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낼 용기 -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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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겨우 열 일곱이었다.
한 가족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이자 학교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웃기 바쁜 소녀가 세상을 등진 것은.
열 일곱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어리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을 때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있다. 남편을 잃은 여자는 '과부', 아내를 잃은 남편은 '홀애비', 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
그러나 그 수없이 많은 단어들 속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를 나타내는 단어는 없다.
그러한 사실이 오히려 더 슬픔을 체감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고 있을까.

 열 일곱은 나에게도 상실의 시기였다. 태어나 눈 뜨고, 사물을 인지할 때부터 나와 함께 있었던 나의 친할머니.
우리 친할머니는 흔히들 아는 할머니와는 좀 달랐다. 가부장적인 사람에다가 우리 아버지가 늦둥이라서 그런가 더욱 더 옛날 사람이였다.
그런 막내 아들의 첫 자식이 '딸'이라서 흔히 말하는 차별을 많이 당했던 것 같다. 거기다 아마 예민한 나의 성정도 할머니와의 관계가 평탄치 않은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일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할머니는 맞벌이인 우리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는 날, 무서운 날 항상 집에 계셨기에 든든한 보호자 역할은 해줬던 것 같다.
물론, 중풍(뇌졸증)에 치매도 있으신데다 촌 사람이라서 성정이 곱지는 않으셨지만 말이다. 그래도 용돈을 모아 밤빵을 사간 날이나 좋아하는 감자떡을 드린 날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만든 엉터리 전을 다 드셔주실 만큼 당신도 손녀딸을 애정하긴 하셨을 것이다.

 그런 할머니가 열 일곱, 춘 3월 어느 날 나의 세상에서 사라졌다.
물론, 우리 할머니는 요즘말로 하면 '호상'이다. 무려 여든아홉까지 사셨기 때문이랄까.
막상 돌아가실 시기가 되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장례식장에 간 그 날. 나는 내가 펑펑 울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다 울어도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장지까지 다 다녀오고 꽤 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날. 할머니가 떠올라 울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떠올리면 여전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유일한 상실은 할머니들이였기 때문에 가끔씩 보고 싶냐고 물음을 던진다면
매일매일이 그리운 것은 아닌데, 그래도 가끔 계절마다 생각이 난다. 무서운 것을 보거나 밤 늦게 깨있는 날이면 항상 집에 계셨던 친할머니가.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배추전을 먹다보면 보드라운 노란배추 부분만 구워서 주셨던 외할머니가.
그렇게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이 책과 다르다면 그 분들의 마지막은 '노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삶의 끝이였다는 것이 아닐까.
인생에 태어남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죽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슬픈 이유는 당연하게도 '서진'이와의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이 책을 보고서 이러한 서평 글을 쓰는 것 또한 '기만'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한 사람과 한 가족과 더 나아가 한 일가의 '상실'의 아픔을 글로 표현한 것이자
그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자 하는 한 어머니의 처절한 생을 향한 몸부림이기 때문은 아닐까.

 책의 제목인 '널 보낼 용기'. 이 글을 쓰면서 글의 저자는 얼마나 무너지고 다시 일어났을까.
책을 읽을 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의 죽음과 그 후의 삶을 생각하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끼리 유대하며,
그에 대한 기억을 나누며 기억하는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너무나 슬픈 이유는 겨우 열 일곱에 이별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글을 써내려가는 엄마의 문체가 너무나도 담담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널보낼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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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출판사
#엄마 #가족 #상실 #연대 #유대 #상담
#자살사별자 #우울증 #양극성장애 #생명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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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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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책📚

이 책은 살인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당연히 시체도, 범인도 그리고 범죄자를 뒤쫓는 형사도 재판을 기소할 검사도 그리고 실형을 선고할 판사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정답’을 찾고자 하는 ‘퀴즈 마니아’만이 있을 뿐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Q-1 그랑프리’. 상금은 무려 1천만엔. 그 결승전에 올라온 주인공 ‘미시마 레오’와 그의 상대인 ‘혼조 기즈나’. 7O3X로 진행되는 퀴즈형식에서 무려 6:6의 동점의 우승까지 딱 한 문제만을 앞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건 바로 혼조 기즈나가 문제를 듣지도 않고 답을 ‘맞춰’버린 것이다.

