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 - 병원보다 빠르고 약국보다 가까운 상비약 다 골라드림
동공이 약사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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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집에 약은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정작 몸이 아플 때입니다. 약통을 열어 손은 가져가는데, 이게 지금 먹어도 되는 건지, 산 지 얼마나 됐는지, 이 증상에 맞기는 한 건지 잠깐 헷갈리는 거죠. <동공이 약사의 우리 집 구급상자>는 바로 그렇게 망설이게 되는 때를 겨냥한 책이었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래쪽 소제목이었어요. '1인 가구부터 아이 있는 가정, 노년기 부부까지 완벽 대비 맞춤형 가이드.' 약을 다루는 책인데 약보다 사람을 먼저 내세우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그 한 줄 덕분에 끝까지 읽게 됐습니다.


읽으면서 편안했던 건 구성이었습니다. 유튜브로 알려진 동공이 약사가 쓴 책답게, 강아지 약사 동공이와 약은 잔뜩 쟁여두지만 정작 쓸 줄은 모르는 오리 알덕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알덕이는 해열진통제 한 알로 감기부터 두통, 치통, 복통까지 다 해결하려는 '한 알 만능주의' 캐릭터인데, 솔직히 제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중간중간 들어간 웹툰 덕분에 어렵게 느껴질 법한 약 성분 이야기도 부담 없이 넘어갔습니다. 정리도 어찌나 깔끔한지, 증상별로 기본 상비약과 더 챙기면 좋은 약을 나눠 보여주고 실제 시중 제품과 제조사까지 표로 묶어둬서, 약통 앞에 책을 펼쳐두고 그대로 대조해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1장에 나오는 표가 이 책의 뼈대 같았습니다. 가구 형태에 따라 상비약을 단계별로 쌓아 올리는데, 휴대용 파우치에는 다섯 가지, 혼자 사는 집은 열 가지, 일반 가정은 열다섯 가지, 아이 있는 집은 스무 가지로 늘어납니다. 해열진통제와 소독약, 밴드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에서 출발해 식구가 늘고 아이가 생기면 어린이 해열제와 피부염 연고가 더해지는 식이죠. 소제목에서 약속한 '맞춤형'이 그저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걸 이 표 하나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안내서가 단순한 약 목록집과 다르다고 느낀 건 6장 '가족마다 달라요'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아이와 어른, 나이 드신 분이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중 노인 주의사항을 읽을 때는 마음이 한참 무거웠습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은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에 가장 쉽게 오남용되는 게 종합감기약이라고 해요. 어르신들이 박스로 사두고 음료수처럼 마시는 유명한 감기 물약에도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들어 있고, 이게 나이 든 분에게는 졸음과 어지러움을 불러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알덕이가 "헉! 우리 할아버지 감기약 자주 마시는데!" 하고 놀라는 장면이 남 일 같지 않더군요. 여러 진료과를 돌다 보면 복용하는 약이 열 가지를 넘기기도 한다는 다약제 복용 이야기, 우리나라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가 처방약은 걸러주지만 본인이 사 먹은 일반약이나 건강기능식품까지는 잡지 못한다는 사각지대 설명도 새겼습니다. 책이 건네는 당부가 오래 남아요. 작은 오남용도 노인에게는 심각한 후유증이 될 수 있으니 상비약이라도 드시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약을 안내하는 책이 약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솔직히 말해준다는 게, 오히려 더 미덥게 다가왔습니다.


상처를 다루는 법도 새로 배웠습니다. 다치면 일단 항생제 연고부터 바르고 보던 버릇이 있었는데, 상처는 상태에 따라 세척과 소독, 습윤 드레싱, 병원 방문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약을 고르기 전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부터 읽으라는 셈인데, 이런 접근이 책 전체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있다면 7장도 꼭 들춰보시길 권합니다. 여행 가방에 무얼 챙겨야 하는지부터, 의외로 놓치기 쉬운 반입 규정까지 다뤄요. 우리나라 종합감기약에 흔한 슈도에페드린이 중국에서는 마약류로 엄격히 규제된다거나, 외국에서 산 감기약에 든 성분 탓에 입국할 때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미리 알지 못하면 공항에서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약은 소분하지 말고 포장 그대로 챙기라는 것, 처방약은 영문 처방전을 준비하라는 것, 멀미약은 타기 30분 전에 먹어야 듣는다는 작은 팁까지 들어 있어요. 캠핑이며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난 요즘 생활에 곧장 보탬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누구 손에 쥐여주고 싶은지가 또렷해졌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도, 살림을 막 시작한 신혼집에도,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는 집에도,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 약 서랍이 늘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도 곁에 두기 좋습니다. 아플 때마다 검색창부터 열고 도리어 더 불안해지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병원에 가지 말라는 책이 아니라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책이라,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지만, 읽자마자 부모님 안부부터 떠올리게 한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감기 물약 자주 드시지 말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어졌으니, 제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한 권이었어요.


장마가 슬슬 다가오는지 공기가 눅눅해지는 계절입니다. 환절기든 한여름이든 몸이 보내는 신호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 막막하지 않으려면 약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게 무엇인지를 이 책이 차분히 일러줍니다. 우리 집 작은 약국 맨 윗칸에, 이 한 권을 올려두려 합니다.


약은 있는데 기준이 없던 집을 위한, 다정하고 든든한 생활 의약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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