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리 생추어리
장윤미 지음 / 아미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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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돼지 <해피 초원>이라는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 ‘인진’과 지하상가 옷가게인 <스위트 숍>에서 일하는 ‘해유’가 해유의 아버지인 ‘동찬’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고, 서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진정한 ‘해방’을 꿈꾸며 살아가기 위해 뭉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해피 초원은 이름과는 반대로 전형적으로 돼지들의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돼지들은 출산 후 삼 개월이 되면 가차 없이 젖을 떼고, 다시 분만사에서 임신사로 이동하게 되고, 새끼 돼지들은 ‘도태’되지 않은 것들만 자돈사로 이동하며, 도태된 것들은 지독한 자본주의 아래 죽임을 당한다. 돼지고기의 무게를 늘이기 위해 뒤척일 공간조차 없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평생을 보내다가 도축 공장에 가지 직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깥을 보게 된다. 인진은 그런 해피 초원에서 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무기력과 권태감을 느끼는데 그러던 어느 날,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최주임’의 ‘새끼를 밴 개 한 마리’를 자작나무 숲 끝 컨테이너에 갖다주라는 부탁을 가장한 명령에 의해 ‘진동찬’ 아저씨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해방감’과 엄청나게 오래 산 돼지 ‘새벽’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곳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

한편, 해유는 자신의 어머니의 보상금으로 자신의 이상을 쫓아 가족을 버리고 간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자신이 아버지에 대한 모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어느새 숨길리 생추어리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의 결말인 <새벽이, 잠들다>부분에서 그러한 모습들이 잘 드러난다.

솔직히, 지금 이 책을 읽는 이 시점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여전히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자본주의 원리로 돌아가니까. 심지어 그것이 더욱 가속화될 뿐, 현실에서 이와 같은 낭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줌에 불과할지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다.

예전과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유 방목’, ‘난각번호 1번’, 그리고 ‘동물 복지’에 대한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땅이 원체 좁은 한국의 경우에는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달걀만 낳다가 폐사되는 ‘닭’, 조금이라도 돈이 더 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살집을 물리는 ‘소’와 ‘돼지’, ‘수평아리’는 달걀을 안 놓기 때문에 병아리 단계에서 처리되는 것들 모두 지금도 여전히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해가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간다면, ‘숨길리 생추어리’같은 ‘낙원’ 수준까지는 못 가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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