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펭귄클래식 13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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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를 읽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출판사별 번역이 어떻다 저렇다 말할 수도 없을 뿐 더러 옳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하고 싶은 건 처음 읽는 희곡이지만, 번역이 옛스럽지 않고 눈에 잘 들어온다, 라는 것. 인용과 상징, 풍자 등 텍스트에 담긴 모든 의미를 파악하면서 읽기란 분명 초보자인 나에게 쉽지 않았지만, 그런 걸 배제하고서라도 읽어내리게 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렇게 읽어내려가게 하는데에는 '줄거리'를 파악하며 읽는 것에 있다.

 

메피스토펠레스 저는 뭐든 늘 부정하는 정신이죠!

제 말이 맞아요. 태어나는 것은

어느 것이나 죽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태어나지 않는 게 더 좋죠.

당신들이 죄악이니 파괴라고 일컫는 것,

한 마디로 악이라 부르는 그 모든 것,

그것이 바로 내 본질이지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을 이렇게 칭한다. 그리고 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걸고 계약을 맺는 파우스트. 그녀는 마녀의 물약으로 젊은 청년으로 회춘하여 처녀 그레트헨에게 열렬한 구애를 한다. 쾌락의 늪에 빠지게 만들려고 했던 메피스토펠레스의 의도와는 달리 파우스트가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자 피스토는 그레트헨의 어머니를 죽이고 파우스트가 그녀의 친오빠를 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레트헨(마르가레테)를 그는 떠난다.

 

이렇게 이야기는 2부로 이어지는데, 사실 파우스트 한 번 읽어선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다 읽고 나서도 줄거리나 간신히 파악했달까.

2권은 1권보다 유난히 더 힘들게 느껴지는게 그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메피스토펠레스 간단한 진실을 알려드릴게요.

바보 같은 인간들이야 소우주를 자처하며

대개 자기가 전체인 줄 알지만,

저야 부분 중의 부분이죠, 처음에는 이게 전체였지만.

저는 어둠의 일부죠, 이 어둠이 빛을 낳았지요.

이 빛은 거만해서 제 어머니인 밤을 상대로

밤의 옛 지위와 공간을 빼앗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지요. 아무리 그래 봤자

빛은 물체에 달라붙어 있으니까요.

빛은 물체로부터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해주지만,

물체는 빛이 가는 길을 막아서지요.

그래서 제 바람은 말입니다, 머지않아

빛이 물체와 함께 멸망하는 것이지요.

 

지옥은 이러하지 않을까. 물체도 빛도 없는 그런 곳. 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이 함께 존재하듯, 빛과 어둠도 함께 존재하기에 그런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게다가 여기서 드러나는 저 구절. "바보 같은 인간들이야 소우주를 자처하며 대개 자기가 전체인 줄 알지만,"이라는 부분에서 밑줄 쫙쫙 그어놓은 자신을 발견했다. 인간이란 그렇지 않은가. 먼지 티끌에 불과한 인간이자 자기 자신이 마치 하나의 소우주인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가끔 그런 인간의 오만에 어이가 없다못해 질려버린다.

 

어쨌거나 텍스트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보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텍스트에서 찾아내고 보고 해석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나는 자유롭게 파우스트를 내 시선으로 보기로 했다. 갖은 해설을 보는 건 그 이후의 일. 일단 내 마음으로, 나만의 언어로 녹여내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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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 바닷마을 다이어리 4 바닷마을 다이어리 4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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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네번째 이야기,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개인적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의 제목들이 너무나 좋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한낮에 뜬 달.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그리고 이번 네번째 이야기인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여기서 말하는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란 누구를 가르키는 걸까. 물론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 나오는 두 사람이란 네 자매중 맏이인 코다 사치와 그의 연인이었던 소아과 의사 시이나 선생님이다. 소아암에 대해서 더 공부하기 위해 외국으로 가게 된 시이나와 사치의 마지막 데이트. 카마쿠라의 하치만궁을 둘러보고 지하철에서 헤어진 두 사람. 고개를 숙이고 우는 사치. 정말 사치는 왜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걸까. 유부남에, 우유부단한 그런 남자를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란게 그런 게 아닌가. 막을 수 없다는 거.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치 않다는 거. 어느덧 보면 사랑하고 있다는 거.

