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절판


"젊음이 뭔지 아나? 젊음은 불안이야.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넘쳐 흘러버릴지 모르는 와인 잔에 가득찬 와인처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거야. 하지만 젊음은 용기라네. 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바로 그것처럼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61쪽

처음 이땅에 도착했을 때 공항 밖으로 펼쳐진 삭막한 풍경을 보고 '내가 너무 멀리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땅은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그 어떤 곳들과는 전혀 다른 장소입니다. 어쩌면 타임머신을 타고 태초의 별에 온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로켓을 타고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다른 행성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만큼 이곳은 상막하고 광활합니다. 그리고 왠지 자꾸자꾸 춥습니다.
-65쪽

난 당신이 실제로 보고 싶어하던 곳에 오기위해 수천 개의 언덕을 넘고 수천 개의 강과 바다를 건너고 수천 개의 폭포를 바라보고 수천 개의 태양과 달을 보고 그리고 수천 개의 바람을 맞으며 이곳까지 온 거라고. 난 당신에 칭찬받고 당신의 사랑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돌아가면 꼭 칭찬해주세요.

-69쪽

"그건 설득해서도 강요해서도 안 되지. 좋아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아쉽게도 아들은 화산에는 관심이 없지만 미국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 인생을 살고 있어. 그러니 다행이지. 사실 즐겁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무의미한 것이니깐. 나는 내 아들을 나처럼 살게 하고싶지 않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이 세상을 살게 하고 싶어. 물론 아들놈도 우리 가업을 물려받지 못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난 상관하지 말라고 했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반짝이는 보석을 만드는 일이야."

-95쪽

우리가 함께한 순간은 세월이 될 거야.

지금에도 또 먼 훗날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 지나간 시간들일 거야.

넌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많을수록 사람은 잘 살게 돼 있다는 걸 나는 믿어.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지탱하는 저울보다 기억을 지탱하는 저울이 말을 더 잘 듣게 돼 있거든.

-171쪽

"마리, 그럼 마리에게 여행을 한다는 건 뭔가요?"

마리는 와인으로 붉게 물든 입술을 냅킨으로 닦으며 내게 말했습니다.

"생선, 나에게 여행은 단순히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게 아녜요, 여행은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에요. 인생을 행복하게, 윤기 나게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은 내 눈동자고 피부이고 손가락이에요. 그리고 여행은,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내 인생의 바퀴를 좀더 풍요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들이에요."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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