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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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소설은 처음 읽은 것 같다. 근데 왜 자꾸만 언젠가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가 생각해보니 영화 <살인자의 기억>으로 방송에서 자주 봐서 그런거 였다. 그리고 황교익, 유시민, 황교익, 정재승과 같이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와서 소설도 내가 읽었나 착각한 거다.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인 <옥수수와 나>를 포함해 7개의 단편이 있다. <오직 두 사람>은 소울메이트처럼 잘 지내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다. 고3 겨울방학에 딸에게 유럽여행을 선물하는 멋진 아빠. 정말 근사하다. ㅎ 아빠랑 연인처럼 지내는 사이. 처음에는 부럽고 좋아 보였지만 나중에는 딸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연인, 친구, 심지어는 가족까지 외면한다. 병들어 죽어가는 아빠의 보호자가 된다. 제목처럼 오직 두 사람이 전부였다


아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분명히 알았어요. 내 삶의 더 커다란 결락, 더 심각한 중독은 아빠였다는 것을. 엄마나 현정이와 나누는 대화에는 어둠이 없어요. 밝고 따뜻해요. 특히 현정이는 모든 면에서 논리적이고 명쾌하죠. 외국어 같았어요. 왜 외국어로 말을 하면 좀더 이성적이 된다잖아요. 아빠하고는 달라요. 저에게는 아빠가 모국어예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잇어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운명 같은 거예요.(p.38 )

 

<아이를 찾습니다>는 머리로 망치를 맞는 것 같았다. 제목은 <아이를 찾습니다>다 였지만 <아이를 찾았습니다>였다. 아이를 잃어버린 순간 모든 걸 잃어버린 이야기였다. 아이만 찾으면 모두 괜찮아질 것 같았지만 아이를 찾고 나니 더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잊지 못한 그 사건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옥수수와 나>는 기발했고 <슈트>는 드라마로 만나고 싶어졌다. <신의 장난>은 너무 너무 무서웠다. 취업을 빌미로 진짜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면 어쩌나. 공포였다.

 

설경구와 김남길이 주연한 <살인자의 기억>도 읽어봐야겠다. 소설과 영화랑 비교하면 더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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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종말 - 탐욕이 부른 국가 이기주의와 불신의 시대
스티븐 D. 킹 지음, 곽동훈 옮김 / 비즈니스맵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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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세계는 하나라고 외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 한국전쟁 후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도움을 받았으니 지금은 도움을 주는 나라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맞겠다. 현재 한반도는 세계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 HSBC 은행 수석 경제 자문을 맡으며 영국 하원 재무위원회 특별 자문을 하고 있는 경제학자 스티븐 D. 킹의  <세계화의 종말>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과거가 생각났다. 현 정부의 일본, 중국,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정말 세계화의 종말은 오는 것일까? 세계화의 종말은 영국의 브렉 시트나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 파리 기후변화협약,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 수십 년간 이어진 국가 간 협약과 국제기구를 탈퇴한 것으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경제학자 스티븐 D. 킹은 1980년대 이후 생겨난 공개 자본 시장과 자유 무역 원칙들을 기본으로 한 접근 방식은 이제 붕괴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밝힌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실낙원에서는 과거의 화려했던 영국과 국제 금융의 흐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너무 많은 기구와 협회가 등장한다. 세계화란 이름을 과시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계화가 전쟁 후 처음에는 부의 증대를 불러왔지만 나중에는 그 반대 현상의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2부에서는 세계화의 기능을 위해서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를 결정하는 자가 누구일까 묻는다. 3부에서는 세계화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게 바로 과거의 세계화라는 걸 강조한다. 4부에서는 세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 제시와 함께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한다.

권력을 잡은 선동가들은 전임자들과 달리 세계화 기구들을 지지하지도 않고, 세계화가 파탄 날까 봐 걱정하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반대에 기대고 있는 그들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그 반대를 더욱 부추긴다. 한때는 세계화를 가능하게 했던 바로 그 테크놀로지를 이제 반대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결정에 의존한다. (p.224)
 
함께 잘 살자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중국과 인도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인데 그들은 세계화에 대한 기여보다는 독자노선을 걷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경제용어와 이론들로 복잡했다. 제대로 이 책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다소 무서운 제목의 책은 내게는 많이 어려웠다.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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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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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지 않을 가을 날씨였다. 그런 바람과 그런 볕, 마치 축복처럼 여겨지는 그런 날씨는 일 년에 몇 날 되지 않는다는 걸 설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끝이 시리고 정수리는 뜨거운 가을날에 가슴 밑바닥부터 뭉클하게 올라오는 벅찬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설혜는 몰랐다. 빙긋 웃는 선의 얼굴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선이 너무 예뻐서 설혜는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었다. _「아내들의 학교」중에서

