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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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우리는 뇌에 손상을 입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완전히 뒤집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볼 것이다.

('뇌의 흑역사' 들어가며 p15)



('뇌의 흑역사' 표지)

'뇌의 흑역사'는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섬뜩하고 무섭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니!

영화는 가짜지만,

'뇌의 흑역사'는 진짜다.

정말 놀랍고 신기한 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지금 21세기에도 낯설기만 한 뇌 이야기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남긴 많은 지식인, 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더 이상 비밀과 신비함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만한 생각이었다.

아직도 인간이 풀지 못한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 '인간의 뇌'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 뇌의 소중함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그냥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해도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사실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뇌'에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뇌의 흑역사' - 기묘하고 경이로운 뇌 이야기

('뇌의 흑역사' 책날개 일부)

자신을 뱀이나 개, 늑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서,

자신의 신체인 손과 발이 이질적으로 느껴서 절단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

피아노를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전문 연주가처럼

피아노를 잘 치게 된 사람,

머리카락을 계속 삼켜 위장에서

82센티미터에 달하는 머리카락 덩어리를 꺼낸 아이,

생물학적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었지만,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믿어서

진짜 죽음을 맞이 한 노인,

자신의 오른손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움직였던 사람 등

정말 기이하고 신기한 사례들이 가득하다.

백과사전 같은 '뇌의 흑역사'


('뇌의 흑역사' 차례)

위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총 12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들이 대단히 흥미롭다

  1. '나는 이미 죽었다니까요'

  2. '지하철에 두고 내린 손'

  3.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사람'

  4. '자아가 생긴 손'

  5. '매일 밤 찾아오는 반가운 유령' ......... 등

말도 안 되는 제목들로 가득한 이 책이 설마 과학 책 맞나 싶다

그러나 과학 책 맞다!

그것도 최신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실제 하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혹시, 과학을 가장한 '유사 과학 책'은 아닐까 싶지만 절대 아니다. 그래서 더 놀랍다.

'뇌의 흑역사'는 올리버 색스가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보다 더 많은 사례들을 담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도 뇌 이상에 의해 드러나는 인간 행동의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는데, 책은 에세이같이 읽힌다.



('뇌의 흑역사' 내용 일부)

반면, '뇌의 흑역사'훨씬 더 풍부한 예와 다양한 의학적 정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한 권에 풀어쓴 이상 뇌기능 백과사전' 같다.

비슷한 증상들을 12가지 장으로 나누어 묶고 정리하고 설명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많은 용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카그라스증후군, 서번트증후군, 앨리스증후군, 외계인손증후군, 명칭실어증, 비현실감장애, 동물저장강박.... 등등.

용어 한마디에 증상이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학문이란 언어학이라고도 하는가 보다.

우리는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어쩌면 이미 주변 지인을 통해 간혹 들어보았거나 영화에서 봤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뇌의 흑역사'를 읽으면 그 내용을 정리하기에도 정말 좋고 인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주변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어떤 단서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은이 ; 마크 딩먼



('뇌의 흑역사' 표지)

저자는 미국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자신의 웹사이트와 유튜브까지 직접 운영하면서 지금도 신경과학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당신이 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뇌의 흑역사'

당신이 작가라면 특히 SF 소설가라면, 올해 반드시 읽어야 할 1순위 책이다.

책은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증상을 가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증상 하나마다 이야기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영감을 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일은 이 증상을 겪은 환자들은 누구보다도 괴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 머리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을 대상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작가적 양심을 가지고 작품 안에서 이들을 '아름답게' 대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고통을 안고'가는 것이라고 한다.

단지 예쁘기만 하면 '장식품'인 것처럼, 이 환자들의 사례를 물건처럼 다루지는 말아야겠다.

최신 뇌과학 흐름도 맛볼 수 있는 '뇌의 흑역사'


('뇌의 흑역사' 내용 일부)

< 뇌의 바탕은 감정 >

뇌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타르 증후군도 감정을 느낄 수 없어서 가까운 가족을 타인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세기에는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점점 감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는 책이 더 많아지고 있다.

< 뇌 기능은 한 쪽만 작동하지 않는다 >

지금까지 뇌는 우반구 좌반구로 나누어져 있고, 뇌가 담당하는 영역이 나누어져 있다고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그림은 우반구가 주로 담당하고 계산은 좌반구가 담당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뇌기능은 양쪽 반구 모두 거의 '동등하게 사용' 된다고 한다.

