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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바움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바움출판사
김동인, 김유정, 이효석의 단편들을 청소년기에 읽었던 이후로는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된다. 더구나 단편은 이상하게 읽을 기회가 없었다. 몇 년 전 읽었던 일본작가의 단편집이 한권 있긴 했다.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라는 지극히 서정적이고 평범한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이 작품이 이 책의 대표적 작품이겠거니 하고 목록을 열심히 살폈다. 그러나 없었다. 책에 실린 17편의 단편은 모두 다른 제목을 가진 것들이었다. 각각의 독특한 상황과 인물이 만나 한 편의 합창을 이루는 걸 보라는 제목일까? 그러나 각 각의 스토리는 파랑새의 노래처럼 평화롭지 않다.
첫 번째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는 쿠바 혁명이 일어난 어느 날, 사랑 하는 아내를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주고, 총에 맞아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고위 공무원,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삶이 ‘혁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어떤 사건 앞에서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다. 아름다운 아내도, 자신도, 한껏 단장하고 보러간 마술 공연도 아수라장이 된 그 시간 한 줌의 희미한 연기가 되어 마치 마법처럼 사라져간다. 남자가 마법사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은 아내를 잃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다. 쿠바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미국인인 아내를 향한 마법사의 미소는 자신을 향해 올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청소년 캠프에 가게 된 십대들의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 캠프에 가다>나 어린 시절 유괴된 기억을 가진 두 친구의 이야기인 <행복은 너의 것이 되리> 등도 독특하다.
작가는 미국의 팝아트 소설가로 알려져 있고, 넬슨올그런 단편문학상 수상하였다. 넬슨 올그런은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Arm〉(1949, 영화화 1956)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단편 소설가다. 그의 이름으로 제정된 이 상은 우리나라의 동인문학상의 권위를 가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편으로 시작해 현재는 단편소설을 쓰고 있으며, 책 속 삽화, 만화, 극작, 음악 저널리스트 등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컬트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의 독자라면 이 작가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