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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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생각해보니 황석영이나 이문구에 대해선 리뷰를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쓸 생각도 안했지 뭐.

그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 시대 클래식에 오른 작가들 작품은 그럴만 하기 때문이고 내가 무슨 소설 평론가도 아니니 굳이 미주알 고주알 씹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다음의 잘팔리는 작가들....신경숙이나 정이현 김훈...요런 치들의 책도 다 읽었지만 내 취향이 아닐 뿐 역시 뭐라 평할 필요는 없이 잘된 책들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좋은 책이란  내가 생각하기 그렇다. 독자로 하여금 뭔가 말하고 싶어 근지럽게하는 책....자랑을 하든 따지든 씹든....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은희경을 다시 읽으니 정말 오랜만에 독후감을 쓰고 싶어지게 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옛날 잘 나가던 시절 한창때 은희경 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물론 능청맞고 문장좋고 다 좋았지만 나같은 중년들을 확 맘 놓게하는 그런게 좀 없엇다. 그냥 여성취향이라고 무시한 거 사실이다.

특히 마이너리그-그거 좀 실망이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이 작가의 소설집...........아 이 아줌마 보통 아니구나 생각된다.

마흔 넘어서 새로운 창작형태를 고민하고 신인처럼 쓸려고 하는 게 보인다. 이거 생각보다 쉬운 거 아니다. 한편 한편 다 쫀쫀하게 재밌다. 마이너리그 이후 넘 오래 은희경을 놧나 생각하니 그간 놓친 책들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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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보다 여행이다!
경민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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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책을 살 때 저자와 함께 출판사를 일단 숙지한다.

웅진지식하우스...랜덤과 갈라지면서 그래도 이름값을 하나 했는데 아주 실망이다. 책장사....이러다 망할텐데....

스물아홉이나 먹구서 자기 배낭여행 가는데 주변사람들 1만원 걷어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가 이책의 결정적인 에러다.

무슨 난민지역에 봉사활동 떠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무슨 대단한 경력이나 미모나 뭐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그나이까지 돈도 모아보지않고 떠나고 싶으면 알바라도 해서 돈벌어가든지....도대체 왜 떠나는지... 책을 덮고난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차라리 돈도 없고 무대포로 떠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죽도록 고생하는 젊은 친구들 얘기가 더 감동적인 것 같다.

그러나....

나름 책은 읽은만했다. 작가로서의 기본기, 캄보디아 같은 후진국을 보는 시선 이런 건 꽤 신선했다.

중간에 로미오라는 남자친구 불러들이고 뭐 등등 여전히 나이값 못하는 아가씨의 투정같긴 해도 장단점은 있는 책이라 별하나 할까 하다, 두개 남긴다.

 

....이책을 읽고나니 얼마전 혹평을 남겼던 김영주의 <토스카나> 리뷰를 다시 써야겠단 생각이 솟구쳤다. 그것도 책값이 아까왔지만 이것만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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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2
김영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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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리 말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녀의 책을 살 것이다. 믈론 세번째 여행기를 포함해서다.

<캘리포니아>가 좋았던 이유는, 솔직함과 개방성, 그리고 너무 지나치지 않은 감성이 잘 조화되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다. 진정으로 김영주의 팬이 되고싶은 이라면 이 책은 차라리 건너뛰는 게 낫다.

참...리뷰를 쓰자니 안스러운 느낌도 든다 .작가가 애쓴 건 안다. 그러나.... 최소한 두번째 정도의 자신의 책을 낼 정도면 문필력에 대한 고민, 책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더 첨가됬어야 한다. 전의 책보다는. 배낭여행기 나부랑이 긁어서 어린애들에게 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열심히, 고생한 흔적은 역력해 그것이 부족한 완성도를 메꿔주리라 작가와 출판사는 기대했을지 모른다. 너그러운 사람들은 그럴지 모르나, 돈 13800원이나 내고 몇시간을 투자해 꼼꼼히 읽는 나같은 쫀쫀한 독자에겐 시간낭비란 생각을 피할 수 없다. 맛없는 음식은 양이라도 적은 게 낫다.

작가는 기자 시절 습관처럼 준비에서 일정을 아주 세밀히, 독자와 공유하는 느낌을 갖게 서술했는데 그것이 이 책에선 역효과를 냈다. 나이든 여자의 집착과 자존심이 묘하게 믹스되어 전 여행기처럼 소탈하게 느껴지지 않고 ...."좀 훌훌 털고 나가서 사람들과 좀 부대껴보시지" 하는, 신경질적인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작가로서, 고급독자를 분명 타겟으로 한 이책은 너무 안일한 기본기를 드러낸다.

