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죽음이 물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죽음이 의사 아란치스를 통해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고, 의사는 소중한 것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며 죽음을 맞이하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나는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는데, 근래에 본 책 중 가장 의미있는 책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의 추천사에서부터 인상적인 글들을 보았고, 아라치스 의사의 글 속에서도 의미있는 많은 글들을 보며 다시 한번 내 생각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죽음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고통인지 깨닫는 순간부터 내 인생의 방향은 달라졌다. 나는 지금도 가능한 젊을 때에 죽음이 우리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깨닫기를 바란다. 죽음은 인생과 별개가 아니라 삶과 하나이며, 삶의 동반자이다. 삶과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바람으로 죽음에 대한 책을 몇 년 전에 출판하기도 했다.

죽음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삶 속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삶과 바라보지 않는 삶은 삶의 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처음 이 책을 볼 때는 이 책 또한 다른 여타의 책처럼, 의사와 환자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들은 너무 흔하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감성적인 생각을 주지만, 죽음에 대한 성찰을 주진 않는다. 그냥 하나의 이벤트로 다른 여타의 책들처럼 읽히고 잊힐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구체적인 만남이 아니라, 저자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들을 성찰해서, 자기만의 가치와 사상으로 책을 풀어쓰고 있다. 결국 수많은 경험으로,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변화를 요구하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는 이 시간을, 가족과 함께, 좀 더 가치있는 일에 쓰라고 우리에게 조언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인간이 수많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조언은 그 조언이 어떻든 간에 의미있고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들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깊게 울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곳곳에서 내가 죽음을 성찰하며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나온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보편적인 결론으로 맺게 되는 것 같다. 그건 죽음을 경험하는 우리의 삶이 서양이든 동양이든 대동소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현대의학의 정점은 더 오래 살도록 해 주는 게 아니라,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세네카는 일시적인 고통은 다 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안 겪어도 되는 고통을 굳이 겪을 필요는 없다.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