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발견한 물리학의 쓸모 - 당연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물리학의 질문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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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장에 꽂아 두고도 한참을 외면하게 되는 분야가 있습니다. 제게는 물리학이 그랬어요. 학창 시절 공식 앞에서 멈춰 섰던 기억이 남아서, '교양 과학'이라는 말이 붙어도 어쩐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거든요. <일상에서 발견한 물리학의 쓸모>를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아 들었을 때도,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묵직한 두께였습니다. 표지에는 휘어진 격자며 이중나선, 원자 모형 같은 그림이 빼곡한데, 한쪽 구석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더군요. 교과서 같은 단정함에 어딘가 장난기가 섞여 든 표지였습니다.


이 책은 러더퍼드,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힉스를 비롯한 열두 명의 물리학자를 길잡이 삼아 200년에 걸친 물리학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다만 수식을 앞세우는 대신, 톰슨과 소피아라는 두 대학생의 대화를 따라가며 개념을 풀어내는 방식이에요. 도입부부터 마음을 놓게 됩니다. 바쁜 아침에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평범한 장면에서 시작하거든요. 빵 200g이 대략 500kcal라는, 누구나 아는 사실에서 출발해 빵의 진짜 모습을 알려면 원자 단위까지 들어가 봐야 한다는 이야기로 슬그머니 넘어갑니다.



그 첫 장에서 오래 머문 대목은 빵을 둘러싼 질문이었어요. 원자의 내부가 99.99% 빈 공간이라는 건 어렴풋이 들어 봤지만, 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갑니다. 톰슨이 먹은 빵에서 텅 빈 공간을 빼면 실제로 입에 넣은 양은 0.001%밖에 안 된다고, 그러면서 톰슨은 정말 빵을 먹은 것이냐고 천연덕스럽게 되물어요. 익숙한 아침 식사 하나가 이렇게까지 생경해질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고무공 두 개가 서로 통과하지 않고 튕기는 이유를 그물망끼리 부딪히는 것에 빗대거나, 중성미자가 지구를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관통한다는 설명도 그림처럼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시야는 점점 넓어집니다. 원자핵도 쿼크로 쪼개지고 그 안마저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지나, 은하계를 사과 한 알에 비유하면 태양은 그 사과를 이루는 세포 하나보다 작다는 대목에 이르면, 가장 작은 세계와 가장 큰 우주가 '거의 비어 있다'는 한 가지 사실로 모입니다. 첫 장의 마지막 문장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0에서 출발해 다시 0으로 귀결된다는 것인데, 빵 한 조각에서 시작한 사유가 138억 년 전 대폭발과 우주의 본질까지 갔다가 0이라는 한 글자로 닫히더군요.


아인슈타인을 다룬 장으로 넘어가면, 톰슨이 기차를 타고 오느라 늦었다며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고 변명하는 사소한 장면에서 상대성 이론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뉴턴의 세계에서 시간은 존재감 없이 늘 그곳에 있는 배경 화면 같은 것이었다는 설명이 한참 따라왔어요. 마이컬슨과 몰리가 에테르를 찾으려다 실패한 실험을 두고, 책은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한 셈이라고 다시 읽어 줍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실험을 이렇게 뒤집어 보는 시선은, 헛수고처럼 느껴졌던 일들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무도 집도 사람도 매일 4만 km로 움직이고 있고 절대적으로 멈춰 있는 기준점은 어디에도 없다는 설명,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단언 앞에서는, 당연하다 여겨 온 것들의 발밑이 슬며시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슈뢰딩거 편은 제논의 역설로 문을 엽니다. 발 빠른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영영 따라잡지 못한다는 그 이야기를 통해 공간이 무한히 쪼개질 수 있는지를 묻고, 그 물음을 따라 양자의 세계로 들어서지요. 연속이라 믿어 온 세계가 사실은 띄엄띄엄 끊겨 있다는 발상이 이 장의 핵심입니다. 전자가 계단을 오르내리듯 정해진 층에만 머물 뿐 1.5층 같은 중간에는 있을 수 없다는 보어의 비유, 엘리베이터 없는 호텔에서 손님들이 각 층에 두 명씩만 묵더라는 파울리 배타 원리의 설명을 읽다 보면 까다로운 개념이 의외로 손에 잡힙니다. 그리고 이 미시 세계의 규칙이 별의 죽음까지 좌우한다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전자 축퇴압이 버티면 백색 왜성으로 남고 그러지 못하면 중성자성이 된다는 흐름에서, 가장 작은 것이 가장 거대한 것을 결정한다는 이 책 전체의 시선이 한데 모입니다.


