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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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에서 만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행인이 포옹을 하며 달래주는 장면을 보았다. 경찰도 제지 못한 사람을, 단지 안아주고 등을 두들겨주었을 뿐인데 그 만취자는 금방 조용해졌다. 공감과 이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상에 고민 없고 불안에 떨지 않는 사람은 없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없어지지도 않는다. 그 고민과 불안은 타인이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함으로써만 바뀐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독서치유상담자이자 치유심리학자인 저자역시 완벽한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따라 강하게 나갈 때가 있고 당신이 옳다며 동조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상담이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뀔 시발점이 되도록 하는 것일테다.

저자는 심리치료에 그림책을 함께 처방한다. 마음의 병은 어린시절 아물지 않은 상처가 덧나거나 깊어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몸은 이미 어른이지만 아이의 눈으로 봐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결혼에 확신이 없는 예비신부는 자투리 천일지언정 누비 엄마들이 만들어준 옷을 입고 기뻐하는 미나의 이야기누더기 외투를 입은 아이에서 부모님에게 충분히 사랑받았음을 깨닫게 되고 함께 나누는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된다.

모든 일에 데면데면하게 굴며 상처받지 않겠다던 교사도 끝내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한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마음을 떼 내어 유리병에 넣어버리는 소녀마음이 아플까봐가 얼마나 공감이 되었겠는가. ‘감정을 외면한다고 해서, 어딘가에 버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라면 애초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관심사병을 상담한 내용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나마 아픔을 공감하고 안아주는 동기가 있어서, 잘못된 게 있다면 여기서 다 까고 새로 출발해보자고 격려해주는 동기가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어떻게 이 자리에 왔던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미국시인 프로이트의 가지 않은 길을 사병들에게 텍스트로 주며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잘 잡고 방향을 잡았다면 전심을 다해 가야만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이기만 을 바랄뿐이다.

내안의 덜 자라고 상처 입은 아이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내겐 지금과 미래라는 선택지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준 심리상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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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책고래마을 38
이경은 지음 / 책고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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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에 속담풀이나 수수께끼책을 참 많이 읽었었다. 친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여앉아 답을 외치느라 목이 쉬는 줄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맞대고 온라인게임을 하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걸 보면 기술의 발달 때문인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골똘히 생각해볼 때가 있다.

조이가 소중한 뭔가를 찾기 위해 동물친구들의 집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는 이 그림책은 수수께끼를 푼다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놀이의 방법은 바뀌어도 아이다운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아 마지막 장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계태엽 속을 돌아다니는 생쥐 티미는 조이에게 첫 번째 제시어를 받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다.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게 많을 거라는 옆집의 부엉이 휴고를 함께 찾아가지만 두 번째 제시어에도 역시 고개를 내젓는다. 다시 함께 찾아간 몽구스 마빈 형제는 항상 목을 길게 빼고 먼 곳을 지켜보고 있지만 세 번째 제시어에도 답을 알지 못한다. 높은 곳에 살면 보이는 게 많아 아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에 찾아간 산꼭대기 탑의 악어 루크는 바다 동굴 속 페리네 집에 다 같이 가보자며 오랜만의 외출에 신나한다. 트럼프를 불고 있던 해마 페리는 네 가지 제시어를 차례로 듣더니 드디어 조이가 찾던 소중한 뭔가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조이는 사랑하는 동생 로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 이것, 피아노를 찾았던 것이다. 나는 세 번째 제시어에서 답을 알았는데 수수께끼 실력이 아주 감소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니 어쩌면 또래가 아니라서 조이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로이는 조이의 소중한 것을 함께 찾아준 동물친구들의 축하노래까지 받아서 더 행복했을 것이다. 조이가 친구들의 집을 똑똑똑 두드리고 다닌 것은 로이의 생일에 초대한다는 뜻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꾸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그림책 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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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부동산 - 오늘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
서울경제 집슐랭.김현정 지음 / 두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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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여섯 살 때부터 지금껏 수십 년 동안 이사한 횟수가 네 번이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하교를 하면 이사가 끝나있고, 직장을 다닐 때에는 퇴근을 하면 이미 정리가 다 되어있는 상황이라 집이라던가 이사라던가, 더 나아가 부동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이 독립할 요량으로 새 아파트를 사자마자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부동산에 관심, 아니 관여를 하게 되었다. 새 아파트를 그냥 놔둘 수가 없어 살던 아파트를 세를 놓고 이사를 가기로 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드나들며 이사 준비를 하는 와중에 알게 된 부동산의 세계는 흥미로웠다. 부동산이 부동의 투자처로써 이제껏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 책은 요즘 쓰이는 부동산 용어부터 세입자 입장에서의 전월세 구하기, 청약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방법, 부동산 실전 거래지침, 자신에게 맞는 투자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부동산 입문서나 다름 아니다. 지은이 서울 경제 부동산 콘텐츠 집술랭이 프롤로그에 썼듯이 부동산재테크를 위한 어떤 투자 강의를 하기보다 20,30대를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론칭했다는 말에 부합한다. 어느 지역의 어디 아파트나 땅이 몇 십 배 오른다는 사실보다 당장 내일 내가 살 집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해서 계약까지 잘 끝마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임대차신고제 가 작년 731일부터 개정된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라면 꼭 알아야 한다는데 과연 뭇사람들이 인지를 하고 있는 사항인지 모르겠다.

