 소중한 까닭은 기적을 만날 확률이 지극히 적다는 것이다.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의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 주인공 친구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무엇일까? 관계가 만들어준 기적은 아름다운 표지 그림처럼 아련하지만 뚜렷하다. 타인을 행복을 빌어주던, 남의 꿈을 응원하던 친구의 모습은 흐릿해질 수 없을 것이다. 과거가 시간의 흐름 속으로 묻힐 때 추억의 향기는 더욱 진하게 피어날 것이다.


p.433. 요아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화가와 그림, 행복한 삶과 이루어진 꿈 이야기뿐일 것이다. 요아르는 오로지 남을 위한 꿈만 꾸었다.


테드, 알리 그리고 요아르가 그리고 있는 밝은 세상으로 뛰어들어가 화가의 친구가 되는 즐거움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릴 줄 아는 친구들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나의 친구들》의 매력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보고 싶은 이의 얼굴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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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카 새소설 23
강지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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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8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 인디카를 만나보았다. 한국문학의 참신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은 자음과모음의 소설 시리즈'뉴어덜트 새소설'의 스물세 번째 작품《인디카》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탭 댄서로 활동 중인 강지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첫 느낌은 '낯섦'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태일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지만 너무나 낯설다. 평범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p.52.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연락 오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그럼에도 그리움은 눈치 보는 개처럼 주위를 맴돈다.


낯설게 느낀 가장 큰 까닭은 처음 접해보는 서술 방식인듯하다. 감정을 뒤흔드는 커다란 사건도, 갈등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가슴 조이는 절정이나 기대되는 결말도 없다. 높낮이 없이 평탄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태일이 걷는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데 힘들고 지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욕, 토론토, 런던 그리고 스톡홀름이라는 도시 속에서 탭 댄서 태일은 걷고 춤춘다.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하루를 버틴다. 오늘도 삶을 생각하며 춤춘다.


p.108. 결의는 거울과 같아서 금이 가거나 부서질 경우에 비친 내 모습을 흉하게 만든다.


태일이 걷는 길에서 많은 지명들을, 현실을 스쳐가지만 태일의 발길은 이상을 향한다. 팍팍한 삶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흔들리는 모습을 탭댄스로 그리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늘을 사는 태일은 깊은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 흩어지는 마리화나 연기처럼 가볍게 하지만 무심하지 않게 타인을 대한다. 다양한 피부색의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들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


p.208. 나는 오아시스를 보았지만 그곳엔 사막도 같이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렇게 스톡홀름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한다. 그런데 정말 이곳이 태일의 마지막 여정일까? 삶은 특별한 무언가 없이 천천히 죽음을 향해 흐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 태일의 삶도 특별하지 않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시간을 이어간다고 흔들리는 불안이 존재하지 않을까? 태일은 매일 조금씩 불안 속을 걷고 있다. 불안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탈출구를 찾기 위한 태일의 최소한의 몸짓이 춤인지도 모르겠다. 태일의 춤이 던지는 묵직한 울림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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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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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들을 통해서 만나보았던 장아미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만나보았다.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12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비한 이야기 속에서 설화를 떠올리게도 하고, 역사 속 사건을 기억하게도 한다. 12편의 이야기는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생각을 담고 있어 더욱 재미나고 흥미로운 단편소설집은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만날 수 있어 좋다.