물론 솔직하게 덧붙이자면, 평소 물리학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이라면 군데군데 더디게 읽히는 구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비유로 친절하게 풀어내긴 해도 방정식과 개념이 겹겹이 쌓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길어지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완독하겠다는 마음보다, 흥미가 가는 장부터 천천히 펼쳐 보는 편이 오히려 책의 재미를 살리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빵으로 시작하는 첫 장이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슈뢰딩거 편처럼,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하는 대목부터 들어가면 한결 수월합니다.


서평단으로 만난 책 가운데 이번 권은 평소라면 스스로 골라 들지 않았을 분야였습니다. 그런 책을 끝까지 따라간 끝에 익숙한 세계가 한 꺼풀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어요. 식탁 위 빵 한 조각이 예전과 똑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이 남긴 가장 분명한 흔적이 그것이었습니다.


과학에 자신은 없지만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한 번쯤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혹은 학창 시절 물리에 막혔던 기억 때문에 이 분야를 멀리해 왔다면, 이 안내서가 꽤 괜찮은 입구가 되어 줄 겁니다. 이미 물리학 지식이 단단한 분께는 다소 헐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익숙한 개념을 일상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해가 길어지고 저녁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어려운 이야기도 조금은 가볍게 넘겨지는 것 같아요. 당연하게 지나치던 것들 앞에서 잠깐 멈춰 서고 싶어질 때, 이 한 권을 펼쳐 보시길 권합니다.


빵 한 조각에서 우주의 끝까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친절한 물리학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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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 고대 DNA가 말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위대한 여행’
시노다 겐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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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받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표지의 노란색이었어요. 핸드북 크기인데도 제법 두툼해서 손에 묵직하게 잡히더라고요. 원시인을 닮은 붉은 형상에 이중나선이 겹쳐진 그림이, 동굴 벽화 같기도 하고 생물 교과서 도판 같기도 했어요. 책을 펴기도 전에 '우리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하는 질문이 표지에 먼저 적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진화나 유전학을 따로 공부한 적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거든요. 그래서 고대 게놈 분석이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일반 독자 눈높이로 풀어 준 책이 늘 반가웠어요. 북유럽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손을 든 것도 그래서였고요. 뼈 한 조각에서 수십만 년 전의 사연을 읽어 낸다니, 그것만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어졌습니다.


멸종이 아니라 숨은 조상이었다는 발견

제일 먼저 마음을 붙든 건 2장이었어요. 네안데르탈인은 1856년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뒤로 오랫동안 우리와 무관하게 사라진 존재로 여겨졌거든요. 1997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은 이들과 우리 사이에 교류가 없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는데, 이후 핵 게놈 해독이 그 결론을 뒤집었어요. 2010년 빈디야 동굴 표본 분석을 통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제외한 현대인의 게놈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일정 비율 섞여 있고, 그 비율이 유럽인보다 동아시아인에게서 조금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저자가 적은 "네안데르탈인은 그냥 멸종된 게 아니라 우리의 숨은 조상이었다"는 문장 앞에서 책장을 한참 넘기지 못했어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진화의 곁가지로만 배웠던 존재가, 알고 보니 제 몸 안에도 흔적을 남긴 조상이었던 셈이거든요.


