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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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찍 뜨는 계절이다. 아침햇살에 얼굴이 따가워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난다.

일어난 김에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아파트 광장을 빙 둘러싼 화단의 꽃들이 예쁘고 달콤한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제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 두 마리도 보인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보다 못 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시집이 읽고 싶은 마음이 불현 듯 들었다.

자세히,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것들뿐인 이때가 시를 읽기 가장 적당한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풀꽃 시인’이라 불리는 시인의 시에는 ‘예쁘다, 좋다, 사랑한다.’ 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달의 뒷면 같은 궁금증과 애매모호한 시어가 아니라 보기에도 좋고 읊조리기에도 좋은 정감어린 시어는 그림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그림이 없어도 그림이 저절로 연상된다.

예쁜 꽃을 사이에 두고 좋은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시인으로 하여금 항상 아이 같은 동심을 유지시켜준 매개가 되어준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의 시가 ‘동시’로 규정되지 않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아이의 눈으로 불안과 초조로 점철된 어른의 마음을 다독거려주니 남녀노소 모두가 애송하는 시를 쓴 시인이 된 것이다.

자연을 둘러싼 모든 단어를 수집해서 쓴 듯한 시 사이사이에 삶이 평탄하지 않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시는 그 자체로 위안이고 위로이다. 혹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그만하면 잘 살아왔다는 자기긍정일 수도 있겠다.

“오늘의 일은 오늘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

‘이대로 충분하니 너무나’ 잘 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누가 얼마나 귀 기울이겠느냐마는 어쩌면 ‘시’라서 누구 한 사람은 깊이 생각해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풀꽃같은 시집 한 권 읽으면서 이름 모를 꽃은 한참을 들여다봐주고, 고양이 다리에 난 상처는 어떻게 치료해줄까 골몰해보면서 예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각오도 아울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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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컬러링북 - 색연필로 누구나 쉽게 색칠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
MUZE(한은경) 지음 / 도서출판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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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부쩍 눈에 띄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컬러링북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집안에서 하는 취미생활이 많아졌는데 개 중에서 일명 색칠공부는 누구나 하기 쉬운 매체로 그림도 다양하다.

나 역시 이미 많은 컬러링북을 접했는데 동화, 도시, 패션 등 일러스트 위주였다.

밝고 선명하게 예쁘게만 채색하면 된다.

민화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에 속한다. 색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수묵화처럼 조금 어두운 색의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 실린 그림을 보니 전혀 아니다.

오히려 화려하면서도 환한 느낌이 들어 오래 들여다보게 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민화를 접하고부터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소개말이 이해가 간다.

한복 컬러링북도 있지만 몇 가지 제한된 주제만 있는데 반해 민화컬러링북은 여러 갈래가 있어 똑같은 듯하면서 조금씩 다르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은 속화 라고 부르며 서민의 생활그림, 즉 실용화로써의 역할이 강하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야만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 없이 병풍이나 족자로 만들어 언제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은 민화가 가진 특징인 것 같다.

보통 꽃을 많이 그리는데 꽃과 함께 있는 사물이 새, 나비, 곤충, 동물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그림에 담긴 사물에 따라 부르는 호칭과 의미가 있는 것도 색다르다.

어렴풋이 알뿐, 정확한 뜻은 몰랐는데, 새가 있으면 화조도, 나비는 화접도, 곤충은 조충도, 동물은 영모화 등 세세히 알게 된 것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꽃이 어떤 꽃이냐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가 다 다른 것도 흥미롭다.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능소화가 장원급제의 화관으로 쓰이고, ‘양반꽃이라고 해서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니 그 시대의 풍속을 생각하게 한다.

꽃이 질 때 꽃봉우리가 통째로 떨어지는 특징을 보고 청렴과 절조를 상징하게 되었다는 동백은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인해 조선 시대 선비들이 높이 기린 이유를 동감하게 한다.

색연필로 채색을 할 때도 진중하게 칠하게 되니 다른 컬러링북을 할 때보다 시간이 배로 드는 것 같다. 아무 잡생각 없이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색칠하기에도 나름 의미 있고 좋은 컬러링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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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 보통 사람들도 이해하는 새로운 미래의 언어, 증보개정판 쓸모 시리즈 2
한화택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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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학문으로써의 가치나 이론상의 해법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인문학이나 역사학처럼 나름대로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는 효율성은 거의 없다고 말이다.

개 중에서 미적분은 전문분야의 공학자들도 계산하기가 너무 복잡해서 컴퓨터에 맡길 정도라니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부터 난관이다.

평생 미적분을 다뤄왔다는 기계 공학자이자 교수인 저자는 그런 선입견을 깨고자 공식이 아닌 공영으로 쓰이고 있는 미적분의 소용을 중점적으로 글을 썼다.

산수정도의 계산법만 알아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는 없겠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에 미적분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함은 중요하다.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오늘날 단속카메라의 원리나 드론의 등장이 미적분에 기초한다는 사실은 새롭다. 애초에 물리학자인 뉴턴이 미분을 고안하게 된 것도 속도 때문이다.