소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우승자는 혼조 기즈나로 확정되고 미시마 레오와 다른 참여자들은 ‘짬짜미(=제작진이 미리 답을 알려준 경우)’를 의심하는데, 설상가상 제작진의 성의 없는 사과문과는 별개로 혼조 기즈나는 우승 트로피와 상금을 포기한다는 말을 할 뿐 서로 그 상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런 상황 속에서 주인공 ‘미시마 레오’가 어떻게 문제를 듣지도 않고 맞출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글이다.

이제 더 언급을 하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반감될 뿐이기에 더욱 자세히 말을 할 수는 없으나, 단 하나 꼭 말해야 한다면, 미시마는 그저 퀴즈를 좋아하는 ‘마니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퀴즈’는 단순히 정답이 정해져 있는 ‘정보’가 아니다. 한 인간의 삶의 ‘이정표’라고 여기는 것이 옳다.

미시마의 삶 전반이 다 ‘퀴즈’로 가득 차있다. 그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계기도, 이별을 하게 된 계기도 그리고 실연의 아픔을 딛게 된 계기도 모두 ‘퀴즈’니까. 그런 그에게 ‘퀴즈’란 곧 ‘삶’이요 삶의 ‘이정표’인 것이다.

과연,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미시마처럼 한 가지에 끊임없이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난 당당하게 말하자면 ‘책’을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활자’랄까. 순수문학도 일반문학도 장르소설도 시도 모두 가리지 않는다. 그저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어떻게 본다면 활자 중독자라고도 볼 수 있다.

아마, 미시마와 공통점이 있다면 퀴즈를 좋아하는 미시마가 ‘퀴즈’로 돈을 못 번 것처럼 나도 같다. 미시마와는 달리 직업을 정하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책’과는 연관점이 1도 없다. 그렇기에 더 순수하게 ‘책’을 좋아한다는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쓸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읽은 후에도 계속해서 독자로 하여금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미시마는 ‘퀴즈’였는데 너는. 너의 삶은, 너의 인생은 과연 뭐로 정의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그러나 솔직하게 이것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앞으로도 미지수이자 미개척지이기에 정확하게 이거다.라고 확고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오늘은 미스터리 문학이 끌리더라도 내일은 역사소설이 모레는 갑자기 장르 소설에 꽂히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너의퀴즈
#오가와사토시
#블루홀식스출판사
#미스터리소설 #퀴즈소설
#퀴즈 #추리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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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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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과 죽음을 그것도 이전 삶을 온전히 다 기억하면서 다시 반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 오거스트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과연 격동기의 20세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탄생 부터가 어떻게 본다면 죄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치 않은 심지어 생물학적 부모 되는 사람들의 불장난도 아니고, 그저 생물학적 친부가 자신의 부인에게 낙담하고 하룻밤에 건드린 집안 '하녀'에게서 잉태되어 병원도 그렇다고 집도 아닌, 기차의 화장실 칸에서 태어나버렸고, 심지어 첫 번째 생에서는 자신이 업둥이라는 사실과 사생아라는 사실 조차도 모른 채로 그저 죽어버렸던.

반복된 두 번째 생은 첫 번째 생보다 더 비참했다.
연약한 아기의 육체에 첫 번째 생의 큰 자아는 그 아이로 하여금 '정신병자'이자 '성 마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다시, 첫 번째 삶으로 돌아가면, 비극적으로 탄생한 해리는 자신의 양부모인 '해리엇'과 '패트릭'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패트릭이 그녀에게 베풀었던 '명함' 한 장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게 패트릭은 자신의 부인인 해리엇에게 그 아이를 버리라고 하지만, 결국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해리엇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 재정적으로 도움을 얻게 된다. 물론 그들이 그 영지에서 일하던 이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무려 여섯살에 해리는 자신의 양모인 해리엇이 죽게 되고, 양부 패트릭의 손에서 자라지만, 패트릭은 그 아이를 혹독하게 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계2차대전이 발발하고, 입대하게 되면서 전쟁을 겪고 그러한 공황기이지 과도기를 거쳐 죽게 되면서 끝이 났다면 물론 한 사람의 생이 비극할지라도 생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텐데...

