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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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지 않을 가을 날씨였다. 그런 바람과 그런 볕, 마치 축복처럼 여겨지는 그런 날씨는 일 년에 몇 날 되지 않는다는 걸 설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끝이 시리고 정수리는 뜨거운 가을날에 가슴 밑바닥부터 뭉클하게 올라오는 벅찬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설혜는 몰랐다. 빙긋 웃는 선의 얼굴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선이 너무 예뻐서 설혜는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었다. _「아내들의 학교」중에서

 

박민정의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를 읽기 전에 생각했다. 아내들의 학교에서는 무얼 가르칠까. 아버지의 학교는 들어왔지만 아내들의 학교는 처음이다. 검색을 해 보니 아내들의 학교는 몰리에르의 소설이라고 알려준다. 박민정의 소설집은 표지처럼 매혹적이지는 않았다. 다소 난해했고 소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수상작품집에선가 만났던 <버드아이즈 뷰>만 그나마 잘 읽혔다.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재미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라서 무섭기도 했다.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도 다룬 몰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내들의 학교>는 먼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세상. 아이를 입양하고 키우는 평범한 생활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왕따가 있고 자신의 목적과 욕망을 위해서는 타인의 상처를 이용한다. <아내들의 학교>에서 선과 설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선이 모델 대회에 나면서도 틀어졌다. 주최측에서 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홍보하려고 했다. 미래의 가상 사회라는 설정이지만 그 시대에서도 선과 설혜에게는 보통의 삶이 어려운 것일까. 소설의 소재는 흥미롭지만 어렵게만 느껴진다. 문지문학상 수상작 <행복의 과학>도 나는 어려웠다. <82년생 김지영>를 시작으로 페니미즘 소설이 많이 나온다고 알고 있다. 다양한 시선을 통해 여성을 다루는 건 좋은데, 문제는 내가 그걸 따라가지 못한다는 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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