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은,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질문들 - 단단한 질문이 태도를 만드는 한 문장 필사
인향만리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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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툴러도 괜찮은,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질문들>은 청소년을 향해 쓰인 책입니다. 표지에 적힌 "지금은 아직 서툴 수 있어. 하지만 괜찮아"라는 한 줄을 보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제 또래가 읽을 책은 아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장을 넘기면서 그 짐작이 빗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투를 빌렸을 뿐, 정작 그 질문 앞에서 더 오래 멈칫하는 쪽은 한참을 살아온 어른이더라고요.


이 책은 답을 쥐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필사형 성장 에세이라는 형식 그대로, 짧은 글을 천천히 따라 쓰고 마지막에 던져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게 만들어요. 나를 대하는 태도부터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여섯 갈래로 묶여 있는데, 저는 그중 비교와 걸음의 속도, 그리고 오늘을 다룬 대목들 앞에서 펜을 쥔 채로 자꾸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먼저 마음에 걸린 건 '비교하지 않는 연습'이었어요.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나를 견주게 되고, 그 순간 가장 힘든 건 비교 그 자체보다 비교로 인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청소년의 교실 풍경을 그린 말이지만, 직장 안에서 매일 겪는 일과 다르지 않았어요. 승진, 성과, 남들이 이뤄놓은 것들. 그 잣대로 스스로를 재단하기 시작하면 비교는 어느새 한 번의 기준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자가 되어버리니까요. 책은 여기서 비교가 사람의 가치를 말해주지 않으며, 그저 서로 다른 출발선과 보폭을 한 줄에 세워 놓을 뿐이라고 짚어줍니다. 곁들여진 톨스토이의 말도 같은 자리를 가리키더군요. "사람은 남보다 앞서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진실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태도'로 넘어가면 결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진단이 정확했어요. 인상 깊었던 건 씨앗의 비유였습니다. 씨앗이 땅속에서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듯, 사람에게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조급함을 내려놓는다는 게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페이스를 늦추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정의는, 성과의 속도에 익숙해진 어른에게 오히려 더 낯설고 그래서 더 필요한 말 같았습니다. "성장은 서두를수록 멀어지고, 기다릴 줄 알 때 가까워집니다"라는 한 줄을 옮겨 적으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빠르게만 가려 했는지를 돌아보게 됐어요.


책의 뒷부분에 놓인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앞의 두 이야기를 한곳으로 모아주는 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충분히 살지 못한다는 것,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해야지"라는 미룸 속에서 다시 오지 않을 하루를 흘려보낸다는 것. 어른이 되면 이 미룸이 더 능숙해진다는 걸 알기에 더 뜨끔했어요. 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보는 경험이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더 깊은 배움과 자신감을 준다는 대목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책의 태도가 분명해집니다.


필사책이라 좋은 글이 가득할 거라는 기대는 받기 전부터 있었어요. 한 가지 실용적인 아쉬움이라면, 책이 180도로 활짝 펼쳐지는 제본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다른 필사책처럼 책상에 편하게 눕혀두고 쓰기는 조금 어려워서, 한 손으로 책을 잡아가며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매일 펜을 들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한 번쯤 짚어둘 만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책의 진짜 쓸모는 따라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눈으로 빠르게 읽으면 그냥 좋은 말로 스쳐 갈 문장들이, 손으로 한 글자씩 옮기는 동안에는 흐름이 강제로 느려지면서 제 이야기로 들어오더라고요. 분주하게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이 느린 쓰기가 주는 효과가 클 것 같았어요. 청소년에게는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안내서로, 그 곁의 부모나 교사에게는 아이와 같은 질문을 나누며 자신을 함께 돌아보게 하는 한 권으로 읽힐 책입니다. 무엇보다 남과 견주는 버릇과 마음의 조바심에 자주 시달리는 어른이라면, 청소년용이라는 이름에 미리 선을 긋지 않으셨으면 해요.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요즘, 햇살이 길어지고 하루가 부쩍 빨라진 듯한 계절입니다. 그럴수록 잠깐 펜을 들고 한 문장씩 천천히 써보는 시간이 어울릴 것 같아요. 빠르게 흐르는 날들 속에서 제 걸음을 다시 확인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답 대신 질문을 건네며, 비교와 조바심에 지친 마음에게 '네 걸음대로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필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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