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15분마다 무엇을 한다는 건지,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시간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 명에게는 강박에 의한 의식적 행위를 하기 위한 시간이고, 다른 한 명에게는 책임에 의한 관행으로 보통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를 짓는 기준처럼도 보인다. 내가 이렇게 보는 것 자체가 정신적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 같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저자의 역량을 되새기게 된다. 심지어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라고 썼는데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비록 서론이 좀 지루한 감이 있고 과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과한 일 투성이다.
정신과 의사 에릭이 강박장애가 있는 열일곱 살의 맥스를 상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의 강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같은 학교의 여학생을 스토킹하면서 자제해야 하는데 안 될까봐 무섭다던 맥스는 우려했던 사건이 벌어지자 종적을 감춰버린다.
환자와의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자신이 용의자가 된 시점에서도 침묵하는 에릭은 타고난 정신과 의사가 분명하다. 환자와 의사라는 공적인 관계를 넘어 어른으로서 조금의 사적인 감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런 감정조차 의사인 자신을 믿고 모든 비밀을 털어놓은 환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라고 나름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를 알고 있는 직장동료와 가족들처럼 독자까지 그의 맹목적인 마음이 배신당할까봐, 아니 이미 배신당한 게 확실한데도 진범을 찾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이해할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아마도 에릭 자신이 불안장애라는 정신적 장애를 겪은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어떤 정신 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한 후에 정신과 의사가 된 케이스가 많다는 대목이 나온다. 환자와의 공감이 중요한 정신과 의사 고유의 자격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범을 마지막까지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납득할만하다.
믿음도 공감도 그 어떤 감정도 통하지 않는 소시오패스를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는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의 달인이기도 하니 차라리 말과 행동으로 모든 감정을 발산하는 여타의 정신장애 환자들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의사들의 이타심과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낫고자 하는 의지를 조명하는 동시에 소시오패스라는 범죄적 성향을 정확히 알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책을 쓴 같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휴머니즘 책을 한 권 읽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