힘을 받은 물체는 가속한다는 속도의 변화, 위치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기술하고자 한 것이다. 단속카메라가 고정, 구간, 이동식으로 나뉘어 각각 순간속도와 평균속도, 주파수 변이에 따른 도플러효과로 계산한다는 방식도 흥미롭다. 비록 세세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미적분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그래프는 최적화를 찾아내는 기울기를 보여주며 타협점을 구하는 함수의 미분이며, 코로나19의 확진자의 추이나, x선 촬영의 발견에는 방정식을 이용한 적분이 소용된다. 픽사의 성공비결이 된 수학자와 전산과학자들이 고안한 3D 애니메이션 기법에도 미분방정식이 있다니, 세상의 모든 변화의 바탕에 수학적 계산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속도와, 위치, 방향, 변화율을 적용한 미적분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를 예측해보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일상의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문자와 숫자의 향연 속을 맴돈다.

주식투자든 사회적 위치든 올라가면 분명히 내려올 때가 있으며 내려올 때는 가속화가 붙어서 걷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등의 기회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인생의 곡선을 한눈에 보면서 하락한 어느 즈음에서 다시 상승 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대처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보길 바란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난 책이다.

수학적 사고방식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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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투자 노트 - 월급쟁이에서 부동산 부자가 된 엄마의 세상 친절한 부동산 투자 입문서
고상애 지음 / 새로운제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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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니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알고 싶어진다고 해야 하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살던 아파트를 전세를 놓으며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년에도 부동산 관련 책을 읽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세나 매매를 할 경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절차나 세금에 대해서 알고자 했을 뿐이다.

부동산으로 투자를 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먼 이야기여서 자세하게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소액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했다는 저자도 큰 액수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투자는 누구라도 망설여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식이나 펀드는 솔직히 숫자를 눈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부동산은 체감도가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다.”

여전히 통용되는 이 말은 부동산의 가치를 정의하는 말이나 다름 아니다.

자본금이 투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은 자본금보다 안목과 발품과 적은 돈을 얼마나 어떻게 굴리느냐에 집중한다. 미래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잘 캐치해서 소비와 지출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종자돈을 마중돈 삼아 큰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빌라나 오피스텔에 전세와 월세를 놓다가 나중에는 건물까지 짓는 저자의 이력은 과감한 투자의 정석을 보여준다.

물론 부동산이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가지고 갈 리스크와 세금이 있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동산 거래의 생산성에 있는 것이다.

중학교 친구 중에 이사를 정말 많이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이사를 많이 다니는 것이 왜 돈을 불리는 수단이 되는지 솔직히 정확히 몰랐는데 저자의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이해가 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투자의 흐름을 알게 된 듯도 하다.

학교에서 보험의 역할이라든지 금융상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위에서 말하고 있는 요즘이다. 일찍부터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이 나쁜 시대가 아니다.

알아야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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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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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무엇을 한다는 건지,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시간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 명에게는 강박에 의한 의식적 행위를 하기 위한 시간이고, 다른 한 명에게는 책임에 의한 관행으로 보통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를 짓는 기준처럼도 보인다. 내가 이렇게 보는 것 자체가 정신적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 같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저자의 역량을 되새기게 된다. 심지어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라고 썼는데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비록 서론이 좀 지루한 감이 있고 과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과한 일 투성이다.

정신과 의사 에릭이 강박장애가 있는 열일곱 살의 맥스를 상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의 강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같은 학교의 여학생을 스토킹하면서 자제해야 하는데 안 될까봐 무섭다던 맥스는 우려했던 사건이 벌어지자 종적을 감춰버린다.

환자와의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자신이 용의자가 된 시점에서도 침묵하는 에릭은 타고난 정신과 의사가 분명하다. 환자와 의사라는 공적인 관계를 넘어 어른으로서 조금의 사적인 감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런 감정조차 의사인 자신을 믿고 모든 비밀을 털어놓은 환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라고 나름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를 알고 있는 직장동료와 가족들처럼 독자까지 그의 맹목적인 마음이 배신당할까봐, 아니 이미 배신당한 게 확실한데도 진범을 찾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이해할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아마도 에릭 자신이 불안장애라는 정신적 장애를 겪은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어떤 정신 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한 후에 정신과 의사가 된 케이스가 많다는 대목이 나온다. 환자와의 공감이 중요한 정신과 의사 고유의 자격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범을 마지막까지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납득할만하다.

믿음도 공감도 그 어떤 감정도 통하지 않는 소시오패스를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는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의 달인이기도 하니 차라리 말과 행동으로 모든 감정을 발산하는 여타의 정신장애 환자들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의사들의 이타심과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낫고자 하는 의지를 조명하는 동시에 소시오패스라는 범죄적 성향을 정확히 알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책을 쓴 같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휴머니즘 책을 한 권 읽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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