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들이 헤어질 줄은... 알았지만 기분이 참... 울컥하네. 

예전에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예능을 보다가, 진짜 연인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연인, 둘이 헤어질 때(안다. 나도 이게 짜여진 각본이라는걸. 그래도!!) 예능을 보다 말고 펑펑 울며 남편한테 안긴 적이 있다. (그땐 그랬다. 꽤 시간이 지났다. 지금 나는 그렇지 않겠지만...!) 왜 우냐는 남편의 질문에, 그냥, 우린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까, 라고 했었더랬다. (지금 옆에서 만화책 읽고 있는 남편에게 기억나? 했더니 그랬어? 난 전혀 기억이 없네 그런다... 흠;;;) 결혼이 때론 그런 이별에 대한 안심 장치는 되나보다. 연애만큼 쉽게 헤어질 수는 없을테니. 

연애의 종착역이 꼭 결혼이어야 할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일까? 


결혼 5년차인 나도 갸우뚱, 명쾌한 답은 못하겠지만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읽는 내내 과거(남편을 포함한!) 사랑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주고 받았던 교환 일기장, 너와 나의 비밀번호, 함께 갔던 장소들, 주고 받았던 따뜻했던 사랑의 속삭임도...! 

다행히, 무사히, 큰 이변 없이 우리 사랑은 결혼에 골인을 했다. '연인'때의 뜨거운 사랑의 온도는 다소(확실히!) 줄었지만 핸드폰으로 책 읽고 몇 자 끄적거리는 내내 기침하는 나를 위해 꿀물을 타 주는 정있는 사이쯤은 된다. (큭) 결혼 이후를 이야기 할 알랭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한 남자편이 궁금해진다. 게다가 자극적인 띠지 속 질문, 사랑해서 결혼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하하;;; 


정이현 작가는 이번 <사랑의 기초>가 마지막 연애소설이라고 했다. 왠지 아쉽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연애 세포들이 죽지 않았군, 다 살아서 제 위치를 알려주고 있군 생각 했는데...! 

살짝 귀퉁이 접은 부분은 남편은 보지 않길... 후후 우리 서로 기억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니까! 큭 


+모처럼 소설에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다. 주인공 여자와 이름이 같다, '민아'다. 예쁜 사랑의 장면보다 준호와 다툴 때 더 이입하고 읽었다. 왜 그랬을까? 하하

+알랭드 보통편을 읽은 첫 독자 정이현은 이렇게 고했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낭만적 사랑의 영속성을 굳게 믿는다면,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다면,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어서는 안 된다." 판도라의 상자, 열 것이냐, 말 것이냐...! 두둥 


 

 

책 속에서,


"원래 그런 사람들 있어요. 관계가 끝난 걸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끝까지 자기가 악역을 맡기 싫은 거예요. 미적미적, 상대방이 알아서 정리하기를 바라는 거죠. " 


194p



먼저 짓는 미소는 이를테면 먼저 쏘는 총알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품고 있으니 경계심을 갖지 말아달라'는 제스처 속에는 상대를 안심시키고 시작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으며 이는 상대가 안심의 차원을 넘어 방심하거나 방만해졌을 때 내 쪽에서 뒤통수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주도면밀한 포석이었다. 


57p

 

 

엄마처럼 평생을 종종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엄마만큼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엄마를 실망시키리라는 거의 확실한 예감을 감수하고서, 그녀가 택한 사람은 이준호였다. 

_정이현 <사랑의 기초> 연인들 중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었다. 


78p



눈물은 오래지 않아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대개의 보편적 서사가 그러하듯이 단순하고 질서정연해서 누군가에겐 아름답게, 누군가에겐 참을 수 없이 지루하게 여겨졌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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