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 - 고대부터 현대까지 20개 사건으로 읽는 인류의 역사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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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를 다룬 책은 언제 만나도 재미나고 즐겁다. 과거 우리들 삶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까닭이겠지만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역사를 다룬 책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전쟁으로 시간을 풀어낼 수도 있고 민초들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가장 많이 출연한 역사 스토리텔러 김봉중《이 정도만 알면 되는 세계사》를 통해서 단편적인 사건이 시대순으로 나열된 역사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발생한 20가지 변곡점을 통해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하나가 만들어낸 수많은 변화의 물결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그래서 '이 정도만'알아도 된다는 표현을 쓴듯하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만 알아도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책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이 정도만 알아도 되는 세계사1장 제국의 시대를 시작으로 5장 이념의 시대에 20가지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저자가 뽑은 20가지 변곡점만 알아도 지나온 역사가 오늘에 이어지는 모습을 느껴볼 수 있을듯하다. 특히 과거의 시간이 만든 물결이 오늘날의 시간 속에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세계 자본주의의 출발점으로 대항해 시대를 만나보는 것도, 근대 사상의 토대를 마련한 종교개혁을 만나보는 것도, 역사라는 긴 흐름을 두 시대로 나눈다면 그 기준 될 르네상스의 이전과 이후를 만나보는 것도 즐거웠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침략의 명분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68운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등 돌린 이유는?' 꼭 한번 만나보아야 할 이야기이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콕 집어서 보여주고 있어서 세계사라는 대하드라마를 압축해서 명장면만을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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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모니움 -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라이트나우 10
유상아 지음 / 소원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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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목 판데모니움(Pandemonium)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 등장하는 마귀 소굴로 지옥의 수도이다. 만마전(萬魔殿)또는 복마전(伏魔殿)이라고 번역되는 지옥의 중심이다. 즉 악마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유상아 작가는 왜 자신의 이야기의 제목을 지옥의 궁궐로 만들었을까? 지옥의 수도 판데모니움 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작가가 지옥의 궁궐로 그린 곳이 너무나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학교 그리고 고등학생.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판데모니움》좋은 대학 진학이, 좋은 직장이 '꿈'이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꿈과 방황을 그리고 있다. 사이버 보안학과를 지원하는 은호, 직업 위탁 학교를 통해서 멋진 셰프를 꿈꾸는 지훈 그리고 의대를 꿈꾸는 아니 의대를 가야만 하는 선정. 특히 엘리트 집안의 엘리트 자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런데 그 그림 수위가 자주 접해오던 청소년 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미스터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비교하고 예측하며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 아이들의 말은 듣지 않는다. 아이들의 아픔이나 오늘의 어둠은 무시한 채 내일의 빛을 위해 살라고 한다. 오늘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의 행복이 어떤 가치를 가질까? 《판데모니움》 소원나무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명칭이 '소원라이트나우' (바로 지금)인 까닭도 오늘, 지금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움직여야 하고 오늘 바뀌어야 한다. 내일이면 늦는다. 메피스토는 오늘 지금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p.164. "포기가 아니라 사랑이야. 조건 없이 다 주는 사랑이 있어서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거고."


친구의 자살을 믿지 않고 진실을 찾는 은호는 조금씩 진실에 다가선다. 그런데 그 진실이 너무나 참혹하고 암담하다. 학교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도박, 불법 대출, 그리고 마약 등 어른들의 사회문제가 학교 울타리 안에서 고스란히 자라고 있었다. 여기에 디지털 성범죄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지옥 문이 열린듯하다. 은호는 지옥문 안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옥문 안에 갇혀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p.237.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존재, 메피스토. 나는 아직 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옥문 안의 미스터리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지옥의 전사들이 속도감을 높여갈 때쯤 '반전'이라는 브레이크가 '복선'을 찾아 나서게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뜻밖의 사건과 인물들이 속도감을 최고조로 높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강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더 정직하고 밝게 변해야 한다고, 그것도 '바로 지금'이라고 외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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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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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티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것과 불완전한 자신을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수월할까.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겐.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받은 소향 작가의 모방 소녀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우리 모두가 목격했지만 너무 쉽게 잊히곤 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기 위한 텍스티의 시사 소설 시리즈 '사이드미러'를 통해 출간한 《모방 소녀》가 들려주는 사회문제는 무엇일까? 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다양한 모습의 많은 사회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와 정의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소녀는 정의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수능 대리 시험을 넘어 자신과 닮은 누군가의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을 대신하기로 계약한다. 아이는 살기 위해서 순수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길로 들어선다. 그 길로 유도하고 유혹한 이들은 물론 어른들이다. 1년 동안 타인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런데 타인의 삶을 선택한 이가 있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숨겨야 한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야기는 숨어 지내야 하는 초롬과 초롬의 삶을 대신해야 하는 영리의, 어른들의 잘못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두 소녀의 심리적 흐름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빼길지도 모른다는 초롬의 불안감은 점점 두려움으로 커져가고 누군가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영리의 불안감 또한 두려움으로 자라난다. 두려움 속에 불안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 두 소녀의 오늘이 정말 안타깝다.