나는 임대인으로 전월세 만기를 1개월 남겨두고 이사 가겠거니 그냥 있다가 얼떨결에 연장을 하게 되었다. 복잡다단한 부동산 정책이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가 그리 쉽겠느냐마는 기본적인 것을 알면 유리하게 적용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주택청약저축도 마찬가지다. 입주자 저축의 종류, 자격, 점수까지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집술랭은 말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대책이 제일 큰 사안이 되는 이유도 그만큼 부동산이 삶에 미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 투자목적 만이 아니라 사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더 부각되었으면 한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라는 표지의 타이틀이 매우 잘 어울리는 부동산 지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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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땅 로어랜드 로어랜드 시리즈
제니 맥라클란 지음,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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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이 존재하듯이 그 시기에만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다 더 많은 세월이 흘러 지나간 날들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혹은 그 세계가 스스로 찾아올 수도 있겠다.

중학생이 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고 친구 같은 쌍둥이 여동생 로즈가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에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 때 아서의 눈에 서서히 들어오는 처럼 말이다.

중학교 교사였다는 작가도 예비 중학생들이 가지는 기대와 불안의 이중적인 감정을 잘 알기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믿어보라는 의미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 인어마녀, 유니콘과 용이 함께 할 때 아무 거리낌 없었던 그 때의 나를.

아서와 로즈는 어린시절 직접 그린 지도도 믿지 않았지만 손자들을 믿었던 할아버지는 로어랜드로 통하는 간이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전히 현실에 충실한 로즈를 남겨두고 아서는 할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과감히 모험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주인이 떠난 로어랜드는 변했다. 로즈의 인어마녀 친구 미치는 이미 행방이 묘연하고 실수투성이 마법사 닌자 윈은 돌아오지 않는 아서를 기다리다 지쳐 아서가 사는 현실세계인 홈랜드를 드나들었다고 하며 그를 환영한다. 어설프고 천방지축이긴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아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행동하는 윈은 활발한 로즈와 달리 소심하고 내성적인 면이 있는 아서가 바라는 또 하나의 자아이다. 허수아비 부대를 이끌며 로어랜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크로우키가 아서의 마음 한편을 지배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존재인 것처럼. 아서는 정말 겁이 났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용기를 냈고 로즈도 자신의 용을 타고 와서 아서와 윈을 위험에서 구해낸다. 이제 크로우키가 할아버지를 가둔 까마귀둥지로 가야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로어랜드에 사는 친구들과 용들의 도움도 받아 할아버지를 무사히 구출한다. 처음에 친구들은 그들을 도와주는데 주저했다.

아서와 로즈는 로즈랜드의 모든 것을 만들어냈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무 언질도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아니 버려두었다. 무책임한 두 사람에게 적대감이 없을 수가 없다. 인어마녀도 유니콘도 토끼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크로우키가 할아버지를 인질로 두 사람을 로어랜드에 묶어두려는 것도 자신의 힘과 존재를 과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서와 로즈는 영원히 로어랜드에 살 수 없다. 홈랜드도 자신들이 속한 세계다. 중요한 것은 작별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떠날 때라고 하지만 또 오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정식으로 인사하는 것이다. 새로운 만남을 위한 초석이다. 중학생이 된 아서와 로즈에게 로어랜드는 그 초석이나 다름 아니다.

상상은 멋지다는 뜻이야

상상을 정의하는 멋진 말을 배운 독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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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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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런 작가가 있다. 소설은 나름 유명한데 이름은 낯선. 신인작가인줄 알았는데 막상 지은이의 연혁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조금 놀랐다. 심지어 언젠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원작자라니. 책을 내는 터울이 상당히 길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쓰는데 심혈을 기울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소설집이라고 하기엔 페이지수가 많아서 언제 다 읽을까 싶었는데 오일 만에 완독했다. 단편소설다운 재치와 헛웃음이 나는 와중에 사유하게끔 하는 내용이 작가의 필력을 말해준다.

열편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을 꿰뚫는 매개체는 이다. 저자는 비록 잡다한 작품을 모아놓은 선집이라고 말하지만 의도했든 아니든 이 배경이거나 주체인 것만은 확실하다. 치매인지 아닌지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읽는 나도 헷갈리는 <불평꾼들>의 델라는 스무 살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친구 캐시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탈출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뭔가가 누군가가 집밖으로 다시 델라를 데리고 나갈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리어 아들들이나 물리치료사, 방문간호사, 동네여자까지 그녀를 위해 집으로 찾아온다. 델라가 원한 것은 그저 자신의 집에 있는 것뿐이니 굳이 큰 소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항공우편>의 미첼은 태국에서 설사가 계속됨에도 치료를 거부하며 성인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부모에게 끊임없이 편지로 써서 보낸다. 부모는 아들이 집으로만 돌아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그저 빨리 돌아오라고만 한다.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미첼은 애초에 집에서 나오고 싶어서 구도의 여행을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직 젊은이들에게 집은 안락과는 먼 존재일 수도 있다.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맹목적인 미첼에게 마지막 깨달음은 다름 아닌 편지를 쓸 펜도, 소식을 전해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인데 매우 현실적인 결론인 것 같다.

<나쁜 사람 찾기>의 찰리는 바람과 사기를 동시에 당해 가족에게서 접근근지 명령을 받고, 한때 자신의 집이기도 한 앞마당의 담과 교목사이에 숨어서 아내와 아이들을 훔쳐본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요원한 일이라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위대한 실험>의 켄들은 어떤가. 회계사의 꾐에 빠져 기껏 횡령을 해놓고 그 돈으로 한 일이라고는 집안을 고치는 일뿐이었다. 딸과 아들이 집이 춥다며 친구 집으로 떠돌아다니니 가장으로써 큰 용기(?)를 냈는데 사장은 생각보다 주도면밀하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나름 주관이 있고 인생의 어느 지점까지는 잘 살아왔다. 하지만 더 잘해보고자 발버둥 칠수록 상황은 나쁜쪽으로 흘러간다. 순리대로 사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혹은 사회가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현실을 꼬집어 말할 수도 있겠다. 한심하면서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들의 생생한 면면이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를 되새기게 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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