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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 ㅣ 문학동네 시집 35
서동욱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품절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서 일일연재 중이신 황인숙 작가님의 <도둑괭이 공주>26회를 읽다,
http://cafe.naver.com/mhdn/20687
아래와 같은 문구를 발견,
불연듯 생각이나 시집을 꺼내들었다.
서동욱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
돈이 든 봉투를 서동욱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에 끼워넣었다.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은 튕클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빌려왔다. '랭보'란 글자에 끌려 들춰보다가 「집고양이」와 「도둑고양이」란 시가 있어서 빌린 것이다.
[중략]
황인숙 <도둑괭이 공주> 26회
실제로 112페이지와 113페이지엔 「집고양이」와 「도둑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이렇게,
「집고양이」
우리집 고양이는 자기가 개인 줄 안다 가끔 꼬리도 흔들고 집에 돌아오면 반갑다고 앞발 들고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문을 열어놔도 밖이 무서워 어딜 나갈 줄 모르고 문틈으로 한참 구경만 하기도 하고 가끔 짓궂은 장난을 쳐도 도망가지 못하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만두기만을 기다린다 수렁으로 이루어진 육체 속에 목까지 잠긴 채 태어난 영혼 고양이의 몸에 저런 넋이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세상살이가 힘들까 자기가 사로잡혀 있는 육신이 무인도 같은지, 목을 길게 뺀 그의 눈이 목마르다
「도둑고양이」
늘 다니던 길에
늘 보던 도둑고양이
평소 차들이 속도를 낸다 싶더니
오늘은 머리가 깨져 죽어 있다
누가 덮어주었을까, 저
3면 상단만 남은 신문지
죽은 몸도 벌거벗은 몸만큼이나
부끄러운 것이다
짐승도 얼마나 제 죽은 몸을
가리고 싶었겠는가
바람이 덮어주었을까
저녁마다 가난한 골목을 기웃거리며
바람이 겨우 생선 냄새를 도둑질하고 있노라면
그 생선을 통째로 훔쳐
지붕 위로 달아나던 고양이
그의 경멸 어린 눈빛이 남긴 상처를
바람은 결코 지울 수 없다
자신보다 빠르고 대담하던 녀석
그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책임감으로
바람이 덮어주었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시집이다.
황인숙 작가님 아니었담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 둔 날>을 놓칠뻔 하지 않았나.
반가운 우연 그리고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