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으로 보는 5000년 한국사
이덕일.김병기 지음 / 예스위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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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으로 보는 5000년 한국사

이덕일, 김병기 지음/예스위캔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한국은 산성의 나라다.’. 남쪽의 몇 몇 지역을 빼고는 넓은 평야지대를 찾기 어려운 자연환경에서 사람들은 산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산에 기대어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었다. 그렇게 형성된 마을이 도시를 이루고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낮고 높은 산을 따라 산성이 형성되었다. 삼국시대부터 그렇게 쌓았던 산성들이 남한 지역에만 1200여 개가 남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성의 특징은 평지성과 산성으로 나누어 쌓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무사들만이 성에 살았고 중국은 산성이 거의 없고 평지에 성을 쌓았다. 우리나라는 평상시에는 평지성내에서 생활하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백성과 관리들이 모두 성으로 들어가 생활하면서 싸우는 ‘농성’의 구조를 띈다고 한다. 관할내의 모든 백성과 운명을 같이 하려는 보민위주의 산성, 잦은 전쟁, 많지 않은 인구의 우리로써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는 각오로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은 백성과 생사를 함께 한 산성, 전망 좋은 가족 나들이 산성, 나라의 운명을 뒤바꾼 치열한 전장터가 되었던 중요한 산성들을 소개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은 기회가 되는 데로 가보리라 생각하며 읽다보니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만주의 고구려 산성과 일본의 조선식 성인 것 같다. 저자들은 그동안 식민사관을 반박하며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책 역시 산성을 통해 우리의 고대사를 보게 한다.  사실 그동안 일본이나 중국에 우리의 산성이 남아있으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만주의 고구려 산성, 일본에 남아있는 백제의 산성의 생생한 사진과 답사 자료를 보니 새삼 우리 고대사에 대한 자부심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오르던 산행 길, 오랜 세월의 흔적이 배인 것 같은 돌무더기를 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없을 것 이다. 이곳이 혹시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옛 선조들이 쌓은 산성이 아니었을까? 이곳이 군사적 중요한 요충지가 아니었을까?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진입하는 길목이 아닐까? 멀리 바다, 강을 바라보며 혹시 적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군사들이 보초 서던 역사의 현장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서성거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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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스테이츠 - 1%를 극복한 사랑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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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states

체탄 바갓/북스퀘어

 

<인생은 아름다워>란 영화를 보며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머와 낙천적인 성격을 배웠다. 어린 아들과 함께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는 아빠가 말한다. 우린 지금 게임을 하러 온 거야.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탱크를 선물로 받을 수 있어. 배고프다고 하거나 간식을 달라고 하면 벌점이 있어. 중간에 탈락한 사람은 집에 돌아가야 돼. 끝까지 참을 수 있지? 어린 아들을 위해 필사적인 거짓말로 아들의 꺽지 않았던 그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으로 아들은 결국 승리한다.

인도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체탄 바갓의 앞선 소설 <세 얼간이 >를 읽으며 인도와 인도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이탈리아 사람 못지않게 낙천적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일이 이렇게 까지 온갖 짜증나는 일을 참고 참아, 관습의 높은 장벽을 넘고 넘어야 하는 일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일찌감치 체념하고 관습을 쫓아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택할까? 이 들처럼 지역과 집안과 관습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할 수 있을까?

하긴 사랑에 대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는 평탄함이 오히려 시시할 수도 있겠다. 결혼까지 갈 수 없다고 생각 되는 그런 장벽들로 말미암아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뻔할 것 같은 젊은이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흥겹게 풀어간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가족과 사회의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인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쪽에서 온 순진한 청년이라고 택시요금의 5배를 바가지 씌우는 운전기사들에 둘러싸여서도 우리의 주인공은 인도 특유의 낙천성과 유머로 위기를 극복한다. 전혀 다른 사회 문화적 배경, 가정환경,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 언어마저도 다르다니 인도는 대체 어떤 나라일까?

얼마 전 여행길에 여행가이드에게 누군가 물었다. 가이드님이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어딥니까? 그 가이드는 아직 당신이 젊다고 생각한다면 인도를 꼭 여행해 보라고 한다. 수천 년 전통의 카스트제도와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인도, 삶과 죽음을 동일한 눈으로 바라보는 인도를 체험한다면 인생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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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박중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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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세계사
제프리 블레이니 지음/ 박중서 옮김/(주) 휴머니스트 판


  책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좀 역설적이다. 진화론에 근거하자면 200만 년 전, 선사 시대로 여겨지는 4만 년 전의 인류사를 짧게 펼쳐 놓았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궁금증을 낳았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던 세계사는 나에게 방대한 분량이었다. 무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할뿐더러 동서양의 광활한 지역까지 세계사를 한 권의 책으로 옮겨 놓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성싶다. 