두번째 소제목인 '히말라야의 두루미'에서는 타다 유야의 이야기다. 유야는 스즈의 동급생으로 원래는 옥토퍼스의 주장이었으나 무릎에 종양이 생겨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달고 생활하는 아이다. 축구로 눈부시게 빛난던 청춘. 그는 간신히 현재까지의 의족에 익숙해졌으나 성장으로 인해 또다시 의족을 새로 달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그럼 지금까지 연습한 것이 전부 처음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그래서 유야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실종되고 후타와 스즈는 찾으러 다닌다. 유야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두 사람. 그럼에도 잠자코만 있을 수는 없는 두 사람. 유야는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히말라야의 두루미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렇지 않았던가. 친구들이 힘들어 할 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지 않았던가. 내가 힘들어 할때, 친구들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 그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 소제목인 ' 거룩한 밤, 별이 쏟아지다'에서는 오자키 후타라는 옥토퍼스의 주장 대리이자 스즈의 동급생을 스즈가 점점 의식해가는 과정이다. 이상하게도 후타 앞에서는 언니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술술 잘 말하게 된다고 처음 생각한 것이 아마 후타를 의식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난리니, 조만간에 이 두사람 사귀지 않을까 싶다. :) 귀여운 커플이라 왕왕 응원해주고 싶은 심정! 특히 서로 선물을 뭐해줄지 고민고민하다가 하치만궁에 파는 비둘기를 선물하는 장면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만약 후타가 비싸고 블링블링한 무언가를 선물했다면 나는 오히려 더 실망했을 듯.

네번째 소제목인 '맛있는 밥'에서는 잔멸치 토스트와 관련된 스즈 어머니와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다. 후타가 듬직하게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줘서 무척이나 좋았다. 저런 남자, 어디 없나 싶을 정도로. 스즈 복 많구나:) 하지만 '맛잇는 밥'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사치 언니의 일이다. 옥토퍼스의 감독 야스유키와 밥을 같이 먹게 된 사치 언니. 야스유키가 들려준 야키소바와 관련된 추억담도, 수줍게 전화번호를 물어오는 것도, 전부 '맛있는 밥'을 오랜만에 먹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이 두 사람, 잘 되지 않을까. 그 소아과 의사보다 백배 낫다! 게다가 할머니가 만들어준 '카레'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맛있지는 않지만 그리운 맛. 엄마 음식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 알 것 같다.

카마쿠라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 전통과 향수가 짙에 묻어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괜시리 여기로 여행가고 싶어진다. 덕분에 죽기전에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

바닷마을 다이어리 다섯번쨰 이야기는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네 자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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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캡틴
치카 지음, 추지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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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책 제목부터 '순정'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거 '순정만화'인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째 순정보단 '코믹'한 냄새가 더 많이 난다!

이야기의 발단은 '란코누님'이라 불리는 도장집 딸 란코가 작년까지 남고였던(질 나쁘기로 소문난) 공업고등학교에 올해부터 공학이 된다고 해서, 건축사의 꿈을 안고 입학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자는 자기 혼자?!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하렘물'이 될 것만 같은 냄새를 풍기나... 도장집 딸에 왠만한 싸움 잘하는 남자보다 더 잘하는 란코의 특성상 란코가 원하는 '로맨틱'의 '로'자가 나올만한 일이 없다.

그러던 중 란코의 순정 라이프의 징조라 불리는 전학생, '타카미네'가 등장한다. (이름부터 뭔가 포스가.)

이 타카미네는 비밀이 많은데, 그 비밀은 나중에 란코와 새로 부임하게 된 선생과의 일과 관련이 있으니,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노코멘트! 자고로 이런 건 두근두근하면서 봐야 재미가 있다. :)

여하튼, 남고지만 유일하게 좋아할만한 꽃미남은 타카미네 정도이고, 란코는 정말로 자신이 타카미네를 좋아하는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런 와중에, 도장에 다니는 소꿉친구 준이치로 아이다 (아이라고 많이 불린다.)가 묻는다.

