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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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내용 일부)

< 경고! >

이 두꺼운 책은 함부로, 아무나 도전할 책이 아닌 모양이다.

높은 산을 오르듯, 도전할 사람만 도전하라는 뜻인가?

그러나 정상을 차지하고 나면, 내려가는 길은 엄청난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독자를 유혹한다.

괜스레 도전해 보고 싶다.

어떤 험한 산길이 준비되어 있는지!

('빛의 구역' 표지)

책은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다.

작가 김준녕이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작품은 2022년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빛의 구역'은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과 한 묶음으로 생각한 시리즈물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빛의 구역'을 읽은 지금,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도 지나칠 수 없다.

지은이 ; 김준녕

그전부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였고 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많은 작품들을 발표한 작가이다.

아래 자신의 소개처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는데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작품 수가 말해 준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의 미래

작가에게 먼저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암울하고, 비참하고, 어둡고, 힘든 이야기를 하는지....

'붉은 구역'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 구역 사람들의 비참한 노동과 현실이 눈앞에 그려져서 황량하고 지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나이 어린 등장인물들이라니!

작가가 정말 너무했다.

그나마 결말은 해피엔딩이라 마음의 위로가 된다.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마지막 쪽에 실린 '작가의 말' 한 대목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여러분이 책에 관해 쏟아내는 모든 주장이 곧, 답이다"

('빛의 구역' p450))

굳이 독자와 대립하지 않겠다는 '독자들의 말이 다 맞다'는 뜻으로 읽혀서 재미있었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이제 스물여섯 살의 작가가 내놓은 '빛의 구역'은 왜 이리도 비참한지!

이대로 두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거야. 생존만 있고 삶은 없어지는 거지.

('빛의 구역' p55)

'빛의 구역'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질문은 아주 오래된 것이라 한다.

작가가 2017년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 이전부터 마음에 품었던 물음에 대해 이 소설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다.

'빛의 구역'은 '생존과 인간성', '자유와 통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붉은 구역, 검은 구역, 푸른 구역, 보라 구역...... 등으로

등장인물 '피아'는 각 구역을 벗어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인류를 구원할 여정을 떠난다.

아주 먼 미래, 지구는 수명을 다했다. 인류는 오염 물질이 가득한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구역을 나누고 인간은 역할에 따라 각 구역에 배치되어 살아간다. 구역 간 이동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인류는 각자의 구역에서 각자 맡은 역할만 알고 있을 뿐. 왜 이렇게 일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져 가는 사이, 가장 열악한 구역인 붉은 구역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빛의 구역' 내용 일부)

자신 있게 내놓을 한국 SF 소설

뭐니 뭐니 해도 작가의 글솜씨가 장난 아니다.

처음 한두 쪽 읽는 순간, 글을 많이 써 본 작가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과 문장들, 편안한 묘사들로 글은 빠져들 듯 읽힌다.

< 등장인물들 이름 글자 수 >

게다가 등장인물들 이름이 '한 글자'가 많아서 오히려 기억하기 좋았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름들이다.

이름이 한 글자라는 것에도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가 들어 있으리라 짐작된다.

생존만이 중요한 사회에 두 글자 이름은, 게다가 성까지 들어간 이름은 사치다. 이름만으로도 소설 속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빛의 구역' 내용 일부)

< 지금 일어나는 미래 >

작가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왜냐하면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이 미래일 뿐!

이미 인류가 오래전에 겪었던 경험들이고 지금도 행해지는 경험이다.

예를 들면, 보라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 현재 행해지는 과학 기술을 보여준다. 즉, 현재 인류는 유전자 변형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체 장기를 대체하는 실험들을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뉴스를 통해 일상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일인데, 소설로 보면 얼마나 낯설고 기괴한 느낌마저 드는지. 이런 기괴한 일들을 지금 인류가 행다고 있다니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또, 붉은 구역에서 벌어지는 아동 착취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조금만 포털을 검색해 봐도 관련 자료가 나온다. 지금도 전 세계 어린이 18%가 아동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데 이중 충격적이게도 성매매와 관련된 착취와 인신매매도 있다. 코코아 농장에 아동 착취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아동 노동 착취라고 했을 때 아동의 나이는 만 13세 이하이다. (네이버 검색)

비참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붉은 구역 사람들 이야기는 바로 지금 우리 시대 이야기다.

< 출구 없이 꽉 막힌 >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구역이 서로 떨어져 있고 어떤 신호도 보내거나 받을 수 없다. 다른 구역이 진짜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최근 뇌과학 이론에 의하면, 포유류가 파충류와 다른 결정적 신경계가 존재하는데 그 신경계는 사회적 기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즉, 포유류는 상호 교류하면서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바로 포유류의 특징이라고. 친구 잘 사귀고 사회성 높은 사람이 결국 행복하다는 의미이다.

'빛의 구역' 이 소설에서도 결국은 '사랑', '연대' 이런 가치들이 우리 인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아무튼 결말이 해피엔딩이라서 정말 좋다.

소설이 450여 쪽으로 좀 두껍긴 하지만, 제1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완독할 수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안 읽을 수 없을 것이다.

다산 출판에서 밀고 있는 한국 SF 소설들

한국 SF 소설이 진짜 매력 있는 장르다!

한국 문학이 고루해지고 있는 반면, SF 소설들은 아직 정해진 어떤 틀이 없어서인지 상상력도 뛰어나고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도 있다.

다산 출판사에서 출간했던 또 다른 소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이경희 소설집)'도 정말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이 책도 꼭 추천한다.

이번 '빛의 구역'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SF 소설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빛의 구역' 표지)

*다산 책방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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