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
린리신 지음, 차혜정 옮김, 홍성현 감수 / 모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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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문화부 제5회 TV극본 창작상을 받고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린리신의 장편소설 《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를 만나보았다. 유머 속에 감동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유쾌한 웃음 속에 코끝 찡한 눈물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수의사인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실감 나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잠깐의 실수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다섯 명의 수의학과 4학년생들이 2주간의 마사 청소로 다시 기회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루산, 자하오, 이민,MJ 그리고 복학한 청한까지 정말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5학년 적응기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다. 대만 수의학과는 5학년 때 실습을 하고 그 결과로 졸업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그 5학년 실습을 함께 하게 된 다섯 명의 조원들의 이야기이다.


너무나 다정다감하지만 성적은 낙제에 가까운 자하오를 돕는 나머지 조원들의 우정과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윤곽을 드러내는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런 이야기의 단골 캐릭터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 역할은 이민이 맡는다. 하지만 결말에서 이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결정을 한다. 무엇이 이민을 그렇게 변하게 한 걸까? 청한의 비밀은 무엇일까? 뮤지션을 꿈꾸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MJ의 선택은 무엇일까? 첫사랑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루산은 또 다른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가장 궁금한 건 이들이 모두 수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섯 명의 개성 있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상처 입은 동물들을 통해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통해서 종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또 상처받은 동물들을 치료하면서 자신들도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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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십자가의 숲
길혜연 지음 / 공중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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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여행 에세이 『마음은 천천히 그곳을 걷는다』의 저자 길혜연 작가의 첫 장편소설《하얀 십자가의 숲》을 만나보았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라는 설명답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촘촘하게 짜여있다. 과거와 현재, 서울과 파리가 연결되고 일제 강점기와 분단된 대한민국이 연결되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250여 페이지에 담기에는 너무나 큰 이야기인듯싶었다. 근현대사를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삼대三代 이야기의 요약 편을 본듯하다.


p.16. 고아(孤兒), 외로운 아이. 그래서 온전한 성인들은 저마다 외로운 아이 하나를 가슴속에 숨겨 두고 있다.


한국 국적을 회복하지도 않았고,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지도 않은 체 대만 국적으로 파리에서 살던 정해용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혹시 내가 아는 그 사람인가 싶은 역사적인 인물도 등장하지만 절묘하게 잘 짜인 멋진 허구다. 특히 주인공 정해용의 삶은 한恨 그 자체일 것 같았다. 잠깐 등장하는 단옥의 삶도 다르지 않다.


p.57. 인생에는 승리도 패배도 없어. 그냥 살아가는 거지.


제국주의의 강제 침탈에 대항한 대한제국의 황제도, 일본의 유명 화가도 만날 수 있지만 그들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이 소설이 주는 재미이다. 엄청난 속도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재미와 흥미가 넘치는 책이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소중한 의미에 있는듯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제국주의를 피해 파리의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젊은이 정해용의 삶을 우연히 만나 조금씩 깊게 추적해가는 김현우의 등장은 정말 우연일까? 작가가 들려주는 '우연'과 '필연'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거기에 다양한 문학 작품과 허난설헌의 시 등도 감상할 수 있어 인문학 도서처럼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도 주고 있다. 어압御押과 어보御寶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압의 사진이 실려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설책에. 어압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개인의 한恨을 넘어서는 커다란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공중정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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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지 않을 결심 - 이기적 본능을 넘어서는 공감의 힘
카렌 암스트롱 지음, 권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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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역사』를 발표한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렌 암스트롱의 놀라운 책《상처 주지 않을 결심》을 만나보았다. 200여 페이지의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의 책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세계적인 종교학자답게 기독교를 비롯한 힌두교, 불교 등에 이르는 많은 종교들을 비교하여 때로는 공통점을 또 때로는 차이점을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 소크라테스, 공자 등의 철학까지 보여준다. 깊이 있는 생각을 폭넓은 지식으로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놀라운 책이다.