  책 제목이 주는 편안함으로 접한 이 책은 테마별로 역사적 사실을 정해 둔 것이 참 읽기 편했다. 편집자가 나름대로 독자를 고려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역사서는 사실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나름 주제 중심으로 역사를 인과적으로 접근하여 흐름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 흥미 위주의 역사 이해보다 역사를 현장에서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보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보이는 특징 중 또 하나는 세계사를 편집한 시점을 현재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의 역사로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적 관점에서 역사를 분석하고 비평하고 현재의 삶에 반영하는 기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는 참 이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현재의 우리 삶에 여러 가지 모양새로 반영시키고 있다. 분완전한 아테네 민주주의나 동기를 가지고 출발한 여러 혁명적 사건들과 완악한 군국주의는 분명 충분한 반성과 수습을 걸쳐 오늘의 여러 제도 안에 정착되거나 내몰렸다. 곧 역사는 단편적이거나 분절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아니라 그 영향과 흐름들은 보이지 않게 우리 정신과 삶에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왕조가 망하고 제도가 폐기물로 처리되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정신과 이념이 현재의 삶에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를 바꾸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와 정신의 힘이었다. 나라를 잃고 분단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역사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힘들이 세계를 움직이고 지배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 갖가지 사건 속에 우리는 그 시대를 지탱시켰던 문화와 정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난관을 극복해 온 시대정신들이 현대 속에서 여러 모양으로 열매 맺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세계를 이해하고 올바른 시대정신을 기르기 위해선 세계사를 정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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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바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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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바움출판사


  김동인, 김유정, 이효석의 단편들을 청소년기에 읽었던 이후로는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된다. 더구나 단편은 이상하게 읽을 기회가 없었다. 몇 년 전 읽었던 일본작가의 단편집이 한권 있긴 했다.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라는 지극히 서정적이고 평범한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이 작품이 이 책의 대표적 작품이겠거니 하고 목록을 열심히 살폈다. 그러나 없었다. 책에 실린 17편의 단편은 모두 다른 제목을 가진 것들이었다. 각각의 독특한 상황과 인물이 만나 한 편의 합창을 이루는 걸 보라는 제목일까? 그러나 각 각의 스토리는 파랑새의 노래처럼 평화롭지 않다.


  첫 번째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는 쿠바 혁명이 일어난 어느 날, 사랑 하는 아내를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주고, 총에 맞아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고위 공무원,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삶이 ‘혁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어떤 사건 앞에서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다. 아름다운 아내도, 자신도, 한껏 단장하고 보러간 마술 공연도 아수라장이 된 그 시간 한 줌의 희미한 연기가 되어 마치 마법처럼 사라져간다. 남자가 마법사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은 아내를 잃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다. 쿠바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미국인인 아내를 향한 마법사의 미소는 자신을 향해 올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청소년 캠프에 가게 된 십대들의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 캠프에 가다>나 어린 시절 유괴된 기억을 가진 두 친구의 이야기인 <행복은 너의 것이 되리> 등도 독특하다.


  작가는 미국의 팝아트 소설가로 알려져 있고, 넬슨올그런 단편문학상 수상하였다. 넬슨 올그런은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Arm〉(1949, 영화화 1956)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단편 소설가다. 그의 이름으로 제정된 이 상은 우리나라의 동인문학상의 권위를 가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편으로 시작해 현재는 단편소설을 쓰고 있으며, 책 속 삽화, 만화, 극작, 음악 저널리스트 등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컬트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의 독자라면 이 작가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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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법 - 통찰력을 길러주는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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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

안상헌 작/북포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 문명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인간에게 엄청난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제공해 주었다. 당연히 인간은 가치 척도도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삶이 물질 중심으로 바뀌면서 과학 관련 지식에 집착하고 무차별적인 연구와 개발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정신문화를 도외시한 부도덕한 탐욕이 인류에게 전쟁과 경제 공황을 낳게 되고 이것은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을 탑재한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본질을 놓치고 만 것이다. 과학 문명의 역기능이 낳은 우려를 우리는 이 시대 속에서 정확히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학문이라 볼 수 있다. 곧 주체와 객체 모두가 인간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 문명과 기계화에 매몰되어가고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이 시대에 질서와 가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제시한 학문이다. 이제는 인문학에 눈을 돌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학문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때라 본다.

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과 만족을 단막극처럼 제시된 이 책에서 인문학의 가치와 교훈을 다시 되새겨 보게 한다. 청소년기부터 읽었던 책들이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되새김질을 시키고 있다. 막연히 들었던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새삼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은 나에게 인문학 공부에 대한 동기와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경륜이 덧칠된 나의 삶에 또 다른 학습욕구를 불러일으키고도 남았다. 고전을 테마 중심으로 제시하면서 책읽기의 맥을 잡아주는 저자의 배려와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독자 중심의 편집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먼저 책을 막연하게 읽다가 결국 접고 마는 일반 독자들에게 바람직한 지침을 제시하였고, 다음으로 주옥과 같은 고전 읽기의 핵심을 너무나 잘 뽑아 올렸다.

우리는 동서고금의 여러 책들을 밤새워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희열을 맛보았을까?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단편적 지식과 정체불명의 잡다한 정보들이 판을 친다. 감칠맛 나고 내면을 훈훈하게 적셔 줄 인문학 독서에 우리는 너무나 멀리 가 있는 것 같다. 과학 정보화가 주는 달콤함에 인문학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본질과 목적을 정확히 통찰해야 한다. 인문학을 손에 놓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의 행적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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