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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 바닷마을 다이어리 4 ㅣ 바닷마을 다이어리 4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닷마을 다이어리 네번째 이야기,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개인적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의 제목들이 너무나 좋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한낮에 뜬 달.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그리고 이번 네번째 이야기인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여기서 말하는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란 누구를 가르키는 걸까. 물론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 나오는 두 사람이란 네 자매중 맏이인 코다 사치와 그의 연인이었던 소아과 의사 시이나 선생님이다. 소아암에 대해서 더 공부하기 위해 외국으로 가게 된 시이나와 사치의 마지막 데이트. 카마쿠라의 하치만궁을 둘러보고 지하철에서 헤어진 두 사람. 고개를 숙이고 우는 사치. 정말 사치는 왜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걸까. 유부남에, 우유부단한 그런 남자를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란게 그런 게 아닌가. 막을 수 없다는 거.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그 어떤 이유도 필요치 않다는 거. 어느덧 보면 사랑하고 있다는 거.
두번째 소제목인 '히말라야의 두루미'에서는 타다 유야의 이야기다. 유야는 스즈의 동급생으로 원래는 옥토퍼스의 주장이었으나 무릎에 종양이 생겨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달고 생활하는 아이다. 축구로 눈부시게 빛난던 청춘. 그는 간신히 현재까지의 의족에 익숙해졌으나 성장으로 인해 또다시 의족을 새로 달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그럼 지금까지 연습한 것이 전부 처음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그래서 유야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실종되고 후타와 스즈는 찾으러 다닌다. 유야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두 사람. 그럼에도 잠자코만 있을 수는 없는 두 사람. 유야는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히말라야의 두루미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렇지 않았던가. 친구들이 힘들어 할 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지 않았던가. 내가 힘들어 할때, 친구들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 그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 소제목인 ' 거룩한 밤, 별이 쏟아지다'에서는 오자키 후타라는 옥토퍼스의 주장 대리이자 스즈의 동급생을 스즈가 점점 의식해가는 과정이다. 이상하게도 후타 앞에서는 언니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술술 잘 말하게 된다고 처음 생각한 것이 아마 후타를 의식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난리니, 조만간에 이 두사람 사귀지 않을까 싶다. :) 귀여운 커플이라 왕왕 응원해주고 싶은 심정! 특히 서로 선물을 뭐해줄지 고민고민하다가 하치만궁에 파는 비둘기를 선물하는 장면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만약 후타가 비싸고 블링블링한 무언가를 선물했다면 나는 오히려 더 실망했을 듯.
네번째 소제목인 '맛있는 밥'에서는 잔멸치 토스트와 관련된 스즈 어머니와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다. 후타가 듬직하게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줘서 무척이나 좋았다. 저런 남자, 어디 없나 싶을 정도로. 스즈 복 많구나:) 하지만 '맛잇는 밥'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사치 언니의 일이다. 옥토퍼스의 감독 야스유키와 밥을 같이 먹게 된 사치 언니. 야스유키가 들려준 야키소바와 관련된 추억담도, 수줍게 전화번호를 물어오는 것도, 전부 '맛있는 밥'을 오랜만에 먹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이 두 사람, 잘 되지 않을까. 그 소아과 의사보다 백배 낫다! 게다가 할머니가 만들어준 '카레'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맛있지는 않지만 그리운 맛. 엄마 음식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 알 것 같다.
카마쿠라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 전통과 향수가 짙에 묻어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괜시리 여기로 여행가고 싶어진다. 덕분에 죽기전에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
바닷마을 다이어리 다섯번쨰 이야기는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네 자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