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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이것 봐. 그렇게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필욘 없어. 사랑이란 건 두 사람이 서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거라네. 바둑판은 실은 정사각형이 아니야. 가로가 42.5센티미터고 세로는 그것보다 3센티미터 더 길지. 그러니까 보는 거와 달리 바둑판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인 거야. 왜 그런 줄 아나? 그건 바둑을 두는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지. 심리적 거리랄까. 사랑이라는 건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흰 돌과 검은 돌로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 거야. 흰 돌과 검은 돌은 결코 섞일 수 없는 거라네. 세상에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정도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복어>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