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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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라 하면 국내에서 무척이나 인지도 높은 일본 추리 소설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그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플래티나 데이터>이다.  

 <플래티나 데이터>의 줄거리를 짧게 말하자면 전 국민의 DNA를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범죄 발생 시 현장에 남겨진 범죄자의 머리카락, 피부조각 등의 DNA자료를 입력해 범죄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범죄 검거율을 높이는 동시에 범죄율을 낮춘다는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둘러싼 정부의 음모이다.  

 현재도 DNA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DNA수사를 훨씬 뛰어넘는 수사가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범죄자의 머리카락 하나만으로도 그의 키,생김새 등은 물론이고 그의 혈연의 DNA가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있으면 이 역시 검색하여 연관성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내에 수많은 용의자로부터 단 한명으로 까지 줄일 수 있다. 즉 DNA 하나만으로 프로파일링을 하는 것이다. 보통 프로파일링이라 하면 범죄자가 남긴 현장을 보고 그 범죄자의 심리 분석을 해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을 말하나, 이는 사실상 검거율이 많이 높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수사 방법을 쓴다면 정확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검거율도 높아지며 괜한 수사 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무척이나 효율적이며 좋은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인간의 모든 것은 DNA로 결정된다는 바탕하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시스템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시스템의 완전함을위해 국민들의 DNA를 수집하려 하지만 DNA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은 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함과 동시에 그런 목적을 가지고 DNA를 채집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며 분류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이 시스템을 통해서도 밝혀지지 않은 범죄 NF13이 발생하고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연구원인 가구라는 본 시스템을 개발한 핵심인 천재 수학자를 살해한 혐의가 씌워지게 되면서 도주하게 된다. 그리고는 가구라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기기 위해 도주하는 중에 완벽한 줄만 알았던 이 시스템에 가장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플래티나 데이터'이다.  

 '플래티타 데이터'라는 것은 DNA 수사 시스템에서 국가 고위 간부층의 DNA만을 모아둔 것으로, 이것은 고위 간부층만을 위해 고안된 고약한 데이터였다. 예를 들자면 만약 고위 간부층의 자제가 범죄자일 경우 NF13처럼 검색이 되지 않으며 찾을 수 없다고 뜬다. 즉 범죄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순전히 고위 간부층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이 플래티나 데이터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며 모든 국민의 DNA를 평등하고 올바르게 관리하며 이용한다는 이 시스템의 취지에 어긋난다.  

 고위 간부층과 관련된 사람중에 범죄자가 나오면 곤란하다? 이것은 단순한 변명에 불과하다. 다들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에 급급해 정의는 뒷전이다. 자신의 안이가 먼저인 것이다. 그런 주제에 정부는 평등을 앞세워 국민의 DNA를 모아 관리하려고 한다. 즉 전국민의 DNA는 전 국민중의 소수에 의해 관리되는 불합리함의 그 자체인 것이다.  

 국민의 DNA수집이라는 윤리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전 국민 모두가 이 시스템 안에서는 평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정부가 발표한 것일 뿐이지 사실 그 자체는 아니다. 아무리 평등을 지향하더라도 그 안에서는 신분이 있으며 위 아래가 나뉜다. 위에 선 자들은 지배하려하고 그 방법은 더욱 더 교묘해져가는 것이다. 즉 이 시스템에서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 시스템 구축 당시부터 이미 뒤틀려있었던 것이다.  