오히려, 뇌 기능 서로 간의 '소통' '연결'이 잘못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을 가진 분이 읽는다면 더 풍부하게 뇌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치료하고 싶지 않은 '뇌 이상' 사례

정말 영화 같은 다양한 사례들 중에 마음을 짠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매일 저녁 수년 동안 아들 둘이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일상 대화를 나누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말 효자들 아닌가? 그것도 둘 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방문한 것이 아니라 농담도 하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들들은 잘 있으니 어머니께 자기들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 어머니의 두 아들은 이미 아주 오래전, 한 명은 십 대 일 때, 또 다른 한 명은 서른 쯤에 목숨을 잃었다.

순간, 어머니에게서 아들들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느껴져서 정말 마음이 짠했다.

이를 '사별환각'이라고 했고 '슬픔에서 비롯된 지각 장애'라고 보았다.

'장애'일지라도 이런 환각은 깨고 싶지 않을 듯하다.

책에서 저자는 '환시'와 '지각'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놀라운 이야기다. 진짜는 아니지만 앞어머니 사례처럼 어머니에게만은 진짜처럼 느껴지고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이다.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

('뇌의 흑역사' p297)

인간의 뇌는 경이로운 유기적 기계이지만, 모든 기계가 그러하듯 언젠가는 고장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탐닉하고 (절제하는 연습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자.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 보자.

('뇌의 흑역사' p297)

오늘 하루 내가 오감을 느끼고

말하고 사고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면,

먼저, 뇌에게 감사해야 한다.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뇌의 흑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의 뇌'가 나를 위해 이렇게 잘 작동해 주고 있는 일이 새삼 고맙다.



('뇌의 흑역사' 표지)

* 부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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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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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을 통해
진정 피해자들이 바라는 사과와 용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범죄 이후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사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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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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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아봅니다.


('진실과 회복' 표지)

누구나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피해자 가족이 되거나 그 주변 지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만약 나 자신이 힘든 트라우마 속에서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마음의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책 '진실과 회복'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본인뿐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좀 더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내 주변 가까운 사람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이 결국은 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올해 2024년 꼭 읽어야 할 책 - '진실과 회복'



('진실과 회복' 차례와 내용 일부)

뉴스에서 끔찍한 살인을 비롯한 끔찍한 범죄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범죄가 발생한 후, 범죄 피해자들, 생존자들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생존자들을 위한 '사회 정의'는 무엇인가

생존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방관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증언하고 있다.

심리 상담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꼭 읽는다면, 우리 사회 '가부장 폭력성'이 가지는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부분은 독재적 지배 체제가 어떻게 폭력성을 드러내는지를 밝히고 있다. 각종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동인데 남성에 의한 가부장 폭력이 독재적 지배의 한 모습이고 이때 약자인 여성과 아동이 제일 고통받는다.

두 번째 부분은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용서와 화해가 진행될 수 있으려면 그 과정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 '용서'하라는 압박이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용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세 번째 부분은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배상이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생존자들이 진정 원하는 배상은 무엇인지 서술한다. 또 가해자들에게는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 그들이 진정 변화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청소년층(대학생을 중심으로 한)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교육으로 무엇을 했었고 지금 현재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회복적 정의' 가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단계가 어디인지 파악해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범죄 발생 자체도 끔찍한 일이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에 대해 우리 모두가 꼭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이런 관심이 범죄 발생 자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도 기대해 본다.

지은이 ;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진실과 회복' 책날개 일부)

책을 읽어 보면, 저자가 이 분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누구보다도 깊게 이 문제들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저자의 진심이 전달되는 책이다.

'진실과 회복'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진실과 회복' 내용 일부)

책을 읽다가 다소 충격적인 표현이 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일단 피해자를 사람으로 인지해야 함을 강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점에서는 다른 많은 생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실과 회복' p 97)

헉!

피해자가 사람임이 당연한 거 아닌가?

가해자는 피해자를 그냥 '물건'처럼 취급했다는 의미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세상이 이런 자들도 존재한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 가해자들에게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감정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책을 읽으면서도 분노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어릴 적 성폭력 피해자가 25여 년 뒤 가해자를 살해하고 한 말이 있다. '난 짐승을 죽였다'라고. 같은 인간이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은 '짐승'이다.

