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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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호흡을 함께 했던 인터넷 연재소설이 단행본이 되어 출간되었을 때, 책을 마주하는 심정은 더욱 특별하다.

함께 했던 시간, 계절감도 떠오르고 연재소설을 함께 읽으며 나누었던 덧글과 우리들의 이야기가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교보문고에서 연재되었던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가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표지와 함께 출간되었다.

책이 나온 주말 <너는 모른다>를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익숙한 듯 낯선 그 이야기들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상호, 옥영, 밍, 은성, 혜성, 유지...

오랜 시간을 두고 나눠 읽었을 때와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그 가족의 이야기에 때로는 공감했고, 때로는 함께 마음 아파했다. 어쩌면 누구하나 낯설 것 없는 온갖 도시의 군상들이 아닐까, 아주 다를 것 하나 없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하며...

<너는 모른다>는 유지의 행방을 쫓아 상호, 옥영, 밍, 은성, 혜성, 유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흡사 추리소설과 같은 느낌이지만 <너는 모른다>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밀매(상호), 이혼(상호, 은성, 혜성), 이민자(옥영, 밍) 문제 등 사회의 문제를 담아 현대 가족의 단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작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정이현 작가의 감각적인 언어는 여전하다.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라든지,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도입 부분 등 이야기는 재미있고 잘 읽힌다. <너는 모른다> 이후에 정이현 작가의 새로운 글이 벌써 기대된다.  


1.

어쩌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실종으로 비로소 엄마의 존재와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

 
2.

p56

결코 외톨이인 줄 모르는 외톨이, 빛 없는 선반 위에 따로 보관된 통조림처럼 안전하고 유일한 개체, 스스로 적막할 운명을 타고난 자, 그것이 밍이었다.



유난히 에 마음이 짠했다. 소설의 끝...까지.

 

3. 밑줄긋기

p29 (은성)

그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얼마나 헤어지고 싶지 않은지를, 그리고 얼마나 깊이 두려워하는지를.

p86 (밍)

왜 그는 사라지고 말 것을 선물했을까.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순간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리지만, 짧고 서툰 첫번째 연애 편지가 기억의 서랍 맨 아래칸에 영원히 남아 있는 것처럼.

p420 (밍)
 

"그렇지만,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순간이 꼭 온다. 누구에게나 그래. 공평하게"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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