 이중인격자이자 정보가 곧 전부라는 사고방식을 지닌 가구라는 점점 사실에 근접해가며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실을 알고 난 뒤 환멸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스템의 불완전한 점을 세상에 공표해 국민들에게 알리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은 자연주의자로 돌아가 자연으로 돌아가 살 뿐이다. 그는 결국 정부라는 커다란 괴물 앞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이 싫어 할 수 없는 것은, 국가 권력 앞에서 우리 일개 국민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소수의 고위 간부들의 앞에서는 국민 하나 둘 쯤이야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것이다. 사회란 그런 것이다. 늘 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작 평등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아사미라는 형사를 통해서 이는 더욱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소 경찰계가 위계 질서가 확실한 집단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본 소설에서는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위계 질서가 확실한 정도가 아니다. 아주 선이 뚜렷하다 못해 눈에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런 선을 아사미 형사는 무시하고 가구라와 함께 진실을 향해 걸어간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오던 두 사람이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전까지는 아사미라는 형사 캐릭터가 어찌나 매력이 없던지 형사캐릭터가 원래 이렇게 재미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아사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둘이 의기투합하기 시작하며 플래티나 데이터를 해석하기 시작했을때가 아닌가 한다. 아사미 뿐만 아니라 가구라 역시 초반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 매력적이게 변해갔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보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캐릭터나 심리묘사는 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DNA 시스템의 우수성을 보여주었고 그 뒤로는 점차 그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가구라의 도주를 통해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콕콕 마음에 와 닿는 직설적인 대사들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캐릭터들을 따라 책 한권을 읽어나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스토리라인 자체를 따라 읽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 사회는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아마 가구라의 이중인격이나 스즈랑이 환상이었다는 것, 아사미가 가구라를 만나기 전 미나타카와 만난 다는 점등은 일부 반전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오는 족족 눈치 채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등장하는 것마다 눈치를 채버리면 김이 새버린다. 읽는 독자마저 속일만큼의 책 한권에 걸친 스토리텔링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스터리로써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NF13의 범인이 밝혀지고 그 이유를 보았을 때는 나 역시 다소 놀라긴 했다. 그렇지만 역시 본 책은 그런 점에 초점을 두기보단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미스터리적인 면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읽어보기 전에는 어렵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무척이나 술술 잘 넘어간다. 애매하게 둘러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쉬운 내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누구나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며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개인으로서도 중요한 문제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것을 어렵게 만들지 않고 이야기로 풀어내어 의문을 던지게 만들고 작가 나름대로의 답을 내리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개인의 문제를 다룰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이야기하는, <플래티나 데이터>.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심플한 문장과 가구라와 아사마의 시점을 오가며 진행되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긴박감이 있다. 사회파물로써 손색이 없지만 다소 미스터리한 부분이 조금 진부했지 않았나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의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중 <변신>이라는 책을 가장 재밌게 읽었는데, 오늘부로 <플래티나 데이터>는 <변신>과는 또 다른 재미를 지닌 히가시노 게이고 베스트 책 리스트 목록에 들어갈 듯 하다. 시간이 나면 다시 읽고 인물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에 대해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천천히 되짚어보고 싶다.     

  

 *오타로 생각되는 부분. 

p152 밑에서 첫째줄 중  

도아마 ㅡ> 도야마 

p247 밑에서 첫째줄 중 

향방 ㅡ>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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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게네스 5 - 검은 빛의 궤적
이시즈에 카치루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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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게네스 5권에서는 폰 자신이 닥터 리텐버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4권의 내용을 필두로 하여, 그 사실로 인해 괴로워하는 폰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로 돌아오지만 자신은 인조체이며 이전과는 다른 사람임을 의식하는 폰이지만 그런 폰에게 전과 다름없이 대하는 제이크에게 폰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은 인조체이며 자신의 모든 삶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도, 자신의 감정도 모두 만들어지고 조작되어 있어 진정한 자신의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냐며 삶의 회의를 느낀다.  

 폰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잃고 찾으려 하지만 매번 그의 생각을 가로막는 것은 자신이 인조체라는 사실, 그 자체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견디지 못한다. 자신이 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축적되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전부 만들어져 입력된 것이었고 그는 그런 부모가 자신에게 애정을 느낀 것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만들어진 자신의 계획 속의 일부가 아닌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제이크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반체제 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저항하며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연구진들에 의해 걷기로 예정되어 있는 길인데, 그 과정 중에 만난 이들이 자신에게 품는 감정 마저도 그 계획된 예정의 일부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자살을 결심하고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폰을 제이크가 붙잡고 폰은 제이크의 집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 그의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며 자신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자신을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펴주었던 부모의 감정은 결코 조작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은 계획 된 것이 아니며 지금의 자신은 수조 속에서 만들어진 감정도 마음도 없는 인조체가 아니라 부모와 제이크를 비롯한 제 삼자에 의해 생겨난 하나의 인격체로 자신을 보기 시작하며 '나'에 대해서 생각한다.  