데니소바인 이야기는 또 다른 결의 놀라움을 안겨 줬어요. 손가락뼈 한 조각과 DNA만으로 정체가 규명된 최초의 인류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고지대에 적응한 현대 티베트인의 유전자가 데니소바인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단선이 아니라 여러 갈래가 얽힌 그물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어요. 단백질 질량분석법인 ZooMS로 13만 점이 넘는 미세한 뼛조각 가운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혼혈 소녀를 찾아낸 과정은, 작은 단서를 끈질기게 붙드는 과학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우리에게로 이어지는 긴 여정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동아시아와 일본열도로 가까이 다가와요.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남방과 북방의 두 경로로 갈라져 아시아 곳곳에 자리 잡는 과정, 그리고 베이징 부근의 톈위안 동굴 게놈이나 1만 3천 년에 걸쳐 이어진 조몬인의 계통이 차례로 등장하거든요.


눈길이 오래 머문 건 조몬인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계통이 합류해 형성된 복합 집단이었다는 설명이었어요.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 M7a와 N9b가 동서로 나뉘어 분포한다는 분석, 그리고 규슈의 특수한 N9 계통이 한반도를 거쳐 들어왔을 가능성을 짚는 대목에서는, 한국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땅이 이 거대한 이동의 한 길목이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조몬인과 가장 많은 유전체를 공유하는 집단이 아이누이고, 그다음이 오키나와, 그 뒤로 본토 일본인이라는 순서도 쉽게 지나치지 못했어요. 한국인과 연해주 원주민, 대만 원주민이 소량이나마 그 흐름에 닿아 있다는 사실은, 국경으로 나뉜 오늘의 지도와는 사뭇 다른 그림을 펼쳐 보여 줍니다.


차이보다 큰 공통성

책을 덮으며 가장 깊이 남은 건 종장이었어요. 폴 고갱의 그림 제목에서 빌려 온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따라, 저자는 게놈이 들려주는 의외의 진실을 담담히 풀어냅니다.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묵직했어요. 우리가 흔히 의식하는 집단 사이의 차이가, 정작 같은 집단 안에서 두 사람이 지닌 차이보다 작다는 거예요. 인종이 뚜렷이 갈리는 듯 보이다가도 비교 대상을 넓히면 그 경계가 연속적으로 풀어져 사라진다고 저자는 설명하거든요. 그래서 "인종 구분은 과학적,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단언하면서, 이 책에서 '인종'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민족이라는 개념도 인류사의 척도에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점차 생물학적 실체를 잃어 갈 거라고 저자는 내다봐요. 현재를 도달점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부도 자꾸 곱씹게 됩니다. 각 개인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거대한 망의 한 매듭에 빗댄 비유가 특히 마음에 남았어요. 밝은 빛도 차가운 빛도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개개의 색이 아니라 매듭이 있다는 사실 자체라는 문장은, 우열을 따지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일러 줍니다. 차이를 헤아리는 데 익숙한 사회에서 그 차이보다 훨씬 큰 공통성을 과학의 언어로 짚어 주는 일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됐어요.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분야 특성상 유전학 용어와 표본 이름이 잇따라 나오는 대목에서는 처음 접하는 독자가 잠깐 걸음을 멈추게 될 수 있다는 정도예요. 다만 저자가 곳곳에 비유와 정리를 놓아 둔 덕분에, 천천히 따라가면 길을 잃을 만큼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책은 인류의 기원이 궁금하지만 전문서는 부담스러웠던 분, 그리고 오늘의 갈등과 구분 너머에서 우리가 본래 얼마나 가까운 존재인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분께 잘 어울립니다.


초여름의 긴 해가 저무는 저녁, 손바닥만 한 이 책이 펼쳐 보인 수십만 년의 이야기는 의외로 따뜻했어요. 멀리 떨어진 듯 보이는 우리가 실은 하나의 그물로 이어진 매듭이라는 것, 그게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습니다.


