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64
남예은 지음 / 라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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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이 너무 일찍 철이 드는 건지, 아니면 너무 늦게 철이 드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이들과의 접점이 없는 나로서는 제삼자나 미디어 혹은, 책을 통해서 알 수밖에 없는데 항상 드는 생각이 그런 것이다. 호기롭다가도 나약하며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는 아이들의 행동은 함부로 예단할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책의 제목처럼 선 위의 아이들은 아슬아슬하다.

일본에서 광고학을 전공했고 일본어 동시 통역사로 일한 전력과 무관하게 청소년 소설로 유수의 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짧은 이야기들은 주제는 묵직하나 문체는 가볍고 아직,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는 진부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준다. 어른이 아니므로 여전히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느껴져 그들의 낙관적인 태도가 이질적이지 않고 함께 응원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 속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버겁다.

저마다 겉으로는 시큰둥하지만, 마음은 요동치고 있다. 답을 줘야 하는 어른들은 문제만 던져주는 식이다. 여자 친구와의 오해도 속상한데 부모님의 이혼은 감당할 수 없는 불안을 안겨주고<나쁜 사랑>, 엄마와 같은 인생을 살기 싫다고 발버둥 쳤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덩어리임을 아프게 자각하며<코르셋>, 누구의 잘못인지도 모르겠는 혼란함을 피해 제방에 숨어들어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놔도 사심 없이 넘나드는 자신보다 여린 존재를 외면할 수는 없다<선 위의 아이들>. 유년 시절의 치기(稚氣)는 부메랑이 되어 가슴에 상처를 내고 너무 멀리 와버린 결말에 황망해하기도 한다<지하철 1호선>.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아이들로 상정했을 뿐 어른이 되어서도 겪을 수 있는 일상을 소재로 삼은 듯하다. ‘는 개별적인 존재일지 모르지만 은 일괄적이라는, 따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큰 소리 치지만 사실은 혼자가 되는 것이 가장 불안한 아이들에게 그래도 누군가 한 명은 곁에 있어서 좋았다.

친구, 부모님, 이웃소년, 혹은 가면을 벗어 던진 자신의 본모습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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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여행 중국어 [핵심 표현 정리집 PDF + 테마별 단어 정리집 PDF]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한다!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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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학원이 영어 학원만큼이나 성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조차도 직장 출근 전에 학원에 들렀다 가느라 부지런을 떨었었다. 외국어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는데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급부상 하던 때라 덩달아 별 생각 없이 시류에 편승한 면이 적지 않았다.

다섯 명이 모인 이른 아침반의 정경이 생생하다. 모두 나와 같은 이십대였고, 학원선생님은 삼십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다. 젊은 우리들은 화기애애, 생기발랄 했으나 한 달도 되지 않아 하나 둘 빠지더니 나 역시 직장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었다. 새로운 언어를 기초부터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은 어느 나라든 단기간으로 여행을 갈 수 있으니 복잡하고 어렵게 처음부터 배우는 것 보다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알아두는 게 더 쓸모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은 내 손바닥만큼 작은 크기에 190여 페이지나 되지만 가볍다. 여행 가방을 지고 길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 할 때 무엇이든 무게가 안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지론에 알맞은 포켓용 중국어 사전이다. 작고 가벼운데 내용은 또 매우 알차다. 물론 스마트폰의 번역기 어플이 더 유용하겠지만 아날로그가 더 편한 사람도 있고 상황은 다변하다.



책의 구성과 활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대목만 봐도 효율성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여행의 시작과 과정, 끝까지 정말 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한글로 표기해 구성되어 있다. 중국어를 오랜만에 접해봐서 그런지 발음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중국어도 그만큼 자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어쩌면 그래서 외국어 사전이나 회화책을 이렇게 가볍게라도 꾸준히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강하게 들었다.

꼭 그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 필요한 책이라기보다는 역으로 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관광객과 대화를 주고받기에도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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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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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순간의 화를 억누르지 못해 앞 뒤 생각할 여지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 전쟁은 들불처럼 옆 나라로 번져가고 지금은 강 건너 불구경이 된 듯하다. 체감할 수 없는 일에 공감하기란 어렵다. 저자가 인간의 마음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국 PD로도 인지도가 높은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스페인 중남미 문학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인간의 심리와 역사, 종교, 철학 등 다방면에 자신만의 조예가 깊다. 끊임없이 사람과 부딪혀가며 일해야 하는 직업이 안목을 높여준 것 같다. ‘방송국 PD의 살아있는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조금도 부족해보이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의 승리는 인간이 괴물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유일한 길이다.“ 저자는 줄곧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공감이란 어느 정도 타고난 성질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일상에서 겪는 일은 너도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던일이 대부분이다.

물론 똑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자신의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저자는 그 감정에 일말의 측은지심이 필요함을 여러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특히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행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의미하다.

체 게바라 평전에 씌여져있는 그의 관점이 가 아니라 우리에 있었다는 대목은 한 인간이자 혁명가로써 완벽해 보인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혁명에 성공했다고 여겼지만 갈등은 문명사회에서는 끝이 없고 진정한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으므로 다시 험난한 볼리비아의 정글 숲으로 들어간 것이다.