 설사 자신이 걸어가는 이 길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해도 생명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며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걸어나가겠다며 다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폰은 끝내 제이크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자신이 인조체임을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제이크에게 앞으로 걸어갈 길을 같이 걸어가자며 옆에 있어달라고 한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본 작품을 보면서 자신이 꽤나 제복 페티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전통복장에 페티쉬가 있는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복까지 있었던 것이다. 은근 비엘스러운 대사들도 나를 즐겁게 했고 SF스러운 이야기, 과감하고 잔인한 컷들, 소년만화스럽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폰과 제이크의 모습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이겠고, 실제로도 많이 있지만 그런 아쉬움마저 뒤로 해두고 일단 재밌다면서 신간이 나오면 서점에 달려가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처음 1권 읽을때만 해도 이렇게 좋아하며 보게 될줄은 몰랐으나 한권 한권 늘어갈수록 점점 재밌어져갔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폰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의 출생에 대한 비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긴장감과 긴박감이 더했다. 폰에 대해서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면을 통해 보니 나도 모르게 놀랐다고 할까. 폰의 출생에 대해서 만큼은 나도 모르게 모른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른척하면 제이크와 폰의 평화로운 나날들을 좀 더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미스터리를 좀 더 뒤로 아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쉬운 부분은 책 읽으면서 여기저기 있었지만 가장 큰 점은 주변캐릭터에 대한 배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폰이나 제이크의 위주로 흘러가, 좀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주변 캐릭터들이 죽어서 아쉽다. 이 부분을 더 살려 조금 더 길게 연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마 어느정도 분량을 정해놓고 폰과 제이크의 얘기만을 집중적으로 들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점만 드러내기엔 너무나 주변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보는 내내 아쉬웠다. 제이크뿐만 아니라 폰과 접점이 깊게 있었던 주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했는데 말이다.

 사실 본 책을 사서 차례를 보기 전까지는 이번권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례에 최종화라고 적혀있어서, '이거 잘못 나온 거 아냐?'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작품이기도 해서 어쩐지 첫 장을 읽기 시작부터 아쉬운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여, 그쪽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 느낀 아쉬움은 혹시 후속작을 위해 남겨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온 작품들은 어쩔 수 없지만, 후속작에서는 좀 더 캐릭터 분배에 신경을 써줘서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건 아낌없이 팍팍 쓰는게 좋으니까. 그럼 또 색다르고 재미있는 후속편으로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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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1-04-1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복과 기모노에 특히 모에합니다. ㅋㅋㅋㅋ

2011-04-13 21: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 필요없는 코드입니다!
제복을 사랑하신다면 이 책은 그냥 필수로 봐주셔요.ㅋㅋ
 
모차르트 컨스피러시 뫼비우스 서재
스코트 마리아니 지음, 이정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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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차르트 컨스피러시는 제목 그대로 모차르트에 관련된 음모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 모차르트에 관련된 어떤 음모를 다루고 있는가가 궁금해지는데, 이는 현재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주가 되어 벌어진다. 모차르트의 죽음에는 이상한 점이 많아 그의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가설이 존재하는데 작가인 스코트 마리아니는 여러가지 가설 중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를 통해 프리메이슨을 대중화하여 그들에 의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모차르트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그의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띠지에 적힌 문구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죽이지 않았다!"라고 적힌 것을 통해 작가가 선택한 이 가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주인공인 벤 호프의 친구인 올리버 루일렌은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된 편지를 한 장을 통해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는 프리메이슨의 꼬리를 붙잡게 된다. 하지만 그 일로 그는 살해당하고 진실은 묻히지만 올리버가 그의 여동생인 리 루엘린에게 남긴 모차르트의 편지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옛 연인이자 오빠의 친구였던 벤 호프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구한다.

 

 '제임스 본드'와 '다빈치 코드'의 완벽한 만남이라고 적혀있으나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주인공이 교수내지 학자로 본 사건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정통한 사람이었으나 모차르트 컨스피러시에서는 주인공이 SAS요원으로 모차르트에 대한 접점은 오직 그녀의 옛 연인 리 루엘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하다보니, 머리로 해결하기보단 액션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진행하게 된다. 팩션이지만 지적인 유희를 즐기기엔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오히려 액션 스릴러면에서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긴장감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면에 혀를 내둘렀다.

 

 책을 보는 중에도, 보고 나서도 느꼈지만 영화처럼 펼쳐지는 전개에 이건 깜짝 놀랐다. 영화화를 노린 작품은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살짝 든다. 무척이나 자세하게 적어놓은, 소설 같은 시놉시스의 느낌도 조금 약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장르는 물론 액션 스릴러로. 책을 통해 느꼈던 그 쫓고 쫓기며 생사를 넘나드는 그 긴장감과 속도감을 떠올리니 무척이나 즐겁다. 