고졸 출신으로 식품회사를 경영하는 송 회장은 자신의 딸 초롬만큼은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대리 시험이다. 서울대라는 목표를 위해 과정은 모두 무시해버리는 어른들의 삐뚤어진 과시욕이 학교를 지배하고 그 속에서 자생하는 독버섯 같은 교사들도 등장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사회문제는 엘리트주의가 스며든 위태로운 학교를 시작으로 비도덕적인 사회로 넓어진다. 그리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삐뚤어진 사회의 도덕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


p.57. 우아하게 날이 서 있는 저택은 송 회장과 똑 닮아 있었다. 쏟아지는 빛으로도 서늘함을 감출 수 없고, 아름다운 미소가 송 회장의 욕망을 가리지 못하듯이.


누군가를 닮아 엄청난 대가를 받고 누군가의 삶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런데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군가를 대신해서 학교를 다닌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만든 덫에 빠진 소녀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두려움은 안타까움으로 변한다. 영리보다 초롬이 눈에 더 밟히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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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요떠요 할머니 특서 어린이문학 15
오미경 지음, 김다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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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5년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오미경 작가의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동화를 특서어린이문학을 통해 만나보았다. 떠요 떠요 할머니의 무대는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이다. 이름을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단풍이를 대신해서 장미가 답을 해준다. 단풍이는 답을 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단풍이는 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걸까? 단풍이를 좋아하게 된 재윤이는 단풍이가 말을 못 하게 된 것은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겼다고 말한다.


p.70. "……귀중한 것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자기 마음이 중요한 법이지."


단풍이가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아이들은 재미난 방법들을 동원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향한다. 마녀파와 여우파로 나뉘어 서로의 주장을 증명하려 든다. 그 대상이 떠요 떠요 할머니이다. 장미는 할머니가 여우라 하고 재윤이는 할머니가 마녀라고 한다. 그러고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여우 인간의 특징과 마녀의 특징을 할머니에게서 찾아내려고 내기한다. 순수한 동심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아이들은 행한다.


p.86. "소중한 걸 잃어버렸으면 용기를 내서 찾아야지."


그런데 떠요 떠요 할머니는 진짜 마녀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또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천천히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어른이 해야 할 일인 듯하다. 아이들은 단풍이에게 목소리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장미와 재윤이의 내기는 누가 이기게 될까? 여우파와 마녀파의 승자는 누구일까?


귀여운 아이들의 마녀 확인하기 모험? 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우정이 보이고, 할머니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우리 어른들이 보여주어야 할 사랑이 보이는 재미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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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오늘의 청소년 문학 47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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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으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말이 금지된 시대의 시인과 소녀'

p.7. 내 이름은 한을순. 또는 기요하라 준코다.

우리말과 글이 완전히 금지되기 전의 과도기에 시인은 과외 선생님으로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 소녀는 황국범생 조소명의 얄미운 행동에 제동을 걸 요량으로 다구치 선생님의 제안을 수락한다. '제10회 동백 문학의 밤'에 시를 출품하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시는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이다. 문학의 밤에서 1등을 하는 사람에게는 일본 내지로의 유학길로 열린다. 하지만 소녀는 유학보다는 친구를 택한다. 출품 전날까지 시를 쓰지 못하고 있는 소명에게 윤동주 시인이 가르쳐 주었던 시작법을 알려주며 도움을 준다.

p.101."지난번에 순이 학생이 이름이 말의 시작이고, 시가 말의 끝이라고 했죠? 그 시작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줄래요?"

많은 에피소드를 지나 드디어 문학의 밤이 밝았다. 멋진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소명과 을순. 황국범생과 불령선인의 시 대결은 누구가 승리하게 될까? 하이쿠라는 형식에 한국인의 감정을 담을 수는 있겠지만 일본 말과 글에 우리 감정을, 정신을 제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1941, 우리의 비밀과외》 중간중간 무심하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일본 말로 우리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음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p.111.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역사 속 슬픔이나 아픔이 희미해질 수는 있겠지만 역사 자체가 희미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안타까운 결말을 알고 있기에 이야기가 어둡게 느껴지지만 우리말과 글에 대한 시인과 소녀의 사랑이 이야기를 너무나 밝게 비추고 있다.우리말과 글이 어떻게 지켜지고 이어졌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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