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보이는 일기장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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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첫날에 등교 대신 전해진 부고 소식으로 인해 장례식장에 가게 된 고등학교 2학년 ‘예윤’, 삼일간의 장례식이 끝나고 6년 만에 방문한 할아버지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중, 수납장 안쪽벽의 숨겨진 공간에서 새것 같은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집에 돌아온 날 밤, 그 일기장에 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어라? 아직 날짜밖에 쓰지 않았는데 ‘오늘’ 내가 경험한 일들이 어느새 내 글씨체로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기장 안에서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듯한 ‘도서 대출증’에 이 일기장의 조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 밤 9시와 자정 사이에, 일기장의 날짜 칸에 날짜를 쓰면 그날의 일들이 적히기 시작한다. 이게 진짜인지 알아보고 싶어서 쓴 내일 날짜에 일어날 사건들을 기억했다가 바꾸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어날 일들은 ‘미래’를 바꾸더라도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래도 미래를 보여주는 일기장 덕분에 갑작스런 전학에도 불구하고 반 분위기에 스며가던 중, 갑자기 졸업식까지 잘 보여줬던 일기장에서 어느 날, 내 졸업식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설마 하던 마음이 확신으로 바뀐 것은 ‘엄마’에게 ‘내’ 일기장의 장면이 나오지 않은 날짜를 써보라고 한 뒤였다.

‘죽음’까지 14일. 이제 나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옥상’에서 ‘자살’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내가 ‘떨어지는 사람을 막으려 했는지’를 파헤쳐야 한다.

과연 예윤이가 14일이 지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누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했을지는 책으로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한 가지, 큰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 책에서 빌런(악당)은 한 명 밖에는 없습니다. 다행이죠.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드는 물음들이 있습니다.
왜 주인공 ‘예윤’이가 고2의 중간고사를 앞둔 애매한 시기에 전학을 오게 되었는지,
할아버지와 엄마의 사이가 안 좋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한 것인지, ‘수연’이는 ‘예윤’이를 기억하는데, 예윤이는 수연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현이, 혜지, 해진이의 사연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카메라를 부수는 수연이가 왜 울고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을 속으로 던지면서 책을 읽으면 더욱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여기저기 흩어졌던 복선들이 마치 퍼즐처럼 딱! 딱! 들어맞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아마 이 책이 그런 경험을 선사해 줄 것 같습니다. 책의 중반쯤 읽을 때면 어렴풋이 아, 얘가 걔다! 하는 느낌이 옵니다. 하지만 헛다릴 짚기도 하죠. 숨겨진 반전도 있습니다. 아마 깜짝 놀랄지도 모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래서 얘가 이런 반응이였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책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들은,
📖 “사람은 늘 다치기 마련이야. 아픈 게 당연해. 아프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거야. 잘 크고 있는 거라고.”_228p

📖 “다치게 두는 것도 방법이야. 다쳐도 괜찮다는 걸 알려 줘야지. 지나고 나면 상처도 아문다고 말이다.”_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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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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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아동관리부서 통칭 'DICOMY'에서는 마법아동 고아원을 조사하는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사례연구원'들이 존재한다.
고아원에 방문해서 이 곳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폐쇄'를 선택하고 그 곳의 아이들을 '학교'라는 곳에 보낼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사례연구원들의 업무이다.

 라이스너 베이커는 헤르메스웨이 86번지의 작은 집에서 반려 고양이 칼리오페와 함께 사는, 사례연구원으로 17년간 근속한 '객관적인' 사람이자 누구보다 '아이'는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올린 보고서들로 최고위 경영진은 그를 '마르시아 섬'의 특별한 아이들이 있는 고아원으로 파견 조사를 보내고자 한다.

과연, 그 6명의 특별한 아이들과 그 고아원의 원장인 '아서'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그 한 달간의 파견 조사가 끝난 뒤에는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 책은 아주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쓰여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마법' 그러나, 이 곳의 '마법'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초점을 마법이 아니라, 바로 마법적인 '존재'들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6명의 아이들을 조금 소개하자면, 특별한 상상을 하는 '루시퍼(루시)', 정원 가꾸기를 아주 좋아하는 노움 '탈리아', 단추 모으기를 좋아하는 와이번 '시어도어', 숲 정령인 '피', 놀라면 포메라니언으로 몸이 바뀌는 '샐', 그리고 인간들의 말에 누구보다 상처입었지만 호텔리어를 꿈꾸는 '천시'까지 아주 특별한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르시아스 섬'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는 섬 정령인 '채플화이트(조이)'와 그런 고아원의 원장인 '아서'까지.

이 책은 이러한 특별한 아이들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는 이야기이다.


 정말,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기 바라지만, 자신의 직무상의 위치 때문에 '철벽'을 치고서 거리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던 라이너스.

아마도 이 책의 처음과 끝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라이너스 일 수 밖에 없다.

