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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세계사 -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조미라.김라현 옮김 / 열린세상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차의 세계사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열린세상
짙은 눈썹, 부릅뜬 눈, 건장한 체구에 아무렇게나 흐르는 듯 천을 걸치고,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 늘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이 사람, 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달마대사다. 그는 인도의 왕족출신으로 불교에 귀의해 중국으로 건너가 활동을 했다고 한다. 7년을 한 결 같이 벽을 바라보며 참선을 하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든 그는 자신에게 얼마나 화가 났던 걸까? 그만 자기 눈꺼풀을 베어서 땅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 눈꺼풀이 떨어진 자리에서 차나무가 자랐다. 이 후 명상하는 승려들은 졸음을 쫓는 신성한 음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명상과 차나무 참 잘 어울린다. 책을 읽다 보니 그저 오래된 식당에 걸려있던 낡은 그림 속의 그가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는 차를 마실 때 생뚱맞아 보이지만
가끔은 달마대사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로마에서 태어나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지난 10년간 차의 역사를 연구하고 미국의 박물관에서 차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전시회를 기획, 진행하는 등 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파리에서 작가, 사진가, 번역가로 일하며 영어, 불어, 이태리어, 독일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유럽 출신의 인문학을 공부한 그녀가 동양의 차에 매료되어 차의 역사를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녀의 열정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차를 통해 보는 세계의 역사, 차에 얽힌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차에 관한 유용한 정보, 차와 자연, 차와 농업, 차와 무역, 차와 인류의 미래 등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부터 3부까지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전설로 내려오는 중국의 차 이야기, 차로 인한 동양과 서양의 만남과 충돌의 역사, 차가 유럽으로 전래되며 일어난 사건들, 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다룬다. 4부에는 현대의 차 무역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룬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차도 불공정 무역과 노동착취, 환경문제 등 이면에 숨은 심각한 문제들이 많았다. 누구는 싼 값에 편안하고 안락하고 멋진 장소에서 차 한 잔을 마실 때, 국적도 없이 의료시설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차 농장에서 차 노동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노예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각 장의 시작을 알리는 매혹적인 시에 이끌려 무작정 차의 향기, 차의 낭만을 생각했으나 책을 덮을 때는 이런 차의 참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여행길에 선물한 이름 모를 차를 마실 때도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