 

 짧게 호흡함으로써 긴장감과 속도감을 늦추지 않고 고개를 돌리면 바뀌는 장소, 사건, 인물들에 제대로 읽지 않으면 금새 흐름을 놓치고 만다. 하지만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흡인력 있게 전개해 나간다. 긴장을 늦출 여유도 없이 휘몰아 치는 생사의 위협 속에서 여기저기 던져진 단서를 쫓아 추척해나가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예측해나가는 것은 다빈치 코드에서 발견하지 못한, 스코트 마리아니만의 재미가 있다.

 

 본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생사를 통해 반전을 꽤하고 있는데, 이거 작가한테 좀 미안해질정도로 전부 맞춰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뒷통수치는 반전을 기대하고 읽은 것이 아니라 실망을 하진 않았지만 속아넘어갔더라면 훨씬 놀라면서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도 메꿔줄 깜짝 등장들이 기다리고 있어 실망할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꽤나 매력적이다. SAS 요원이라는 이 벤 호프는 성별을 떠나 누가 봐도 '괜찮다'부터 시작해 '멋있다'소리까지 나올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다. 전체적으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작가가 벤 호프만 돋보이게 하려고 한 것인지 벤 호프만큼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없었다.  




 다빈치 코드를 읽을 때 버겁고 진도가 잘 안 나가고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쓸데없이 디테일한 묘사에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것도 아니며 잘 알지 못하는 예술관련된 용어나 역사적 사실이 잔뜩 등장해 책장 넘기기를 막지도 않는다. 시선의 이동에 맞춰 딱딱 필요한 정확한 묘사와 사건과 관련된 적적한 역사적 사실을 적절한 위치에 간략하고 쉽게 풀어놓아 책의 두께가 무색해지게 만든다.

 

 처음에는 띠지나 소개문구를 보고 좀 더 팩션스러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지만 이런 액션 스릴러도 새삼 나쁘지 않았다. 기대치와는 다른 원치 않던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오히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어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SAS 벤 호프의 다음 시리즈가 살짝 기다려질정도. 지적 유희를 쫓아 가는 즐거움 보다는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액션 속에서 지적 유희를 찾아 떠나는 즐거움을 원하는 분에게는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 하자면 책이 크고 두꺼운데 굉장히 가볍다. 손에 들고 읽기도 좋았고 가방에 넣어도 많은 무게감이 없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살짝만 눌러도 책이 잘 펴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반양장이 되어 있는 겉표지 안쪽의 속지-붉은 종이-가 반쯤 뜯겨나갔다. 다른 건 다 좋았는데 제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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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다이아몬드 Silver Diamond 20 - 폭풍 앞에서
스기우라 시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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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와아. 오늘 와서 바로 본 따끈따끈한 신간! (저한테 신간이네요ㅎ) 

 19권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렇게 20권이 빨리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버다이아몬드는 팔견전과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마음먹는 작품 중 하나라서 의외였다.

 20권에서는 엄청 바짝 궁전가까이 갔다. '영원한 생명의 씨앗의 나무'(이름도 어찌나 긴지~)라는, 궁처를 감싸고 있는 시인식물을 코앞에서 본 것도 모자라 그 안으로 들어간다. 이 식인식물이라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빨아먹고 자라기 때문에 아야메나 사노메가 아닌 인간이 들어가면 죽게되므로 다들 치구사의 피를 마시고 들어간다. 입으로 경비대에게 피를 나눠 주겠다고 농담을 하는 치구사덕분에 웃었다. 전체적으로 진지한 분위기지만 가끔씩 이렇게 터져나오는 유머스러움에 간신히 무거움에 눌리고 있지 않는 느낌이다. 특유의 따스함이라고 할까. 산뜻하다고 하면 이상한 표현이겠지만, 이상하게 이런 분위기인데도 그렇게 느껴지는 건 스기우라 시호님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아닐까 한다. 얼음요괴 이야기때도 그러했고.