다소 낯선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놀라움과 편안함이다. 종교가 가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듯한 오늘날의 종교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저자의 생각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특히 이 책은 종교나 철학 또는 인문학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다.


저자는 '자비'를 인간답게 사는 방법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 자비를 바탕으로 삶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12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부터 나의 무지에 놀라고 말았다. '자비'를 타인을 위하는 마음 동정에 가깝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자비란 동정이 아니고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타인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들을 자기중심주의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12단계를 한 단계씩 차례대로 습관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12단계의 첫 단계 '자비란 무엇인가'는 자비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정립하게 해주고 있다. 두 번째 단계부터는 제목만 읽어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한발 물러나 세상을 둘러보라','내 마음 사용법 익히기', '고통을 마주 하라','일상의 작은 행동부터'등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뻔한 문장들이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만나본 '뻔한'이야기들이 아니다. 저자가 왜 이 책을 통독 후에 자주 읽어보라 권하는지 빠르게 이해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10. '자비(com + passion)'는 '다른 사람과 함께[어떤 일을]견딘다'는 의미이다.


종교학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종교 이야기들의 재미와 삶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만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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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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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을 시작으로 『자기만의 방』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너무나 사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연구하는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4000여 통의 편지들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96통의 편지를 골라서 번역한 편지 모음 책《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는 많은 인물과 다양한 편지 내용들을 통해서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해 인간적인 면을 조금 더 깊게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특히, 책의 뒤편에 실린 세 편의 에세이가 멋진 표지와 함께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듯하다. 표지로 시선을 끌고 편지로 관심을 증폭시켜 에세이로 버지니아 울프에 몰입하게 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을 남성들을 '두 배쯤 크게 비추는 마술 거울'이라 비유했던, '자유'를 삶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 속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100여 년 전에 영국에 살았던 여성 작가의 삶은,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까?

1901년 엠마 본에게 쓴 편지를 시작으로 언니 바네사 벨, 에델 스미스 그리고 남편 레너드 울프 등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만나볼 수 있다. 첫 편지의 제목'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부터 흥미를 끌어모은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자유, 2부 상상력, 3부 평화로 나누고 작가가 되기 전(1882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1941년)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자신의 재능에 불안해하고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등 을 들려주며 자신을 찾기 위한 고민을 이어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진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또 각 편지에는 편지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편지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친절한 역자의 '각주'가 붙어있어서 편안하게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는 또 다른 재미는 책에 실린 사진으로 편지의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모습을 한 누구와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지 또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지 찾아보는 재미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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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소년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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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을 힘들게, 상처 받게 하는 건 어른들인듯하다. 특히 부모.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부모들을 마음 껏 미워하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감정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아파한다. 『리버 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의 장편소설《밤을 달리는 소년》의 주인공 지니도 그런 착한 아이다. 지니의 부모는 열다섯 살 지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부모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힘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끔찍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정폭력을 소재로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 큰 폭력의 어둠이 지니를 기다리고 있다. 그 어둠은 지니를 달리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달리고 나중에는 엄마, 아빠를 살리기 위해 달린다.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위해 달리는 것이다. 밤만 되면 계속 달리는 지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먹먹하다. 눈물을 흘리며 달리는 열다섯 소년 지니의 모습은 너무나 가엾고 너무도 안타깝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지니는 어느 날 등교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 그런데 그날 또 다른 폭력이 집에 침입하고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지니는 침대 밑에서 엄마의 비밀도 듣게 되고 너무나 무서운 플래시 코트도 만나게 된다. 플래시 코트는 집에서 무언가를 찾아오라고 시키더니 나중에는 무언가를 배달시킨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그렇게 이야기는 소년이 주인공인 누아르 영화처럼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빠르게 결말에 닿는다. 지니가 들고 달린 건 무엇일까? 총을 맞고 병원에 있는 엄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지니 집에 무언가를 숨긴 범인은 누구일까? 지니는 물론 부모의 목숨을 빼앗겠다며 지니를 협박한 범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런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소년을 괴롭히고 있을 때 지니의 아빠는 어디 있는 걸까? 재미와 흥미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 매력 만점의 책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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