 

박민정의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를 읽기 전에 생각했다. 아내들의 학교에서는 무얼 가르칠까. 아버지의 학교는 들어왔지만 아내들의 학교는 처음이다. 검색을 해 보니 아내들의 학교는 몰리에르의 소설이라고 알려준다. 박민정의 소설집은 표지처럼 매혹적이지는 않았다. 다소 난해했고 소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수상작품집에선가 만났던 <버드아이즈 뷰>만 그나마 잘 읽혔다.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재미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라서 무섭기도 했다.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도 다룬 몰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내들의 학교>는 먼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세상. 아이를 입양하고 키우는 평범한 생활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왕따가 있고 자신의 목적과 욕망을 위해서는 타인의 상처를 이용한다. <아내들의 학교>에서 선과 설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선이 모델 대회에 나면서도 틀어졌다. 주최측에서 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홍보하려고 했다. 미래의 가상 사회라는 설정이지만 그 시대에서도 선과 설혜에게는 보통의 삶이 어려운 것일까. 소설의 소재는 흥미롭지만 어렵게만 느껴진다. 문지문학상 수상작 <행복의 과학>도 나는 어려웠다. <82년생 김지영>를 시작으로 페니미즘 소설이 많이 나온다고 알고 있다. 다양한 시선을 통해 여성을 다루는 건 좋은데, 문제는 내가 그걸 따라가지 못한다는 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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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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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색 표지에 먼저 끌렸다.  저 여자가 연 문은 어디일까. 그 밖에 여름이 있다는 말인가. 김애란이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과 <달려아 아비>을 읽었다. 생각해보니 송혜교와 강동원이 어린 부모로 나오는 영화도 봤다. <바깥은 여름>은 많이 슬펐다. <입동>이 그랬다. 이 소설이 맨 처음이라서 울면서 읽었다. 부모가 아니라서 어른 아들을 잃은 심경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게 얼만 아픈지 안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p.15)

 

<노찬성과 에반>도 그랬다. 늙은 개와 소년의 만남.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 시간 함께 살다 떠난 우리 강아지가 생각나서 더 슬펐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만난 개. 찬성에게 에반은 친구이기도 했고 가족이었다. 그런데 가족을 돌보기에는 찬성은 너무 어렸다. 에반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갖고 싶은 게 많았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도 너무 슬펐다. 김애란 소설이 이렇게 슬펐던가. 학생을 살리려다 함께 죽은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아내. 바다에서 건져올린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도.

 

<침묵의 미래>은 흥미로웠다. 특이했다. 오래 생각났으니까. 근데 넘 어려웠다. 언젠가 소설 속 모습과 똑같은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김애란의 소설은 좋았다. 민트색 표지와 제목 때문에 여름이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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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의 사랑
정아은 지음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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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나는 다만 한 사람을 바랄 뿐이다. 만나서 웃고 싶은 한 사람. 안기고 싶은 한 사람. 때로는 애교를 부르고 때로는 억지를 부릴 한 사람. 손을 맞잡고 막 나온 빵을 사러 갈 한 사람. 세상 모든 이들에게 허락된 그 평범한 한 사람이 내게는 왜, 허락되지 않는단 말인다.’ (p.371)

 

정아은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붕대를 감은 표지가 섬뜩해서 성형수술에 실태를 고발하는 소설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재미있게 빨리 읽힌다. 주인공 서경은 옌예계의 전적을 갖고 있다. 걸 그룹 멤버였고 매니저멘트도 했었다. 지금도 잘 나가는 스타와 연인 관계였고 가끔씩 만나는 사이다. 현재는 드라마 지망생이다. 드라마를 쓰기 위해 가짜로 상담을 받으러 온 거다. 코를 상담하러 왔는데 의사는 눈에 대해 설명한다. 주인공 남자가 성형외과 의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남자, 상담하면서 술 냄새가 난다.  갑자기 의사인 성환에게 관심이 생긴다. 성환과 사귀면서 상담실장으로 온 서경. 성형외과의 생태를 배운다.

 

성형외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예뻐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 서경과 성환의 빠른 연애.  성환은 서경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경이 다가가면 관계는 거부한다. 지켜주겠다는 이상한 말을 하면서. 연예인과 연예계의 이야기, 신체 부위마다 자세한 성형 설명, 성형중독에 대한 부분은 실감난다. 시원시원한 서경의 캐릭터가 정말 맘에 든다. 서경이 원한 진정한 사랑이 뭘까,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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