개인의 안락만을 생각했다면, 표면적인 성공만 내세웠다면 결코 행할 수 없는 걸음이다.

체 게바라의 생애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만이 공감의 정의는 아님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생각을 넘어 실천하고 사유하며 원하는 결말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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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가에쓰 히로시 지음, 염은주 옮김, 기타무라 다이이치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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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처음은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남극 관측 사업의 추친 역활을 맡았지만 반신반의하는 가야 회장에게 교토 대학 산악부이자 교수인 니시보리가 한 말은 책의 핵심이다. 남극 탐사를 떠난 사람들과 썰매개들에게 이 모든 것은 처음이며 그래서 용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이 전쟁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남극 관측 사업을 실현할 의지를 보인 이유는 패전국인 자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 경제 부흥은 당면한 과제며 미지의 땅을 탐험함으로써 세계에 공헌하고자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탐사원들의 순수한 과학적 진보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인간과 같은 긍지를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썰매를 끌었던 가라후토견들의 생애도.

최초의 일본 남극 관측 월동대원으로 활약한지 반세기가 지난 봄, 기타무라는 같은 월동대 동료에게서 잊을 수 없는 그날 존재했었던 ‘제3의 개’에 대해 듣게 된다. 오로라 관측 담당이면서 썰매 끄는 개들을 돌보는 일을 맡았던 기타무라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그 뒤 자신을 찾아온 기자와 아무도 모르는 아니, 몰랐던 그 개의 검증을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1차 월동대의 교대로 2차 월동대가 도착하기 전 잠시 동안 썰매개들은 기지밖에 무방비상태로 놓이게 되는데 기타무라는 행여 멋대로 돌아다닐까봐 이름표를 달고 목줄까지 단단히 조였었다. 2차 월동대가 주변기상의 악화로 가지 못한 결과 처음부터 그들을 훈련시키고 함께 강설과 동결을 뚫고 남극탐사를 했던 기타무라는 그 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자신의 손으로 개들을 죽였다는 자책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그랬다.

3차 월동대원으로 다시 남극으로 향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사체를 보듬어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서였다.

모두 죽은 줄 알았건만 타로와 지로 라는 형제견이 살아있었다.

나는 처음엔 기적이라기보다 강력한 생존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극이라는 극지가 태생이 썰매개였던 타로와 지로에게 더 큰 투지를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 야생에서의 삶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나름대로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은가. 특히 남극 관측 월동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열다섯 마리의 가라후토견은 1년 동안의 탐사로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었다. 리더가 되었다가 뒤쳐지기도 하고, 가장 어리지만 선두견이 되기도 하면서 저마다 고난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역시 애초에 그들은 썰매개였다. 무리로 행동해야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가장 어렸던 타로와 시로가 살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주위환경에서만 찾았던 여타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뒤늦게 그 때 그 두 마리 외에 살아있었다는 ‘개’의 존재가 부각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저자는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그 개를 위시한, 남극을 달렸던 탐사견들 모두를 한 번 더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글을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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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 개정판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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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다친 마음의 상처가 육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확한 병명을 모름으로 왜 몸이 아픈지 답답하다.

저자도 여는 글에서 말하고 있다.

건강검진받을 때 마음도 스캔해볼 순 없을까요. 그렇게 진단을 받고 문제가 있으면 치료도 받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의 문제를 알아차릴 사람도 해결책을 찾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은 자신의 것이므로 방법만 알면 얼마든지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고.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법무부 방송국에서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심리치료 방송을 한 이력이 있는 만큼 스캔도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복잡한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튼튼하게 키우는데 집중한다. 그 마음 한 가운데에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있음은 자명하다. 과거의 아픔과 화해하고 잘 떠나보내 줘야 한다고 책은 줄곧 말하고 있다. 애도의 시간이 죽음 앞에서만 소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관계의 끝에서, 사랑의 이별 앞에서 실컷 가슴아파하고 한바탕 큰 소리로 울어버리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가슴을 치며 우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통용되는 건 줄 알았다. 아직 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눈물 한 방울이 그동안 힘겹게 지탱해온 의지 한 가닥이 끊기는 기폭제가 되면 어쩌나 지레 겁을 먹었다. 버티는 의지가 아니라 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좀 더 일찍 알아야 했다.

이제 살기 위해서 더 크게 울어야 합니다. 우리의 감정을 담는 마음그릇에 좌절, 슬픔, 허무함,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담기면 자주 비워내야 해요. 그래야만 빈 그릇에 새로운 의욕과 희망을 담을 수 있거든요.”

저자에게 상담을 하러 사람들의 마음그릇에는 그렇듯 토해내지 못해 홧병이라는 형체도 안 보이는 병()이 담겨져 있다. 황혼 이혼에 앞서 상담을 하러 온 부부에게 감사칭찬이라는 처방을 내린 대목은 감사노트를 써본 경험자로서 수긍이 간다. 단점을 찾기보다 장점을 찾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부하지만 참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자각하고 자각했으면 실천하는 것이다. 어제 난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아무는 방법을 찾아내서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표지에 적힌 셀프 치유 안내서라는 의미와 맞춤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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