책의 감동적인 부분들을 일일이 다 나열하는 것은 이 책을 직접 읽었을 때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기에 이렇게밖에는 말 할 수가 없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서평을 쓰는 지금까지도, 책의 여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소식은 11월에 <벼랑 위의 집>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모든 빛의 섬>이 한국어판으로도 출간 예정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 책은 '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는 그 존재 자체로 그가 어떠한 존재이든지 간에 안전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물론, 책 내용에 숨겨진 '퀴어'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을 때에 그것은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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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리 생추어리
장윤미 지음 / 아미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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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돼지 <해피 초원>이라는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인진’과 지하상가 옷가게인 <스위트 숍>에서 일하는 ‘해유’가 해유의 아버지인 ‘동찬’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고, 서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진정한 ‘해방’을 꿈꾸며 살아가기 위해 뭉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해피 초원은 이름과는 반대로 전형적으로 돼지들의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돼지들은 출산 후 삼 개월이 되면 가차 없이 젖을 떼고, 다시 분만사에서 임신사로 이동하게 되고, 새끼 돼지들은 ‘도태’되지 않은 것들만 자돈사로 이동하며, 도태된 것들은 지독한 자본주의 아래 죽임을 당한다. 돼지고기의 무게를 늘이기 위해 뒤척일 공간조차 없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평생을 보내다가 도축 공장에 가지 직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깥을 보게 된다. 인진은 그런 해피 초원에서 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무기력과 권태감을 느끼는데 그러던 어느 날,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최주임’의 ‘새끼를 밴 개 한 마리’를 자작나무 숲 끝 컨테이너에 갖다주라는 부탁을 가장한 명령에 의해 ‘진동찬’ 아저씨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해방감’과 엄청나게 오래 산 돼지 ‘새벽’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곳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

한편, 해유는 자신의 어머니의 보상금으로 자신의 이상을 쫓아 가족을 버리고 간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자신이 아버지에 대한 모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어느새 숨길리 생추어리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의 결말인 <새벽이, 잠들다>부분에서 그러한 모습들이 잘 드러난다.

솔직히, 지금 이 책을 읽는 이 시점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여전히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자본주의 원리로 돌아가니까. 심지어 그것이 더욱 가속화될 뿐, 현실에서 이와 같은 낭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줌에 불과할지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다.

예전과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유 방목’, ‘난각번호 1번’, 그리고 ‘동물 복지’에 대한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땅이 원체 좁은 한국의 경우에는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달걀만 낳다가 폐사되는 ‘닭’, 조금이라도 돈이 더 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살집을 물리는 ‘소’와 ‘돼지’, ‘수평아리’는 달걀을 안 놓기 때문에 병아리 단계에서 처리되는 것들 모두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해가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간다면, ‘숨길리 생추어리’같은 ‘낙원’ 수준까지는 못 가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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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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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불완전한 끝맺음이 가져오는 엄청난 관계의 파괴이자, 그러한 깨짐 속에서 다시 회복되는 관계성을 보여주는.
정말 완벽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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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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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은 아마도 ‘존슨’가의 구심점이였던 ‘프랭크’와 ‘엘리자베스(베스)’의 아들이였던 ‘바비’의 죽음부터이지 않을까. 조용한 시골 목장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양 떼를 습격하던 개를 죽인 산탄총이 베스의 십 대 시절 사랑했으나 끝내 상처로 남아버린 ‘게이브리얼’과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버렸다. 죽은 아들인 바비를 게이브리얼의 아들인 ‘레오’에 빗댄 것은 아니지만 십 대 시절의 정열이자 제대로 끝맺음을 못 내렸던 이들은 다시 사랑이란 이름의 ‘불륜’을 행해버리고 만다. 그것도 자신의 시동생인 ‘지미’와 그의 약혼녀 ‘니나’의 결혼식날에 말이다.

작은 마을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게이브리얼을 배척하고 프랭크를 좋아하는 만큼 베스가 그와 만나는 것은 삽시간에 마을에 소문으로 퍼져버리고 만다. 자신의 형을 사랑하는 지미. 베스를 누나로 따랐지만, 결국 그녀를 험담하고 게이브리얼을 죽이겠다고 폭음을 하다 산탄총을 들고 사라져 버렸다. 결코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일어나버렸고. 재판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숨겨졌던 십 대 시절과 모든 진상들이 드러나게 되어 버렸다. 과연, 죽은 것은 누구이며, 재판대에 선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이 책의 주요 인물인 베스와 프랭크 그리고 게이브리얼의 관계는 정말 시작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같다. 프랭크가 조금 더 빨리 베스에게 고백했다면, 베스와 게이브리얼이 서로에 대해 더 믿음이 있고, 홧김에 헤어졌더라도 다시 재회를 했다면, 베스가 그의 일기장을 보고 화부터 내지 않고 차근히 따졌더라면, 베스의 아이인 바비가 죽지 않았다면, 게이브리얼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베스가 게이브리얼과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다들 베스를 가장 부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의 남편인 ‘프랭크’ 때문이다. 그가 그녀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정말이지 엄청나다. 정말 그는 열세 살부터 ‘지금’까지도 베스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아이를 못 지켜준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다. 그렇기에 그녀의 불륜에 대해서 알게 되었음에도 그저 묵묵히 농장일을 할 뿐이다.

아마 무책임한 캐릭터라면 ‘루이자’를 말할지도 모르겠다. 베스가 게이브리얼과 사귀고 있을 때 그에게 사랑에 빠졌고 결국 그와 결혼하여 아들인 레오를 낳고 결국엔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와 불륜에 빠져 이혼을 하고 조용하던 베스의 마음에 불을 지핀.
마치 하와를 유혹하던 뱀과 같은 사람.

이 책은 정말 끝의 끝의 끝까지 반전이 계속된다. 사건의 진행도 시간 순서가 아니라 십대시절의 과거(1955년)-1968년-1969-재판-바비가 살아있는 과거 등의 시간선이 복잡하게 엮여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저 궁금증을 증폭할 뿐이다. 왜 바비가 죽었을까. 왜 그들이 헤어졌어야 했지, 재판대에 선 것은 누구일까. 결국 산탄총에 맞은 것은 누구이며 그걸 쏜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등등.

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불완전한 끝맺음이 가져오는 엄청난 관계의 파괴이자, 그러한 깨짐 속에서 다시 회복되는 관계성을 보여주는.
정말 완벽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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