아이 : "란코, 타카미네의 어디가 좋아?"

란코 : "응? 어디라니.... 그러니까... 저기...

아이 : 아마도... 란코의 그 마음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정말로 '좋아'하는 게 뭔지 가르쳐줄까?

아아아아아아악!!! 이 대사에서 설레지 않을 여자 어디있겠는가! 타카미네를 누르는 우월한 비쥬얼에 '소꿉친구'에, 저런 대사라니! 이건 마치 '난 어릴 때부터 너를 지켜보면서 좋아해왔어.'라고 고백이라도 해야 될 것만 같지 않은가?

만약 이 책이 이 단 한 권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아이랑 란코의 러브라인도 기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의 소유자 란코. 왈가닥한 소녀의 로망을 엿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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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抱天) 5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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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지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 자세히 봤더니 정가놈이다. 이런. 정가라서 다시 싫어질판.

표지의 주인공답게 이번 5막의 핵심 역시 정가다. 구법사에서 한바탕 일을 벌이려던 정가를 이시경과 그의 무리들(?)이 훌륭히 막아내지만, 정가는 도망가고 또 다시 이시경과 정가의 대치상황이 이어진다, 가 이번 5막을 간단히 줄인 것. 하지만 이 간단히 줄인 내용 안에 얼마나 감동적이고 멋진 인물들이 많은지 모른다.

일단, 정가를 무찌르기 위해 나타난 전우치다. 전노사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이시경이 그렇게 찾아헤맸는데 드디어 등장했다!! 그 외에도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등장해 정가는 당황하면서 어쨌거나 패배. 하지만 쥐새끼같이 잘도 빠져나갔다. 쳇. 하지만 비록 정가의 편에 서서 싸웠지만 구법사에서의 전투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백두령이라 불리던 백만석. 정가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 아님을 깨닫고 과감히 돌아서는 모습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에서 찡했다. 이런 의인이 있나!

여하튼 정가를 무찌르고 이시경에게 전노사가 한 말은 정말 이시경도, 이 책을 보는 독자도 띵하고 울리는 말이었다.

"재주를 가진 넌 이를 알고도 모르쇠 놓을 테냐!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하고 안 하고는 자신의 뜻이겠지."(p105)

이건 비단 이시경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조선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에도 적용가능하지 않을까. 못 본척하는 것도 모자라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말이다.

본 것을 외면하고 못 본척 하고 없는 것처럼 만드는 일을 떠올리니, 뒤늦게서야 며칠전에 읽은 '도가니'가 떠오른다. 읽는 내내 화도 나고 슬프고 재판까지 갔을 땐 감동하고 그러면서 본 책이었다. 하지만 책 읽는 내내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화.슬픔.무기력.우울. 이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동 성추행,성폭력,폭력을 뻔히 보면서도 못 본척 하고 감싸고 위증하는 모습이 정말 이 사회는 썩어빠졌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외면하고 위증할 게 따로 있지, 이것들은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나, 싶은 것이 얼마나 화가 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던지. 에휴.

"스승님,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허물 많은 저는 눈물만 흐릅니다."(p108)

하지만 또 인상깊었던 대사는 화담스승님의 말이다.

"두 눈을 감은 채. 판수의 길을 걸으면서 난사람으로 살지. 두 눈을 뜨고. 구원의 길을 걸으면서 된사람으로 살지는 네 선택이지."

