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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월
평점 :
논어를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논어의 주인공인 공자는 행복했을까.
공자의 제자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논어를 지었을까?
모든 책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 그래서 상대적인 책의 가치는 우리가 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99퍼센트의 독자가 "이 책은 쓰레기다"라고 말해도, 나머지 1%는 그 책을 소중한 보물처럼 여긴다. 이 말은 분명 쓰레기이긴 하지만 그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책에 대해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정말 내가 어려울 때 나에게 빌려주는 백만원은 여유 있을 때 1억을 빌려준 사람보다 더 은혜롭고 귀중한 사람이 된다. 내가 죽으려고 옥상의 난간에 섰을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머리카락 굵기만한 실 하나가 나를 살려주는 동아줄이 된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의 머리카락 하나는 5센티의 동아줄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이다.
다시 책으로 넘어가서 그럼 우리는 논어 가운데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논어를 통해서 행복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그럼 그 행복은 논어 자체에서 우러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당시 저자가 겪고 있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논어의 자구들이 어느 때보다 더 힘이 된 것일까?
논어는 기본적으로 정치책이다. 유학의 초기에 예를 중심으로 유학을 논하며, 공자는 자신의 사상으로 세상을 변혁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말년에는 제자들을 키우며 보낸다. 지금의 공자를 있게한 건 그 제자들이었다. 우리가 논어를 가치있게 보는 건 이 논어 안에는 공자의 좋은 점만 있지 않고, 공자가 가진 단점들도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공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적으면서, 스승의 좋은 점과 나쁜 점들을 모두 알기 원했고, 위대한 스승으로 남기 원했지, 신격화된 공자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논어가 큰 힘이 되고, 그 힘이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핀트가 안 맞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논어의 어느 한 꼭지를 논하면서, 그 꼭지에 맞지 않는, 그 꼭지와 어울리지 않는 글들로 책을 써 나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논어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리고 사실 그 글의 내용도 인문학적으로 깊지 않다. 저자는 서두에 논어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고 했는데, 읽기만 했지 자기 스스로 성찰하는 부분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은 듯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다가 논점을 벗어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공자의 사상보다는 공장의 생애의 일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가 주례를 중시 여긴 부분에 대한 꼭지가 있는데, 이는 공자가 주나라의 예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는 공자처럼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논어를 통해 알아야 하는 공자에 대한 지식은, 공자가 갖고 있던 초기의 유학사상이지, 공자라는 인물의 생활상이 아니다. 생활상은 참고만 하고,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유학의 초기 모습에서 순수했던 유학의 모습을 나름대로 성찰하고, 그 가운데에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자를 성인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 논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위대한 스승이긴 했지만, 여러가지 단점도 있던 인간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런 인간인 공자의 모습을 바라 봐야 하지, 성격화 된, 성인이 된 공자를 보면 안 된다. 유학은 논어 이후 맹자가 등장하면서, 보다 정교해진 유학으로 거듭난다. 그러다가 송대에 이러러 주희 등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철학으로 거듭나며 성리학으로 발전한다. 성리학은 초기의 유학이 고도로 정치화되며 하나의 정치적 사상으로 달바꿈한, 초기의 유학과는 별개의 학문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또한 공자가 정치적 야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제자들을 이끌고 여러 나라를 주유하던 그 공자를 정치적 야심이 없는 성인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논어에 써 있는 내용들이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려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는 읽는 독자마다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공자는 위대한 스승이었다. 정치적 야심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제자들을 통해 정치보다 더 위대한 것들을 우리들에게 전해 주었다. 하지만 그 사상의 깊이가 깊지는 않았다. 다만 제자들을 잘 만나 그 사상이 후세로 오면서 윤색되며 그 가치가 더 올라갔을 뿐이다. 공자는 행복을 말하지 않았다. 공자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논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행복이 아니라, 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 자신의 사상으로 세상을 변혁시키고자 했던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