뼈 한 조각과 게놈이 들려주는 수십만 년의 여정 끝에서, 차이보다 큰 공통성과 만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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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문장, 삶이 달라지는 기록 - 고전에서 길어 올린 인문 사유 100
김이율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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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손으로 무언가를 쓴다는 게 점점 드문 일이 되어 갑니다. 메모도 일정도 다 화면 안에서 끝나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펜을 쥐고 종이에 글자를 눌러 쓰던 감각이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필사의 문장, 삶이 달라지는 기록>은 바로 그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책입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아 든 한 권인데, 표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책장에 오래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색과 베이지가 차분하게 어우러진 표지는 요란한 데가 없어요. 금색 곡선이 고서처럼 테두리를 두르고 있고, 펜촉을 닮은 깃털 문양이 단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부제는 ‘고전에서 길어 올린 인문 사유 100’.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한 김이율 작가가 카뮈와 카프카, 헤세와 톨스토이, 니체와 노자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고전 백 편을 골라 핵심을 현대의 언어로 다시 풀어낸 안내서입니다.


구조가 재미있습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고전을 압축한 작가의 짧은 글이 놓여 있고, 오른쪽은 그 문장을 직접 따라 쓸 수 있도록 줄만 그어진 채 비어 있어요. 읽고, 쓰고, 그다음 ‘삶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는 흐름입니다. 출판사가 적어둔 한 줄이 이 책의 태도를 잘 말해줍니다. “눈으로 스치면 기억에 남고, 입으로 읽으면 귀에 남지만, 손으로 적으면 뼈에 남습니다.” 지식을 머리에 쌓는 책이 아니라, 몸을 통과시켜 태도로 바꾸려는 책이라는 뜻이겠지요.


백 편은 ‘실존, 관계, 성장, 선택, 성숙’이라는 다섯 단계로 묶여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묻는 데서 출발해 관계 속에서 자신을 비춰 보고, 고통을 지나며 자라고, 자유와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다가, 마침내 지혜롭게 깊어지는 순서예요. 목차를 죽 따라 읽다 보면 이게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며 차례로 통과하는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마흔 후반의 자리에서 보니 더 그렇더군요.


나는 정말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그저 맞춰온 것인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옮긴 글은 이 물음 하나로 사람을 멈춰 세웁니다. 흠 없이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한 사람이, 끝이 다가올수록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는 감각에 사로잡힌다는 이야기예요. 평소 우리는 죽음을 자꾸 멀리 밀어두지만, 끝을 떠올리는 순간 삶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무엇이 중요한지가 분명해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아래에 적힌 질문, “나는 진짜 살고 있는가,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를 옮겨 쓰는데 펜이 쉽게 나가지 않았어요. 답을 알아서가 아니라, 답을 미뤄온 세월이 떠올라서였습니다.


플라톤의 <국가>를 풀어낸 ‘동굴 밖의 세계’는 좀 다른 방식으로 불편했습니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전부라 믿고 살던 사람이 밖으로 나가 진짜 세계를 보지만, 돌아와 말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는 그 오래된 비유 말입니다. 작가는 여기에 날을 하나 세웁니다. “익숙한 것, 편안한 것,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순간 동굴은 완성된다.” 나이가 들수록 굳은 판단과 익숙한 습관이 늘어나는데, 그걸 지혜라고만 여겼지 동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보지 못했습니다. “진리는 불편하다. 눈을 아프게 한다”는 문장이 괜히 따라온 게 아니더군요.


관계를 다룬 장에서는 D.H.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옮긴 ‘사랑과 자유’가 가장 아팠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이 가장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작가는 적습니다. 죄책감과 애정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라고요. “붙잡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다”, “사랑은 상대가 온전히 자신으로 살도록 돕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또 함께 늙어가는 배우자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걸려 넘어질 대목입니다.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어느새 붙드는 손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책은 답을 주는 대신 그 자리를 가만히 비춰 줍니다.