 호시미노코토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 라칸이 벌이는 모든 일이 호시미노코토가 '신'임을 증명하고 꼴이 되어버려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참는 라칸의 모습을 보니 속이 쓰리달까. 왜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거냐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달을 부수고 완전히 호시미노코토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참아야 하니까, 왠지 그러한 모습들이 기특했다. 뭐, 그 덕에 호시미노코토는 더 미워졌고. 그래도 호시미노코토가 있어야 이야기가 굴러단다고 할까. 라칸의 화내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좀 좋기도 하고..(치구사같은 마인드.!)
 아야메 황자에 의해 인형처럼 변한 시게루씨의 모습도 참 매력적이지만 역시 시어머니가 좋달까.. 라칸과 치구사가 서로 눈을 연결 한 것을 알면 난리칠 모습도 눈에 선한것이,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돌아오지 않을거면 출연빈도라도 증가시키던가. 킁..  
 아야메 황자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원래 처음 봤을때부터 아야메 황자를 좋아했던 나지만, 요즘은 호시미노코토를 통해 자신이 인형처럼 움직여왔다는 것에 분해하며 필사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 또 좋다고 할까. 킨레이에게 자신의 피를 주입하면서 호시미노코토의 사슬에서 풀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뭉클. 자네들은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구려!   

 번외편에서는 드디어 전부터 그리고 싶었다던 베개싸움편등장했다. 톤에 대해서 잔뜩 코멘트를 달아두었는데, 만화에 대한 사랑이 엿보여서 본편이랑은 상관없이 이것에도 또 감동했다고 할까. 치구사의 엉뚱한 발상도 너무 웃겼다. 모두를 괴멸시키고(베개로 괴멸시키다니!) 라칸과 둘이 남게 되면 라칸의 베개에 맞아보고 싶다고.. 하하하하:D 역시 치구사는 M기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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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1-04-1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넘 길어서... 나중에 완결나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넘 보고 싶긴 해요.

2011-04-13 21:18   좋아요 0 | URL
전 이건 그냥 나오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갑니다 ㅋㅋ
완결나시면 한번 보세요. 그림체는 얼음 요괴때랑은 꽤 달라졌지만, 이쪽도 굉장합니다.
이야기도 여전하고요. :) 소프트비엘에 판타지스러운 분위기! 스기우라님의 특유의 유머스러움도 있어요.

스즈야 2011-04-27 00:17   좋아요 0 | URL
푸ㅡ핫.. 혹시 품절될까 싶어 중고로 일단 17권까지 질렀고 남은건 신간으로 지르려구요.. ^^

2011-04-27 20:4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품절될까봐 무서워서 얼른 산답니다. 왠지 나중가면 중간에 한두권씩 비어있을까봐 .. 크윽 ㅠㅠ
 
정상! 2 - 완결
츠키미야 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츠키미야 안님의 다른 작품 <낙원 루우트>는 별로였는데 (매화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면서 늘 같은 포즈로 나오는 것이 식상했다.) 이건 괜찮았다.  낙원루우트는 5권인가, 6권까지로 꽤 길었는지만 이번에는 2권으로 완결.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2권으로 끝나도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2권으로 끝나다보니 삼각관계 이런 건 기대할 수 없고 두 사람이 서로 의식해가는 단계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삼각관계를 다루려면 코바토(여주인공)과 타케루(남주인공)외에도 한명이 더 필요하건만 기존의 1권에서 나온 인물중에 그럴만한 인물이 없다. 물론 이오리가 후보였으나 제외. 타케루와 이오리 모두 오른쪽 옆구리에 화상 흉터가 있지만 전개상 타케루가 오라버니이기는 힘들다.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독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게끔 얘기해두었으므로 코바토의 오라버니는 누구인지 알기 쉽다.

 만화책도 손바닥만하고 별로 두껍지도 않은 데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읽고나서 조금 놀랐다. 빠른 전개임에도 크게 섭섭한 부분 없이, 끝까지 정상을 향해 잘 달려갔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왼쪽 옆구리에 있는 흉터가 있는 오빠를 찾아가는 것보단 아이돌로써 정상자리에 오르는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너무 한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아쉽다. 원래 코바토가 일본으로 온 목적은 오라버니를 찾는 것이 아니었던가. 원래 목표가 너무 희미해져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오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더 보고 싶었는데~ 그의 아이돌빔은 독자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 

 작가는 아이돌과 아이돌을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이야기지만 현실에 바탕을 두고 반짝이지만 그 뒤에 있는 힘듬을,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다소 각색되고 미화된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점도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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