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2
김영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미리 말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녀의 책을 살 것이다. 믈론 세번째 여행기를 포함해서다.

<캘리포니아>가 좋았던 이유는, 솔직함과 개방성, 그리고 너무 지나치지 않은 감성이 잘 조화되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다. 진정으로 김영주의 팬이 되고싶은 이라면 이 책은 차라리 건너뛰는 게 낫다.

참...리뷰를 쓰자니 안스러운 느낌도 든다 .작가가 애쓴 건 안다. 그러나.... 최소한 두번째 정도의 자신의 책을 낼 정도면 문필력에 대한 고민, 책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더 첨가됬어야 한다. 전의 책보다는. 배낭여행기 나부랑이 긁어서 어린애들에게 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열심히, 고생한 흔적은 역력해 그것이 부족한 완성도를 메꿔주리라 작가와 출판사는 기대했을지 모른다. 너그러운 사람들은 그럴지 모르나, 돈 13800원이나 내고 몇시간을 투자해 꼼꼼히 읽는 나같은 쫀쫀한 독자에겐 시간낭비란 생각을 피할 수 없다. 맛없는 음식은 양이라도 적은 게 낫다.

작가는 기자 시절 습관처럼 준비에서 일정을 아주 세밀히, 독자와 공유하는 느낌을 갖게 서술했는데 그것이 이 책에선 역효과를 냈다. 나이든 여자의 집착과 자존심이 묘하게 믹스되어 전 여행기처럼 소탈하게 느껴지지 않고 ...."좀 훌훌 털고 나가서 사람들과 좀 부대껴보시지" 하는, 신경질적인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작가로서, 고급독자를 분명 타겟으로 한 이책은 너무 안일한 기본기를 드러낸다.

고종석이나 진중권 같은 대단한 작가가 아니더라도 인문학적 지식은 이런 유럽여행기에서 어느정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작가는 와인이건 이탈리아 문화건 다 조금조금씩 후다닥 준비해 갔고  이런 거창한 여행기에서 필요로 하는 깊은 지식에 바탕한 성찰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뛰어난 감성으로 무장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기자처럼, 그 방면에 정통한 사람들이나 그곳에 사는 한국인들을 드문드문 만나 이 지면을 메꾸긴 했다. 그러나 그저 만나서 기록한 것에 지나지않는다는 느낌이다. 그냥 남에게 신세지다 온 연줄 많은 전직기자의 배부른 유랑기로 전락할 뻔 했다. 그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은건 작가의 인품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여행기가 표방하는 '머무르는 여행'이란 게 결국 이게 한계인지도 모르겠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의 빈곤일 수도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전 책에서는 그것이 한계처럼 보이지 않았다.

잡지 기자가 자기 잡지에 쓴 거였다면 그정도도 무난했을지 모르지만 이건 그녀의 이름으로 승부하는 그녀의 책이란 말이다.

뭐하나 뛰어나진 않지만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이악물고 도전하는 듯한 느낌....그래서 대놓고 말하기도 괴롭다.

그 참치샐러드 얘기같이, 작가 스스로도 자꾸 얘기해서 미안하다 하지만....그만큼 내용이 지루하고 중복이 많다는 것, 그것은 작가로서의 직무유기다. 전업으로 여행작가를 표방한 마당에 말이다.

출판사에도 실망이다. 안그라픽슨 좋은 책을 많이 낸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건 그녀와의 친분 때문에 그냥 낸 것 같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이런 책 참 좋았었다.

<앨리스, 30년만의 휴가><쉬트래블즈> 이런 책들 읽고 여행기도 이렇게 품격있구나 감탄해온 나로선 김영주도 그런 책을 내주길 정말 기대한다. 그녀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여행작가가 나와주길 난 정말로 기다려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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