이 세 편이 가장 깊게 남았지만, 다른 글들도 곳곳에서 발걸음을 늦추게 했습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옮긴 글에서는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실천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문장이 이 책의 형식 자체와 겹쳐 보였고, 위니콧의 <놀이와 현실>을 풀어낸 ‘성장에는 멈춤이 필요하다’에서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실은 불안을 피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통찰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멈추면 뒤처진다고만 믿어온 사람에게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에서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는 말은 낯설면서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메이 사턴의 <일흔의 일기>를 옮긴 마지막 장에서는, 나이 듦을 소멸이 아니라 깊어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오래 남았고요.


좋은 책에도 작은 아쉬움은 있습니다. 제본이 그래요. 따라 쓰기를 권하는 책인데 정작 책이 끝까지 펼쳐지지 않아서, 글씨를 쓰는 동안 한 손으로 책을 눌러 잡아야 했습니다. 손으로 글자를 옮기는 시간이 본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데, 자꾸 책장이 닫히려 하니 그 고요함이 가끔 끊기더군요. 펼침이 편한 제본이었다면 이 책의 취지가 한층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백 편의 고전을 ‘아는 지식’으로 늘어놓지 않고, 손으로 통과시켜 ‘살아가는 태도’로 바꾸려 한다는 점이에요. 빠르게 읽어 치우는 책이 아니라,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곁에 두는 책입니다. 서평단으로 만난 여러 책 중에서도 이렇게 오래 책상에 펼쳐두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답보다 좋은 질문이 아쉬운 때가 있지요. 인생의 어떤 모퉁이에서 그런 갈증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책이 서두르지 않는 동행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해가 길어져 저녁에도 환한 빛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문장 하나를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하루의 소란이 조금씩 가라앉는 걸 느낍니다. 이 책은 그렇게 하루의 끝자락에 잘 어울리는 한 권이었습니다.


백 편의 고전을 읽고, 쓰고, 묻는 사이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 앞으로 천천히 데려다 놓는 필사 인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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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 - 병원보다 빠르고 약국보다 가까운 상비약 다 골라드림
동공이 약사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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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집에 약은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정작 몸이 아플 때입니다. 약통을 열어 손은 가져가는데, 이게 지금 먹어도 되는 건지, 산 지 얼마나 됐는지, 이 증상에 맞기는 한 건지 잠깐 헷갈리는 거죠. <동공이 약사의 우리 집 구급상자>는 바로 그렇게 망설이게 되는 때를 겨냥한 책이었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래쪽 소제목이었어요. '1인 가구부터 아이 있는 가정, 노년기 부부까지 완벽 대비 맞춤형 가이드.' 약을 다루는 책인데 약보다 사람을 먼저 내세우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그 한 줄 덕분에 끝까지 읽게 됐습니다.