12편의 이야기에는 조선시대 최대의 화재 사건으로 기록된 '역사'를 환상적인 이야기<꽃불>로, 처용 설화를 배신당한 현대의 여인의 이야기<토우>로 변화시킨다. 탐관오리의 탐욕을 섬을 지켜주던 이무기 사냥 이야기 '백일홍 설화'<붉은 돛>과 연결 짓고 또 다른 비극적인 이야기<푸른 신명>도 만들어낸다. 일제강점기 강압적인 신체 실험으로 흡혈귀가 된 이의 비극적인 이야기<도련님과 아가씨와 나>와 멀지 않은 과거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을 인형 공장의 여공들을 통해 들려주는<인형들>도 짧은 이야기 속에 깊고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환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조금은 평범한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폭풍의 씨앗이에요(p.310)처럼 짧은 문장이 반복되면서 마치 시詩처럼 느껴지는 이야기<폭풍의 씨앗>도 있다. 소설小說을 읽고 있는데 시詩가 떠오르는, <눈물이 달콤한 이유>에서 인연을 연결해 주는 재미난 신이 등장하지만 로맨스 소설로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편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장아미 작가의 독특한 상상이 만들어낸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설화와 역사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오늘의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고 있다. 환상을 이용해서 현실을 그리고 있는 멋진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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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사 -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다
니키 헤이즈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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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흐름을 역사를 바탕으로 풀어주는 소소의책 역사 교양서 시리즈를 통해서 심리학의 역사를 만나보았다. 예일대학교 출판부의 교양 역사 시리즈로 출간된『 A Little History of Psychology 』를 번역한 책이다. 철학과 심리학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실험과 검증일 것이다. 저자는 플라톤을 시작으로 실험심리학, 행동주의 그리고 인지주의 심리학까지 다양하고 많은 심리학 실험과 검증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의 바탕은 무엇일까?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니키 헤이즈는 수천 년간 이어져온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과 견해가 심리학이 아니라 심리학은 과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고는 심리학이 학문의 반열에 들어가는 순간을, 과학이 되는 순간을 차분하게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친숙한 프로이트, 융, 아들러 같은 이들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초면인 심리학계 거물들도 만나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선구자들 중 한 명으로 찰스 다윈을 만나 너무나 놀라웠다. 찰스 다윈과 심리학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P.17. 심리학은 과학이며, 인간에 대한 탐구가 심리학이 되려면 증거에 기초해야만 한다.


40 챕터에 심리학의 발전 과정과 심리학의 오늘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심리학의 많은 이론과 다양한 접근 방법도 들려준다.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저자의 확언은 심리학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40개의 챕터는 시간상으로 연속되지만 각기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어느 챕터든 따로 때어 읽어도 심리학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가독성도 뛰어나고 특정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보다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넓게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심리학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심리학적 접근을 보여주는 다양한 이론과 많은 실험들이 흥미로웠지만 가장 좋았던 내용은 늘 궁금했던 '나치즘'(CHAPTER 18. 나치즘에 대한 설명) 이었다. 히틀러가 가진 무엇이 독일 전체가 악마와 손잡게 만들었을까? 파시즘과 나치즘 그리고 동조행동과 묵인이 만들어내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심리학의 역사》는 너무나 훌륭한 심리학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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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 - 고대부터 현대까지 20개 사건으로 읽는 인류의 역사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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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은 언제 만나도 재미나고 즐겁다. 과거 우리들 삶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까닭이겠지만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역사를 다룬 책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전쟁으로 시간을 풀어낼 수도 있고 민초들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가장 많이 출연한 역사 스토리텔러 김봉중《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를 통해서 단편적인 사건이 시대순으로 나열된 역사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발생한 20가지 변곡점을 통해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하나가 만들어낸 수많은 변화의 물결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그래서 '이 정도만'알아도 된다는 표현을 쓴듯하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만 알아도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책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이 정도만 알아도 되는 세계사1장 제국의 시대를 시작으로 5장 이념의 시대에 20가지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뽑은 20가지 변곡점만 알아도 지나온 역사가 오늘에 이어지는 모습을 느껴볼 수 있을듯하다. 특히 과거의 시간이 만든 물결이 오늘날의 시간 속에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세계 자본주의의 출발점으로 대항해 시대를 만나보는 것도, 근대 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종교개혁을 만나보는 것도, 역사라는 긴 흐름을 두 시대로 나눈다면 그 기준 될 르네상스의 이전과 이후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웠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침략의 명분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68운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등 돌린 이유는?' 꼭 한번 만나보아야 할 이야기이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콕 집어서 보여주고 있어서 세계사라는 대하드라마를 압축해서 명장면만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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