 더한 비극은 이게 그의 시작이자 계속되는 무한루프. 우로보로스의 뱀이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생에서 그는 자신의 회귀를 아마도 '신'에게 찾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계각지를 떠돌아 다니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드디어 네번째 회차에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제니'와 결혼하고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이 자신이 이 생을 여러번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 이 얼마나 해리 오거스트는 얼마나 가련한 인생이란 말인가.
해리 오거스트는 자신의 이름마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는 '헐른'가의 아이이자 미혼모인 엘리자베스 리드밀의 아들이기에 헐른이나 리드밀이란 성을 써야 했지만
그는 입양아닌 입양이 되었기에 오거스트의 아이이다.

 네 번째 생으로 돌아가서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갇혀 그 곳에서 전혀 의료적인 처방이 아닌 '약물실험'의 희생양이 되었고 결국 '프랭클린 피어스'라는 스파이에게 신병이 인도되어 미래의 지식과 정보들을 다 짜이고 '크로노스 클럽'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결국 그들과 접선하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섯번째 생에서 드디어 '크로노스 클럽'의 도움을 얻어 어린 '칼라차크란'들을 위한 보호프로그램 같은 것의 도움을 받으며 삶에 적응하다가 무려 열 두번째 생에서 드디어 그에게 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열 두번째부터 열 다섯번째까지. 그는 클럽의 파멸과 자신의 생존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다시 시대의 흐름을 '역사'에 그리고 '흐름'에 맞게 돌이키려고 한다.
결국 그는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왜 하필 클럽은 그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왜 칼라차크란들이 생겨나는 것이며, 그들이 인지하는 흐름이자 순번은 무엇일까.

특히, 해리가 열 세번째 삶을 살아간다고 했을때 중국에서 만난 한 인사는 자신이 일곱번째라고 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망각과 소멸. 그 두 가지를 처음 발견한 인사는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그러한 방식을 알게 되었을까.

 '미래'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살인마', '독재자'들을 없애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이 '성인'이 되어 같은 역사를 반복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 아이는 그런 일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과연 제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지만. 그에 대한 대답도 솔직히 책에서는 속시원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과학의 발전을 빠르게 하여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과연 진실로 나쁜 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임이 진정으로 '지구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인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은 SF소설이면서 그에 대한 '물리학'적인 측면을 진짜 책 곳곳에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물음과 끝까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인 면모를 제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생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해리 오거스트.
과연 그의 모든 생을 기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계가 끝나고 있어요. 이 메시지는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천 년 후 미래 세대로부터 거슬러 와 전달된 거예요.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_008p
📖 "유일한 변수는 우리입니다. 세계가 변화한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우리들입니다."_209p
📖 "크로노스 클럽은자기 시간대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정상적인 역사의 궤적에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합니다."_218p
 📖 파괴적인 열정은 어리석고 비이성적 욕망은 시간 낭비였다. 정신은 언제가 더 고고한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_612p
 📖 시간은 계속 이어질 거야._6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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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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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번에 읽어버린 독자로썬
엄청나게 촘촘하게 짜인 세계관으로
겨우 4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단 권으로 독자들 곁에
와버린 작가님을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처음 부분을 본다면 아마도 모두가 다 아는
<해리포터>가 떠오를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건 리아의 상황이 해리와 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피폐도는 리아가 더 심하다.

리아에겐 아픈 동생 '시아'가 있어 그녀도 챙겨야하고, 고아원에서 학대를 당했던 것도 있다. 심지어 고아원에서 찾아내어 아마린스 마법학교에 입학시킨 '벤 교수'도 그녀를 이용하려고 접근한 것 뿐이다.

하늘에 떠 있는 섬. '아마린스 마법학교'의 모습을 보고 설렘도 잠시. 입학 당일 치뤄진 '선별시험'은 그녀에게 이 마법학교가 그리고 그 사회가 낭만 넘치는 곳이 아님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준다. 선별 시험에 합격한 것은 단 6명.

'노아', '리아','루카스','보니','테오도르' 그리고 '미나'.

과연 이들이 치룬 선별시험과 '푸른 숲', 허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찾아헤매는 '붉은 숲'과 그 숲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서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단권이 아니라 시리즈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페이지를 좀 더 늘렸다면 말이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없다기보다는 '듬성듬성' 빈 부분이 있다. 약간 뭐랄까 '삭제'가 된 느낌에 가깝다.