읽으면서 편안했던 건 구성이었습니다. 유튜브로 알려진 동공이 약사가 쓴 책답게, 강아지 약사 동공이와 약은 잔뜩 쟁여두지만 정작 쓸 줄은 모르는 오리 알덕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알덕이는 해열진통제 한 알로 감기부터 두통, 치통, 복통까지 다 해결하려는 '한 알 만능주의' 캐릭터인데, 솔직히 제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중간중간 들어간 웹툰 덕분에 어렵게 느껴질 법한 약 성분 이야기도 부담 없이 넘어갔습니다. 정리도 어찌나 깔끔한지, 증상별로 기본 상비약과 더 챙기면 좋은 약을 나눠 보여주고 실제 시중 제품과 제조사까지 표로 묶어둬서, 약통 앞에 책을 펼쳐두고 그대로 대조해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1장에 나오는 표가 이 책의 뼈대 같았습니다. 가구 형태에 따라 상비약을 단계별로 쌓아 올리는데, 휴대용 파우치에는 다섯 가지, 혼자 사는 집은 열 가지, 일반 가정은 열다섯 가지, 아이 있는 집은 스무 가지로 늘어납니다. 해열진통제와 소독약, 밴드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에서 출발해 식구가 늘고 아이가 생기면 어린이 해열제와 피부염 연고가 더해지는 식이죠. 소제목에서 약속한 '맞춤형'이 그저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걸 이 표 하나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안내서가 단순한 약 목록집과 다르다고 느낀 건 6장 '가족마다 달라요'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아이와 어른, 나이 드신 분이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중 노인 주의사항을 읽을 때는 마음이 한참 무거웠습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은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에 가장 쉽게 오남용되는 게 종합감기약이라고 해요. 어르신들이 박스로 사두고 음료수처럼 마시는 유명한 감기 물약에도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들어 있고, 이게 나이 든 분에게는 졸음과 어지러움을 불러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알덕이가 "헉! 우리 할아버지 감기약 자주 마시는데!" 하고 놀라는 장면이 남 일 같지 않더군요. 여러 진료과를 돌다 보면 복용하는 약이 열 가지를 넘기기도 한다는 다약제 복용 이야기, 우리나라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가 처방약은 걸러주지만 본인이 사 먹은 일반약이나 건강기능식품까지는 잡지 못한다는 사각지대 설명도 새겼습니다. 책이 건네는 당부가 오래 남아요. 작은 오남용도 노인에게는 심각한 후유증이 될 수 있으니 상비약이라도 드시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약을 안내하는 책이 약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솔직히 말해준다는 게, 오히려 더 미덥게 다가왔습니다.


상처를 다루는 법도 새로 배웠습니다. 다치면 일단 항생제 연고부터 바르고 보던 버릇이 있었는데, 상처는 상태에 따라 세척과 소독, 습윤 드레싱, 병원 방문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약을 고르기 전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부터 읽으라는 셈인데, 이런 접근이 책 전체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있다면 7장도 꼭 들춰보시길 권합니다. 여행 가방에 무얼 챙겨야 하는지부터, 의외로 놓치기 쉬운 반입 규정까지 다뤄요. 우리나라 종합감기약에 흔한 슈도에페드린이 중국에서는 마약류로 엄격히 규제된다거나, 외국에서 산 감기약에 든 성분 탓에 입국할 때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미리 알지 못하면 공항에서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약은 소분하지 말고 포장 그대로 챙기라는 것, 처방약은 영문 처방전을 준비하라는 것, 멀미약은 타기 30분 전에 먹어야 듣는다는 작은 팁까지 들어 있어요. 캠핑이며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난 요즘 생활에 곧장 보탬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누구 손에 쥐여주고 싶은지가 또렷해졌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도, 살림을 막 시작한 신혼집에도,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는 집에도,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 약 서랍이 늘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도 곁에 두기 좋습니다. 아플 때마다 검색창부터 열고 도리어 더 불안해지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병원에 가지 말라는 책이 아니라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책이라,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지만, 읽자마자 부모님 안부부터 떠올리게 한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감기 물약 자주 드시지 말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어졌으니, 제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한 권이었어요.


장마가 슬슬 다가오는지 공기가 눅눅해지는 계절입니다. 환절기든 한여름이든 몸이 보내는 신호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 막막하지 않으려면 약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게 무엇인지를 이 책이 차분히 일러줍니다. 우리 집 작은 약국 맨 윗칸에, 이 한 권을 올려두려 합니다.


약은 있는데 기준이 없던 집을 위한, 다정하고 든든한 생활 의약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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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러도 괜찮은,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질문들 - 단단한 질문이 태도를 만드는 한 문장 필사
인향만리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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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툴러도 괜찮은,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질문들>은 청소년을 향해 쓰인 책입니다. 표지에 적힌 "지금은 아직 서툴 수 있어. 하지만 괜찮아"라는 한 줄을 보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제 또래가 읽을 책은 아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장을 넘기면서 그 짐작이 빗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투를 빌렸을 뿐, 정작 그 질문 앞에서 더 오래 멈칫하는 쪽은 한참을 살아온 어른이더라고요.