먼저, 화해는 진실을 가해자 가족을 비롯한 주변 모두에게 알리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모든 범죄는 숨기는 데서 나온다.

진상 인정

('진실과 회복' p98)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가해자와 그에 조력한 방관자들 모두!

가해자들은 ............. 진상을 잘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인정하더라도 진상을 축소한다.

바로 이점에서 얼마 전 읽은 소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가해자들은 말한다. '그건 사소한 일이잖아'

소설에서도 작가가 이 대사를 얼마나 잘 표현했던지! 이 말에 담긴 폭력성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클레이 키건이 쓴 이 얇은, 약 100여 쪽 밖에 안되는 책이 왜 교보문고 소설 1위를 차지하는지 알 것 같다.

가해자를 만드는 문화

무엇이 폭력인가?

지금 내가 당하는 부당함이 폭력인지, 아닌지 객관적 기준을 표로 제시했다.

많은 분들이 이런 행동들이 폭력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진실과 회복' p39)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 정권은 일반 대중에게

냉소, 무관심, 옹졸한 이기주의 즉, 내 몸의 안락에 관심을 쏟을 뿐

내 이웃이 피해를 당했을 때는 관심을 거두는 태도를 심어놓는다. "

('진실과 회복' p46)

독재 정권은 부패를 필요로 한다. 왜 독재 정권이 부패한 권력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일상일 수밖에 없다. 독재 정권은 거짓말쟁이의 정권이다.

진실을 알리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고단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좁은 사적 관심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책 p47)

여기서 책은 4가지 종류의 '방관자'를 묘사하고 있다! 진짜 다 맞는 말이다. 즉, 독재 정권에 맞서 진실을 알리기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많은 사람들은 방관자가 된다.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방관자들이 독재 정권을 오래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방관자 덕분에 독재 정권은 오래간다.

지금이 독재 정권이라면, 우리가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가장 오래 걸리는 혁명'

('진실과 회복' p269)

아동 돌봄 부문의 경우, 지난 50년간 사실상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다. 돌봄 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의 노동이고 여전히 민영화되어 있고,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 여성의 종속을 끝내려면 몇 번을 더 죽었다 살아나야 할까?

('진실과 회복' p276)

왜 저자는 여성의 권리를 더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을까?

폭력이 권력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가 더 증대되는 사회라면 남성 가부장 독재에 의한 폭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예측해 볼 수 있다.


('진실과 회복' 내용 일부)

폭력과 트라우마의 문제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로 확장시켜 사고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부당한 폭력은 타인에게서 온다.

타인이 인간에게 행한 폭력 행위, 또한 사회적 행동이다.

그래서 결코 이 문제는 개인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온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가해자가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고

피해자 즉 생존자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존자 중심으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진실과 회복'을 통해

진정 피해자들이 바라는 사과와 용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범죄 이후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사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우리 자리에서 좀 더 용기를 내어 정의로운 선택을 해야겠다.



('진실과 회복' 표지)

*북하우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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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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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은 ‘생존과 인간성‘, ‘자유와 통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붉은 구역, 검은 구역, 푸른 구역, 보라 구역...... 등으로
등장인물 ‘피아‘는 각 구역을 벗어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인류를 구원할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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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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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내용 일부)

< 경고! >

이 두꺼운 책은 함부로, 아무나 도전할 책이 아닌 모양이다.

높은 산을 오르듯, 도전할 사람만 도전하라는 뜻인가?

그러나 정상을 차지하고 나면, 내려가는 길은 엄청난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독자를 유혹한다.

괜스레 도전해 보고 싶다.

어떤 험한 산길이 준비되어 있는지!

('빛의 구역' 표지)

책은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다.

작가 김준녕이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작품은 2022년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빛의 구역'은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과 한 묶음으로 생각한 시리즈물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빛의 구역'을 읽은 지금,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도 지나칠 수 없다.

지은이 ; 김준녕

그전부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였고 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많은 작품들을 발표한 작가이다.

아래 자신의 소개처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는데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작품 수가 말해 준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의 미래

작가에게 먼저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암울하고, 비참하고, 어둡고, 힘든 이야기를 하는지....

'붉은 구역'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 구역 사람들의 비참한 노동과 현실이 눈앞에 그려져서 황량하고 지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나이 어린 등장인물들이라니!

작가가 정말 너무했다.