괴도한 스포일러가 될까봐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봉인을 푼 부분이나, 갑작스럽게 전개된 과거사나 뭔가 '보니'로 하여금 '리아'의 학교생활을 더 극단적으로 몰아갈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묵과된 부분이나 '미나'의 마법장면이라든지 말이다.

솔직하게 더 보고 싶은 장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언급만 하고 지나간 '펠레그레노 학원'이나, 교장 선생님과 벤 교수와 멜로디가 얽힌 과거사라든지 파도바 왕국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그 왕국을 세우는데 일조한 여섯 가문과 '수호자'에 대한 이야기나 왜 하필 '종'을 단 것인지 리아와 시아를 고아원에 맡기고 양육비를 계속해서 보내는 사람의 정체나 왜 갑자기 찾아오지 않게 된 것인지나 푸른숲에서 붉은 숲을 차단한 '방벽'에 도움을 준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단권으로 끝날지 시리즈로 '후속작'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아마도 작가님만이 알고계시지 않을까.... 간절한 바램으론 이렇게 '영물'과 '봉인'까지 나오고 '왕국'에 '가문' 그리고 '마법학교' 까지 나오는 광범위한 세계관이 겨우 단 권으로 끝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 단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읽어야 한다.
책에 푹 빠져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항상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다 잊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손에서 놓치 못하게 될 테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이 책 속에서 끝까지 악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들에게도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초반부터 '보니'는 의심스러웠다.
(선별시험의 '배낭' 장면부터)
점차 그녀를 의심 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그녀를 싫어하다가도 마지막에 '루카스'와 '보니'가 얽힌 과거의 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왜 보니가 리아를 질투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결국 이 책 속에 끝까지 악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왜 그렇게 변해간걸까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후속작이 기대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 교수나 실비아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이제야 마음속 오래 품어온 말을 털어낼 수 있었다.'_335p

📖 '보니는 알아볼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 그건, 보니에게도 새겨진 것이었다.'_349p

📖 '어쩌면, 시아가 나를 지키고 있었던 게 아닐까.'_3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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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녀석들
나연만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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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알 만으로, 탈모를 정복할 수 있는 알약이 있다면....?
단 한 알 만으로도 풍성한 머리숱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발모제를 만들어 낸 '고영길'.
약의 발매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거기서 아버지와 그분의 친구분께 약을 드렸는데.

아니 웬걸, 머리숱이 풍성해지긴 커녕 조금 남아있던 머리카락마저 다 빠져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눈썹마저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2차 시험자 중에서도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메일을 받게 된다.

 과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기에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 세 가지.
사는 지역, 나이, 월남전 참전 이력이다.
그렇게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베트남으로 향하는 그들.
과연, 그들은 베트남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탈모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표지마저 대놓고 '코미디'로 생각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유도한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나, 아버지를 받아낸 산파이자 나물도 캐고 애도 받다가 사주도 봐주는 쓰리잡을 가진 노파인 계룡보살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선인 연구원인 '사공'과의 대화나 그가 계속해서 '소시지'를 고집하는 것 또한.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본질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우리는 같은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에게 과연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우리는 항상 '위안부'의 문제를 들고 일어나면서 반일 감정을 요구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같은 아픈 역사를 만들게 한
주동자에 가까운 '베트남'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라이따이 한',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
코미디에서 시작한 것이 '의료'의 발전을 가져온 '인체실험'이나 '731부대'라든지 그와 유사한 인물을 세우면서
그것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진 못하더라도 어렴풋이나마 그 형체를 제공한다.

 책은 끝까지 '코미디'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세르게이'의 카드 일련 번호라든지, 나이가 많음에도 '보디빌더'를 하면서 3대 700을 치는 정정함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아부지에게서 걸려온 그 전화까지 말이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책들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따이 한이면서 대머리에 가깝지만, 약을 먹지 않는 '응우옌' 자신을 가꿀 시간에 타인을 돕는 사람.
사람에게 상처 받았음에도 다시 사람을 믿어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이 책 속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기에 현실이 점점 삭막해 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정이 남아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이 났다.
📖 사실은 잊은 게 아니라 누르고 있었던 거지.
📖 모든 약은 우연히 발견된다. 우연을 바라면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진 나도 이제는 그 ‘우연’의 수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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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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