고종석이나 진중권 같은 대단한 작가가 아니더라도 인문학적 지식은 이런 유럽여행기에서 어느정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작가는 와인이건 이탈리아 문화건 다 조금조금씩 후다닥 준비해 갔고  이런 거창한 여행기에서 필요로 하는 깊은 지식에 바탕한 성찰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뛰어난 감성으로 무장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기자처럼, 그 방면에 정통한 사람들이나 그곳에 사는 한국인들을 드문드문 만나 이 지면을 메꾸긴 했다. 그러나 그저 만나서 기록한 것에 지나지않는다는 느낌이다. 그냥 남에게 신세지다 온 연줄 많은 전직기자의 배부른 유랑기로 전락할 뻔 했다. 그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은건 작가의 인품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여행기가 표방하는 '머무르는 여행'이란 게 결국 이게 한계인지도 모르겠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의 빈곤일 수도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전 책에서는 그것이 한계처럼 보이지 않았다.

잡지 기자가 자기 잡지에 쓴 거였다면 그정도도 무난했을지 모르지만 이건 그녀의 이름으로 승부하는 그녀의 책이란 말이다.

뭐하나 뛰어나진 않지만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이악물고 도전하는 듯한 느낌....그래서 대놓고 말하기도 괴롭다.

그 참치샐러드 얘기같이, 작가 스스로도 자꾸 얘기해서 미안하다 하지만....그만큼 내용이 지루하고 중복이 많다는 것, 그것은 작가로서의 직무유기다. 전업으로 여행작가를 표방한 마당에 말이다.

출판사에도 실망이다. 안그라픽슨 좋은 책을 많이 낸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건 그녀와의 친분 때문에 그냥 낸 것 같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이런 책 참 좋았었다.

<앨리스, 30년만의 휴가><쉬트래블즈> 이런 책들 읽고 여행기도 이렇게 품격있구나 감탄해온 나로선 김영주도 그런 책을 내주길 정말 기대한다. 그녀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여행작가가 나와주길 난 정말로 기다려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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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공경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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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번역도 잘한 탓이 있지만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빼어나다. 영문학 전공한 친구가 전보다 노랠 부르던 앨리스 스타인바흐. 대단하다. 고급영어의 진수다.

물론 영문장이 아무리 고상해도 재미없음 소용없다. 재미도 있다. 나름 잔잔한 중년여성의 내면, 그리고 파리, 기타등등 몇가지 코드들.

나이드신 중년의 여사분들에게 권했더니 무척 반응이 좋앗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이고 우아하게 늙고 싶단 소망을 품고 사는 3,40대 여성들, 특히 글쓰는 여성들에게 맞는 책 같다.

잡다한 정보 같은 걸 기대함 안된다. 그냥 사색과 은근한 로맨스가 곁들인 여행, 표사에 적힌말대로 " 아름답고 명확하며 사려깊다" 그대로다.

넘 존경스러워 거리감이 느껴지는 책이 아니라, 나도 잘 살면 요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뭐 그런게 보너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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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조병준 지음 / 박가서장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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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 초반, 아니 자기가 젊다고 생각될 때 꼭 읽어줘야되는 책이 있다.

난 두가지를 권하곤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책이다.

솔직히 나이든 꼰대가 되면 아무리 좋은 걸 읽어도 심드렁하다. 감동을 느끼기엔 넘 닳고 닳아졌으니까.

내가 첨 조병준이란 이름 석자를 알고 이 책을 읽었던 건 99년도였다. 20대 중반이다. 무심하게 읽다가 가슴

이 터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심지어 책장을 덮으면서 눈물 몇방울을 뚝뚝 흘렸다. "투안"과 조병준, 또 누구더라 이렇게 셋이 나온 장면이 그 절정이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책이려니 하고 은근히 무시하며 건방지게 책장을 폈던 내가 보기좋게 당했다.

왜냐고? 모르겠다. 난 기형도같은 친구를 잃어본 적도 없고 한반도 밖으로 나가본적도 없어 마더테레사의 집이 뭐하는 덴지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저 젊고  그저 사는 게 막막해보였던 나이이기에 그랬을까.

아직도 기억난다. 이걸 내게 권해줬던 친구, 그놈은 시인지망생이었다.  그런데 그놈, 작년에 간암으로 저 세상에 벌써 갔다.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게 된 것이다.

조병준이란 필자에겐 아마 나같은 이름없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책이 계속 나가서 몇쇄를 더 찍고 결국 개정판까지 내지 않았을까. 새로 나온 책, 것도 나쁘지 않지만 소박한 맛이 나는 이 구판이 훨씬 맘에 든다.

정말 모르겠다. 나처럼 책 만드는 깐깐한 책장이한테도 이유없이 맘을 곱게 해주는 책이 있다니 .나도 놀랍다.

이 책의 맨마지막편인 '투안'의 사연이 특히 심금을 울린다. 이런 흔해빠진 표현이 이토록 잘 맞는 경우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병준은 계속 이후에도 각기다른 책을 냈지만 이책이 진정한 마스터피스다.

한비야와 기형도, 혹은 류시화...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권하고 싶다. 아니 꼭 읽어야만 한다. 이런 책도 안 읽고 청춘을 보낸다면...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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