두 눈을 감은 것도, 그렇다고 뜬 것도 아닌 애꾸눈 이 시경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대사였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그간 구법사까지 달려오면서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그 난리통에 나는 고작 무능하게 뒷전에 물러나 있다 도망친 게 다구나. 내가 마음 고쳐먹고 점괘라도 하나 뽑아 앞장섰다면 그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p129)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예언서를 쓰면 세상이 더 나아질까 싶어 쓰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결심하는 부분에서 드디어(!) 이시경이 멋져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언서를 쓰며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시경과 그의 딸 초희. 비록 친딸이 아님은 밝혀졌지만, 친딸 못지 않게 초희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왠만한 친부모보다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초희가 배워오는 이상한 노래나 단어들은 제외하더라고 말이다. (웃음)

정가는 세 유학자들을 본보기로 죽이려 드는 상황에서 마무리 된 5막. 마지막 여행이라하니 이제 이시경의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어쩐지 벌써부터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가랑 대치하는 상황을 계속 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여하튼, 정의 구현이라하면 너무 거창해보이지만, 이시경이 예언서 작성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실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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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수사대 박스 세트 - 전4권 - 진정한 협객의 귀환!
이충호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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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많이 봐왔지만 무협만화책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게 왠걸! 보고나니 무협만화 팬 될 것 같다. 엄청나게 재밌어!!

일단 관람 포인트는 '남자들의 우정'이다. 세상에. 남자들의 우정이라고! 신의니 의리니,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듯한 단어들을 가감없이 쓸 수 있는 만화다. 거기다가 정의와 선악 구도, 그 가운데서 방황하는 인물들까지. 무협만화란 이런거구나!, 라고 실감했다.

이야기는 현실과 과거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마포경찰서 특별수사본부 무림수사대의 모지후 경장이 오대신군을 살해하는 의문에 휩싸인 연쇄살인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가슴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그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에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이, 누가 있겠는가!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연쇄살인 용의자는 모지후와 예전에 파트너였던 이현이었다. 조금씩 드러나는 이현과 모지후, 두 사람의 애틋한 과거(?) 그리고 현재가 교차하면서 극적 긴장감은 더한다. 언제쯤 지후가 이현임을 눈치채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보는 그 순간, 가면이 벗겨지고 생생한 과거와 마주하게 된 모지후는 뒷걸음질 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현. 독기를 품으며 자신 앞에 서 있는 파트너이자 연쇄살인범인 이현. 그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든 아니든 따지지 않는다. 재지도 않는다. 바로 그의 등 뒤에 서며,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말한다. 그는 과거에 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야 말로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그 만의 의지를 실현한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동료를 구해야만 했던 이현은 모지후와 대립하게 되고 끝끝내 지후가 자신의 옛 파트너와 새로운 팀을 이뤄 잘 해나갈거라는 생각에 편히 눈을 감는다. (개인적으로 이현 정말 좋았는데, 죽어서 아쉽다. 시즌2에서 기대하고 싶었는데...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마지마게 흑룡방주 이세옥을 처단할 때 좀처럼 배워지지 않던 환영신보로 멋지게 해치우는 장면이었다. 이제 과거는 마음 한 구석에 잘 모셔두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었다고 할까.

이외에도 등장인물들도 많고 사건도 많지만, 이상하게도 모지후와 이현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나의 착각인가. 아니, 이 만화 비엘만화 아니라고 했는데 (분명히!) 어째서 나는 자꾸만 그런 식으로 생각이 되는지... () 역시 우정과 사랑 사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여하튼 그야말로 마초스러운 모지후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사랑과 신의가 두텁게 자리잡고 있었다. 크아. 정말 마초스러웠는데 귀여운 면도 있고 특히 자신의 중한 사람의 일에 관해서 그 물불 안가리는 면이 그야말로 최고였다. 오랜만에 손에 놓을 수 없이 두근두근하면서 본 만화책이다.

각 권마다 명 대사들이 책 뒷면에 새겨져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진실은 양날의 검, 어설프게 마주섰다간 상처만 남게 된다!"가 아닐까 한다. 진실이니, 검이니, 아픔이니, 과거니, 그림자니, 정말이지 때때로 치고 나오는, 어떻게 보면 낯간지러울 수 있는 대사들을 잘도 본 건 이미 이 분위기에 푹 빠져서 본 탓이 아닐까. 요즘에 이런 정통만화가 어딨어!,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 아, 정말 감동과 재미가 있는 만화다.

시즌1이라고 책등에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겠지. 시즌2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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