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행복 사이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
크리스토프 앙드레.알렉상드르 졸리앵.마티유 리카르 지음, 김수진 옮김 / 정민미디어 / 2022년 11월

이 책은 지혜에 대한 책이다.

세 명의 저자가 (의사, 철학자, 승려)가 이전에 쓴 책 2권의 내용을 다시 요약해 한 권으로 만들었다.

앞에 있는 프랑스어를 보면, 책 제목이 원래는 지혜의 abcd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목록에 프랑스어 알파벳순으로 되어 있다.

원제는 지혜에 대한 책인데 번역은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혜보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왜일까? 왜 지혜를 말하지 않고, 행복을 말하는 것일까?

이들이 말하는 지혜는 행복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점들은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까?

서두에 크리스토프가 생각하는 지혜에 이런 말이 있다

"철학자들은 애초에 지혜의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행복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안다. 그럼에도 진리에 다가가면 환상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그 여정을 계속하면 우리의 행복도 커진다고 믿는다."

위 인용을 어디서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혜의 목적이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목적이 아닌 다만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라는 깨달음은 심오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나도 오랜 성찰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원하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사실 행복이라는 것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관계되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때, 행복은 부수적으로 오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행복을 우리 삶의 목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 다만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 그래서 행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깨달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저자는 이 여정을 통해 행복이 더 커질거라 믿는데, 이는 안타깝다. 행복에 얽매이지 않을 때 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지혜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맨 앞에,

"다채로운 무지개도 모두 겹쳐 놓으면 흰색이 된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빛도 지혜라는 하얀 빛을 만든다."라고 저자 중 하나인 마티유가 한 말이 언급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나도 예전에는 빛이 모여 만드는 흰색을 순수한 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더 성찰해 보면 여기서 빛이 모여 만드는 흰 색은 오염된 색이다. 색이 모여 검은 색을 만들고, 빛이 모여 흰색을 만든다. 순수한 색들이 모여 검정색이라는 오염된 색을 만드는 것처럼, 순수한 빛이 모여 오염된 흰색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이 흰색을 순수하다고 보는 것은 색의 흰색과 동일시 하는 착각을 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혜를 무지개가 모두 섞여 만드는 흰색으로 비유하는 것은 아직 성찰이 부족하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맨 앞에 나와 있는데,이는 나에게는 성찰이 부족한 것처럼 보여지는 부분이다.

지혜는 삶을 바라보는 지혜와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 나눌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지혜는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이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삶 속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혜이다. 이 둘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해 지혜는 전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지혜가 중요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런 지혜에 얽매일 필요 또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혜를 깨닫는다는 것은 결국 지혜를 잊음이다. 지혜는 잊음으로 완성된다. 물론 그 과정에 이르기 전에 당연히 지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신들이 깨달은 지혜를 말한다. 지혜일수도 있고 정보일 수도 있고 경험이나 다른 이론일수도 있다. 독자는 이들의 생각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지혜는 유감스럽게도 개별 인에 따라 달라지긷 하지만 시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면 저자들의 목적이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