이 책은 답을 쥐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필사형 성장 에세이라는 형식 그대로, 짧은 글을 천천히 따라 쓰고 마지막에 던져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게 만들어요. 나를 대하는 태도부터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여섯 갈래로 묶여 있는데, 저는 그중 비교와 걸음의 속도, 그리고 오늘을 다룬 대목들 앞에서 펜을 쥔 채로 자꾸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먼저 마음에 걸린 건 '비교하지 않는 연습'이었어요.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나를 견주게 되고, 그 순간 가장 힘든 건 비교 그 자체보다 비교로 인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청소년의 교실 풍경을 그린 말이지만, 직장 안에서 매일 겪는 일과 다르지 않았어요. 승진, 성과, 남들이 이뤄놓은 것들. 그 잣대로 스스로를 재단하기 시작하면 비교는 어느새 한 번의 기준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자가 되어버리니까요. 책은 여기서 비교가 사람의 가치를 말해주지 않으며, 그저 서로 다른 출발선과 보폭을 한 줄에 세워 놓을 뿐이라고 짚어줍니다. 곁들여진 톨스토이의 말도 같은 자리를 가리키더군요. "사람은 남보다 앞서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진실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태도'로 넘어가면 결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진단이 정확했어요. 인상 깊었던 건 씨앗의 비유였습니다. 씨앗이 땅속에서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듯, 사람에게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조급함을 내려놓는다는 게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페이스를 늦추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정의는, 성과의 속도에 익숙해진 어른에게 오히려 더 낯설고 그래서 더 필요한 말 같았습니다. "성장은 서두를수록 멀어지고, 기다릴 줄 알 때 가까워집니다"라는 한 줄을 옮겨 적으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빠르게만 가려 했는지를 돌아보게 됐어요.


책의 뒷부분에 놓인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앞의 두 이야기를 한곳으로 모아주는 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충분히 살지 못한다는 것,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해야지"라는 미룸 속에서 다시 오지 않을 하루를 흘려보낸다는 것. 어른이 되면 이 미룸이 더 능숙해진다는 걸 알기에 더 뜨끔했어요. 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보는 경험이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더 깊은 배움과 자신감을 준다는 대목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책의 태도가 분명해집니다.


필사책이라 좋은 글이 가득할 거라는 기대는 받기 전부터 있었어요. 한 가지 실용적인 아쉬움이라면, 책이 180도로 활짝 펼쳐지는 제본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다른 필사책처럼 책상에 편하게 눕혀두고 쓰기는 조금 어려워서, 한 손으로 책을 잡아가며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매일 펜을 들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한 번쯤 짚어둘 만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책의 진짜 쓸모는 따라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눈으로 빠르게 읽으면 그냥 좋은 말로 스쳐 갈 문장들이, 손으로 한 글자씩 옮기는 동안에는 흐름이 강제로 느려지면서 제 이야기로 들어오더라고요. 분주하게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이 느린 쓰기가 주는 효과가 클 것 같았어요. 청소년에게는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안내서로, 그 곁의 부모나 교사에게는 아이와 같은 질문을 나누며 자신을 함께 돌아보게 하는 한 권으로 읽힐 책입니다. 무엇보다 남과 견주는 버릇과 마음의 조바심에 자주 시달리는 어른이라면, 청소년용이라는 이름에 미리 선을 긋지 않으셨으면 해요.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햇살이 길어지고 하루가 부쩍 빨라진 듯한 계절입니다. 그럴수록 잠깐 펜을 들고 한 문장씩 천천히 써보는 시간이 어울릴 것 같아요. 빠르게 흐르는 날들 속에서 제 걸음을 다시 확인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답 대신 질문을 건네며, 비교와 조바심에 지친 마음에게 '네 걸음대로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필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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