그나마 결말은 해피엔딩이라 마음의 위로가 된다.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마지막 쪽에 실린 '작가의 말' 한 대목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여러분이 책에 관해 쏟아내는 모든 주장이 곧, 답이다"

('빛의 구역' p450))

굳이 독자와 대립하지 않겠다는 '독자들의 말이 다 맞다'는 뜻으로 읽혀서 재미있었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이제 스물여섯 살의 작가가 내놓은 '빛의 구역'은 왜 이리도 비참한지!

이대로 두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거야. 생존만 있고 삶은 없어지는 거지.

('빛의 구역' p55)

'빛의 구역'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질문은 아주 오래된 것이라 한다.

작가가 2017년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 이전부터 마음에 품었던 물음에 대해 이 소설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다.

'빛의 구역'은 '생존과 인간성', '자유와 통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붉은 구역, 검은 구역, 푸른 구역, 보라 구역...... 등으로

등장인물 '피아'는 각 구역을 벗어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인류를 구원할 여정을 떠난다.

아주 먼 미래, 지구는 수명을 다했다. 인류는 오염 물질이 가득한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구역을 나누고 인간은 역할에 따라 각 구역에 배치되어 살아간다. 구역 간 이동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인류는 각자의 구역에서 각자 맡은 역할만 알고 있을 뿐. 왜 이렇게 일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져 가는 사이, 가장 열악한 구역인 붉은 구역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빛의 구역' 내용 일부)

자신 있게 내놓을 한국 SF 소설

뭐니 뭐니 해도 작가의 글솜씨가 장난 아니다.

처음 한두 쪽 읽는 순간, 글을 많이 써 본 작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과 문장들, 편안한 묘사들로 글은 빠져들 듯 읽힌다.

< 등장인물들 이름 글자 수 >

게다가 등장인물들 이름이 '한 글자'가 많아서 오히려 기억하기 좋았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름들이다.

이름이 한 글자라는 것에도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가 들어 있으리라 짐작된다.

생존만이 중요한 사회에 두 글자 이름은, 게다가 성까지 들어간 이름은 사치다. 이름만으로도 소설 속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 지금 일어나는 미래 >

작가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왜냐하면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이 미래일 뿐!

이미 인류가 오래전에 겪었던 경험들이고 지금도 행해지는 경험이다.

예를 들면, 보라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 현재 행해지는 과학 기술을 보여준다. 즉, 현재 인류는 유전자 변형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체 장기를 대체하는 실험들을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뉴스를 통해 일상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일인데, 소설로 보면 얼마나 낯설고 기괴한 느낌마저 드는지. 이런 기괴한 일들을 지금 인류가 행다고 있다니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또, 붉은 구역에서 벌어지는 아동 착취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조금만 포털을 검색해 봐도 관련 자료가 나온다. 지금도 전 세계 어린이 18%가 아동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데 이중 충격적이게도 성매매와 관련된 착취와 인신매매도 있다. 코코아 농장에 아동 착취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아동 노동 착취라고 했을 때 아동의 나이는 만 13세 이하이다. (네이버 검색)

비참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붉은 구역 사람들 이야기는 바로 지금 우리 시대 이야기다.

< 출구 없이 꽉 막힌 >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구역이 서로 떨어져 있고 어떤 신호도 보내거나 받을 수 없다. 다른 구역이 진짜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최근 뇌과학 이론에 의하면, 포유류가 파충류와 다른 결정적 신경계가 존재하는데 그 신경계는 사회적 기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즉, 포유류는 상호 교류하면서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바로 포유류의 특징이라고. 친구 잘 사귀고 사회성 높은 사람이 결국 행복하다는 의미이다.

'빛의 구역' 이 소설에서도 결국은 '사랑', '연대' 이런 가치들이 우리 인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아무튼 결말이 해피엔딩이라서 정말 좋다.

소설이 450여 쪽으로 좀 두껍긴 하지만, 제1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완독할 수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안 읽을 수 없을 것이다.

다산 출판에서 밀고 있는 한국 SF 소설들

한국 SF 소설이 진짜 매력 있는 장르다!

한국 문학이 고루해지고 있는 반면, SF 소설들은 아직 정해진 어떤 틀이 없어서인지 상상력도 뛰어나고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도 있다.

다산 출판사에서 출간했던 또 다른 소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이경희 소설집)'도 정말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이 책도 꼭 추천한다.

이번 '빛의 구역'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SF 소설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빛의 구역' 표지)

*다산 책방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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